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없는데요 있습니다' 조용해서 더 엄청난 음향효과를 내는 영화들

우리가 영화관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이유는? 대부분 모바일, PC 모니터, 가정집의 TV와 비교 불가의 대형 스크린에서 영상을 본다는, ‘비주얼 효과’에 대단함을 말할 것이다. 하지만 몇몇 영화들은 영상은 소박하지만(?) 극한의 사운드 효과로 귀를 강타하기도 한다. 실제로 인간의 오감 중 가장 민감한 것이 청각이라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영화관의 진짜 존재 이유는 사운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음향효과가 빛난 영화들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개봉한 영화 위주로 정리해본다. 특히 조용해서 더 눈부신 사운드 효과를 낸 영화들을 꼽았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3)

이미지: A24

지난 6월 5일 개봉해 예술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 열기를 보여주고 있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로 옆 한 폭의 그림 같은 집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와 아내,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언더 더 스킨>의 조나단 글레이저가 10년 만에 연출한 작품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은 정말 특이하다. 비주얼이 가짜 같고, 사운드가 진짜를 들려준다. 회스 가족의 한적한 일상 뒤로 귀를 기울여보면, 담장 밖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비명 소리, 총소리, 개가 짖는 소리 등 지옥 같은 그곳의 진실이 들려온다. 처음 영화를 보면 내가 뭔가 잘못 듣고 있는 건가 당황스럽지만, 영화에 집중하면 할수록 그 소리의 울림은 점점 커져간다. 더욱 오싹한 것은 극중 회스 가족들의 모습. 집 밖의 곡소리를 듣고 있음에도 인식하지 않고 외면하는 모습은 소름 끼친다. 아무 이유 없이 고통받는 이들의 절규가 백색 소음 정도로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에 악은 의외로 평범한 표정을 짓는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직접적인 끔찍한 장면 없이도 그날의 참혹했던 모습이 그대로 묘사되는 느낌. 들릴 듯 말 듯 한 음향효과가 보는 이의 마음에 학살의 시간을 선명하게 새기고 있다.

사운드 오브 메탈 (2020)

이미지: 아마존

제목만 듣고는 유명 록 밴드의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내용은 오히려 그 반대다. 강렬한 메탈 사운드보다 고요하고, 정적인 음향이 관객의 마음을 더욱 자극한다. <사운드 오브 메탈>은 드러머 루벤이 갑작스럽게 귀가 들리지 않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한때 마약 중독자로 살았지만, 지금은 약을 끊고 보컬 루와 사랑을 이어가는 루벤. 하지만 공연 때 루의 목소리를 놓치면서 자신의 청력이 점점 잃어가는 상황임을 깨닫는다.

영화는 꽤 놀라운 두 가지 선택을 한다. 하나는 주인공이 청력 장애를 이겨내는 인간 승리 스토리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 또 하나는 뮤지션에게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치명적인 결함이 아님을 말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작품은 루벤에게 소리가 오히려 집착, 미련 같은 의미로 다가온다. 무음의 상태에서 점점 평화를 찾고 마음의 소리를 깨닫는 루벤의 모습을 부각하는 점도 그렇다. 마치 노이즈 캔슬링 같은 음향 효과로 청력의 상태를 표현하는 영화의 모습이 색다르다. 섬세하게 음향을 조절하는 영화의 연출력에 보는 이 역시 뭔가 모를 평화를 찾은 듯한 느낌이다. 고요함을 소리로 세팅한다면 <사운드 오브 메탈>의 음향 효과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영화가 해석하고 표현하는 ‘사운드의 의미’가 긴 여운을 내비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 (2018)

이미지: 파라마운트 픽처스

<컨저링>이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면,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 없이, 강렬한 소리를 전달하는 영화가 아닐까? 극장에서 팝콘을 씹지 말고, 녹여가며 봐야 할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를 듣고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을 피해 고군분투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 에밀리 블런트 주연 등 할리우드 대표 부부의 연출-연기 케미도 엿볼 수 있다.

소리를 듣고 추격하는 괴물이라는 설정 때문에 음향 효과를 최소화하지 않을까 싶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괴물을 피하기 위해 극중 인물들은 작은 소음까지도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사람 일이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 의도치 않은 발소리, 물건을 떨어트리는 소리 등 생활 소음의 효과가 웬만한 블록버스터의 폭발 장면보다 더 우렁차게 들린다. 오죽하면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를 먹는 소리마저 극중 주인공들에게 미안할 정도다. 소리를 내야 하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극한의 효과로 들리는 사운드의 아이러니. 그 간극이 쉴 새 없는 긴장감을 자아내며 보는 이를 영화에 빠져들게 한다. 6월 개봉하는 이 시리즈의 최신작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에는 얼마나 또 팝콘을 녹여 먹어야 할지 걱정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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