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773] <애스터로이드 시티> (Asteroid City, 2023)
글 : 양미르 에디터

미니어처 같은 세트 디자인, 팔레트를 옮겨 놓은 듯한 색감, 기존의 틀을 깬 촬영 기법,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음악감독의 아름다운 스코어, 그리고 아카데미 수상 혹은 후보 배우들의 캐스팅, 이런 요소가 작품의 퀄리티를 100% 보장할 순 없겠으나, 웨스 앤더슨은 어느 정도의 기본은 챙겨가는 감독이다.
그의 11번째 장편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195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 속에 사랑, 외로움, 애통, 희망, 그리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덤덤하게 녹여냈다.
물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미지와의 조우>(1977년)처럼 낯선 외계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소동도 있으며, 그 소동에서 일어나는 격리는 '팬데믹'을 겪은 현재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를 한두 편 이상 본 관객이라면 짐작하겠지만,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3개의 액자로 구성된 '복합적인 서사'를 지닌 작품이다.
가장 겉면은 시작부터 등장하는 TV 진행자(브라이언 크랜스톤)의 등장이다.
1950년대의 흑백 TV(옛날 TV 화면의 비율과 유사한 1.37:1 비율을 사용한다) 스페셜로, 진행자는 극작가 '콘래드 어프'(에드워드 노튼)의 연극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진행자는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라면서 일종의 거리 두기를 진행한다. 처음 영화를 보는 관객은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영화라면서, 이 도시의 이야기가 허구라고?"

앞으로 등장할 내용이 '허구'라는 말은 영화가 시작될 때 잘 나오지 않는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라고 써진 경우는 '날조'일 가능성이 높고, 엄청난 길이의 안내문으로 "허구적으로 창작된 작품이며, 실제의 경우가 있으면 그건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 시작부터 밝힌 작품은 '실화'일 확률이 높다는 밈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면, TV 진행자의 말은 장난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애스트로이드 시티>가 사실의 세계를 다룰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것.
조금 더 안쪽의 액자는 '콘래드 어프'를 중심으로 한 연극 무대 안팎의 세계로, 이 부분 역시 흑백으로 구성됐다.
가장 안쪽 액자가 극중극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세계인데, 가상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매년 운석이 떨어진 것을 기념하는 '소행성의 날' 행사를 연다.
최근 아내와 사별한 종군 기자 '오기 스틴벡'(제이슨 슈왈츠먼)은 첫째 아들 '우드로'(제이크 리안)의 '주니어 스타게이저 대회'('소행성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 참여를 위해 어린 세 딸과 함께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찾는다.
하지만 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오기'는 자신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장인어른 '스탠리 잭'(톰 행크스)에게 연락한다.
아내와 딸을 보내고 홀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삶에 대한 방향도, 사람에 대한 생각도 바뀌던 '스탠리'는 고립된 손주들과 사위를 데리러 간다.

그사이 '오기'는 유명 배우 '밋지 캠벨'(스칼릿 조핸슨)을 우연히 식당에서 만나 사진을 찍는다.
'밋지'는 전 남편과 이혼한 뒤 과학을 좋아하는 딸 '다이나'(그레이스 에드워즈)를 홀로 키우고 있었다.
'밋지' 역시 '다이나'의 '주니어 스타게이저 대회' 참석을 위해 인구가 100명도 안 되는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찾았던 것.
사진을 찍은 '인연'으로, 두 사람은 서로 아픔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같은 시기 '우드로'와 '다이나'는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한편, 대회의 시상식이 열린 운석 크레이터에 UFO가 나타나고, 대통령은 마을을 군사적으로 격리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스타게이저 대회' 수상자 아이들은 몰래 장비를 이용해 격리 상황을 알린다.
영화는 후반부가 되면서 연극 무대 안팎의 상황과 극중극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교차점 사이에 '엄청난 대사량'을 소비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어떤 흐름으로 향하는지 설명해 주는 대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연극에 참여하는 배우 '존스 홀'이('오기'를 연기 중인 제이슨 슈왈츠먼) "연극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연출자 '슈버트 그린'(애드리언 브로디)에게 외치겠는가.
무대 밖의 상황은 플래시백처럼, 연극이 이뤄지기 전의 상황도 있기 때문에 이를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밋지 캠벨' 역할에 '머세이디스 포드'라는 가상의 배우를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하지만 그런 비선형적 방식을 오롯이 택한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내용을 잘 몰라도 "그냥 느껴라"라는 의도로 접근했을 때, 더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이 영화는 삶에 대한 찬사를 무작정 내비치지 않고, 우리의 삶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더라도, "살아라"라는 메시지만 첨가한다.
이 영화에서 삶에 대한 상징이 대표되는 소품은 '자동차 부품'처럼 느껴졌다.
'오기'의 자동차가 고장 날 때만 하더라도, 정비소 직원은 부품 문제로 단정 짓고 차를 고쳐본다.
우리의 삶이 덜컹거릴 때, 하나의 문제로만 정의할 수 없는 것처럼, '존스'가 연극 자체의 의심을 할 때 '오기'의 자동차 부품은 갑자기 문제(누가 봐도 어설픈 CG와 함께)를 일으킨다.
팬데믹으로 인해서 모든 것이 격리된 상황, 전 세계 사람들이 느꼈을 단 한 가지는 "살아야 한다"라는 '생의 의지'였을 터.
웨스 앤더슨 감독도 자신의 신작에서, 모두가 느꼈을 '생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자신이 흠모하는 액자식 구성(연극이 중간에 등장하면 더욱 좋은)의 방식을 통해 그려나간 것은 아닐까?
다만, "'생의 의지'를 굳이 이런 식으로까지 봐야 하는가? 영화가 장난인가?"에 라고 의문을 품는 예비 관객이라면,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웨스 앤더슨이 시도하는 모든 도전에 박수를 치고 싶은 관객이라면, 극장에서 관람할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 될 것이다.
2023/06/15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 감독
- 웨스 앤더슨
- 출연
- 제이슨 슈왈츠만, 스칼렛 요한슨, 톰 행크스, 제이크 라이언, 그레이스 에드워즈, 틸다 스윈튼, 애드리언 브로디, 에드워드 노튼, 마고 로비, 제프리 라이트, 브라이언 크랜스턴, 리브 슈라이버, 홉 데이비스, 스티브 박, 루퍼트 프렌드, 마야 호크, 스티브 카렐, 맷 딜런, 홍 차우, 윌렘 데포, 토니 레볼로리, 제프 골드블럼
- 평점
- 6.5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5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