앰프의 예술, 꿈에 나올 정도로 위대한 앰프

darTZeel
CTH-8550 MKⅡ

위대한 앰프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제품이다. 작년 말 유명한 해외 전문지에서 골든 이어라는 최고상을 받았고, 전문지마다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처음 선을 보인 것은 2008년. 그 뒤로 미세 개량을 거쳤고 이제 드디어 MK2가 되었다. 그러나 외형이나 만듦새는 대동소이하다. 사실 처음부터 워낙 완벽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획기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은 크게 없다. 달라진 점은 우선 강철 섀시 대신 2.5mm 두께의 알루미늄으로 된 새로운 섀시로 교체되어 RFI 문제를 해결하는 데 훨씬 더 적합해졌다는 점이 있고, 포노단도 출력 레벨이 0.3mV 미만인 카트리지와 더 잘 어울리도록 6dB의 추가 게인이 더해졌으며, 마지막으로 전체 전원 공급 장치가 개선되어 노이즈를 더욱 줄였다. 그리고 옵션이었던 MM, MC까지 모두 지원하는 최고의 포노 모듈이 기본 장착되었고 가격은 꽤 비싸졌다.

이 제품을 만든 다질은 2000년에 스위스에서 창립한 이래 서너 종목의 제품만으로 일약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다질의 앰프들은 세계의 모든 오디오 쇼, 전문지의 평가에서 단숨에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그리고 출범하자마자 하이엔드 중의 하이엔드로 평가받는다는 것은 거의 기적이나 다름없는데, 동사는 그런 평가를 받고 있다.

CTH-8550 MKⅡ는 만듦새부터 우선 예술이다. 그리고 볼륨 노브를 돌려 보는 순간 그 하나만으로도 이 제품의 질감과 음색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놀라운 섬세함과 세련미, 감정적으로 압도적이고 대담하고 강력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노브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관능적인 경험이 된다. 이 볼륨단에는 동사 최고의 프리앰프에 사용되는 플레저 컨트롤(Pleasure Control)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이것은 광학 인코더를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의 볼륨 컨트롤인데, 다질 사운드의 핵심 아이템이다.

이 인티앰프는 기본적으로 듀얼 모노 구성이다. 프리단은 고급기답게 무려 9개의 입력이 제공되고 있으며, 이중 7개가 라인단으로, 독자적인 질(Zeel) 단자부터 RCA, XLR 등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다. 거기에 요즈음 찾아보기 힘든 REC 단자도 있다. 그리고 프리단 전용 토로이달 트랜스가 적용되었다. 파워단에는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를 배치했지만 저 전력 쪽으로 설계 방향을 잡고 있어서 열이 많지 않다는 것도 큰 장점. 또 신호 경로를 되도록 짧게 해서 스피드와 드라이브 능력을 배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시청기의 제품명 중 ‘CTH’는 ‘Close to Heaven(천국에 가까운)’의 약어로, 보통의 자부심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오만한 명칭이다. 그러나 제품의 소리를 들어 보면 단박에 그 자부심의 의미를 터득하게 된다. 생생하고 매끄러우며 과장하지 않는 내추럴한 재생음이 확실히 하늘에 가까이 가는 듯한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 제품처럼 거의 완벽에 가까운 만듦새의 인티앰프는 기억나지 않는다. 2중 알루미늄 패널로 제작한 히트 싱크 하나만 보더라도 완벽함을 알 수 있는데 방열의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증폭 회로는 가능한 한 심플하게 했지만 출력단을 패러럴로 설계해 어떤 스피커와 조합해도 문제가 없으며, 뛰어난 임피던스 억제력과 노이즈 저감을 자랑하며, 오디오 앰프에서는 세계 최초인 아날로그 회로의 출력을 디지털 회로의 수법을 적용해 DC의 잔류가 있을 경우 자동적으로 시그널 패스 밖으로 내쫓는 DC 드리프트 보정 회로를 만든 점, OP 앰프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직류가 출력에 나오지 않게 되어 있는 점, 각각의 채널에 합계 80,000㎌ 용량의 콘덴서를 투입하는 등 단순히 상급기의 설계를 간략화해서 한 섀시에 담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발현시킨 가운데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투입한 제품이 본 시청기인 것이다.

전면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다채롭기 짝이 없다. 세팅 메뉴를 통해 입력단의 이름을 변경할 수 있으며, 각각의 입력에 대해 게인을 조절할 수 있고, 좌우의 밸런스도 맞출 수 있다. 그리고 고급기답지 않게 후면에 USB 단자가 있는데, 이 역시 단순한 USB 포트가 아니다. 그 단자를 통해 오너의 이름을 등록하며 정식 인증서가 본사에 등록이 된다. 시리얼 넘버까지도 본사에 등록되어 차기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받을 수가 있다. 그리고 USB 포트를 통해 펌웨어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소량의 제품만을 만들되 확고하게 제품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참고로 인증 없이 사용하면 15분 후에 꺼진다.

아주 드물지만 제품의 소리를 듣고 난 뒤 그날 밤 잠을 뒤척이는 경우가 있다. 무슨 회로며, 분석 데이터며 그런 수치는 아직도 뭐가 뭔지 잘 이해를 못하는 수준일지라도 몇 분 들어도 소리는 대강 이해가 된다. 그런데 잠시 들었는데도 그 음 하나에 그냥 귀가 몽롱해져 며칠이 지나도록 마치 수십 년 만에 잠시 만난 첫사랑처럼 잠자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런 제품도 있는 것이다. 최고가이긴 하지만, 꿈의 인티앰프로 고고하게 주변을 제압하고 있는 매혹적인 그 자태. 실로 괴로울 사람들이 많겠다. 사실 나부터도 몹시 그렇다. 어찌하여 이리 뒤늦게 이런 제품을 만났단 말인가. 글 | 김남

판매처 SELekt (010)5016-5220
수입원 ODE
가격 7,900만원(MC 포노부 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