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서울·부산·울산 등 전국에서 버스타고 광주로 몰려와 집회
광주시민, 성숙한 시민의식 발휘…민주광장 지키고 충돌 없이 마무리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이었던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서 15일 윤석열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리면서 금남로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하지만, 1980년 5월 당시 금남로에서 총칼을 든 계엄군을 상대로 ‘민주주의’를 외치며 피로써 항거했던 광주시민들은 이날 계엄을 옹호하는 보수단체로부터 또 다시 금남로와 5·18민주광장을 지켜냈다.
양측 집회 참가자들의 주장이 정반대로 갈려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면서 경찰이 차벽까지 설치하며 긴장감이 높아졌으나, 광주시민들은 성숙한 민주주의 정신을 보이며 큰 물리적 충돌없이 양 측의 집회는 마무리됐다.
광주시민들은 보수단체들의 5·18에 대한 갖은 왜곡과 폄훼에도 냉정하고 의연한 대응을 하며 ‘12·3 계엄’을 주도한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을 목청껏 외쳐 보수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 목소리를 잠재웠다. 다만, 우려했던 것처럼 보수단체 일부 세력들과 탄핵 반대 집회 측 일부 참가자들은 5·18 사적지 표지석을 밟거나 침을 뱉었고, ‘5·18 북한 개입은 사실’이라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5·18 왜곡과 폄훼를 자행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먼저 시작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보수 성향 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이날 집회는 광주시 동구 금남로 SC제일은행빌딩 앞 도로에서부터 금남로 4가 사이에서 열렸다.
집회 참가자 대다수는 대구와 서울, 부산, 울산 등 전국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었지만, 일부 광주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각자 지역 명칭이 적힌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 시작 전부터 ‘나라사랑’, ‘애국연합’ ‘OO교회’ 등의 이름을 단 전세 버스 수십여대에서 내린 참가자들은 금남로 일대에서 서로 태극기를 나눠주며 자리를 잡았다.
이 단체는 전국에 총 동원령을 내려 대형 버스 수십대를 동원해 회원들을 광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 반대’, ‘계엄령은 합법’, ‘부정선거 검증하라’ 등 내용이 담긴 손팻말과 태극기, 성조기 등을 들고 집회에 나섰다. 집회 주최측은 “멸공”, “부정선거 수사하라”, “북침 주장 (문)형배 헌법재판관 OUT” 등 구호를 외쳤다.
반면, 불과 50m 간격을 두고 금남로 전일빌딩 앞 도로에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는 이날 보수 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보다 3시간 여 늦게 시작됐지만, 수 만명의 참석자들이 집회 시작 전부터 금남로와 5·18 민주광장을 가득 메우면서 탄핵 반대 집회를 압도했다.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민주화의 도시’ 광주를 지키겠다고 한 걸음에 달려온 시민들은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국민의힘 해체” “극우세력 물러가라” 등을 외치면서 탄핵 반대 집회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윤석열 정권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이 주최한 이날 집회에서 한 참석자는 “광주가 홀로 남았던 과거를 지났고, 더 이상 서로를 홀로 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면서 “민주화의 도시 광주에 힘을 보태기 위해 내려왔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온 민동혁씨는 “민주화에 있어서는 모든 대한민국이 광주에 진 빚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극우단체가 감히 광주에서 집회를 한다고 해서 내려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양 측 집회 참가자 간 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경찰이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 형태의 차벽(버스 6대)을 설치하고 형사기동대, 기동순찰대 20개 중대 등 1500여명의 경력을 배치해 양 측 참가자들의 동선 등이 겹치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 동선이 겹치는 중간 지점에서는 일부 다툼도 벌어졌다. 인근을 지나던 한 광주시민이 탄핵 반대 참가자들에게 “한심하다”고 말하자 집회 참가자가 “북한으로 가라”며 몸싸움을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됐다. 한 시민은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와 말싸움이 붙어 멱살을 잡으려다 경찰에 끌려나오기도 했다. 탄핵 찬성 집회 인원이 점차 늘어나자 경찰은 안전 관리를 위해 바리케이드를 전개하고 인도까지 통행을 막아섰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5·18민주광장과 금남로를 지켜주신 시민 여러분 감사하다”며 “질서 있고 성숙하게 대응해주셔서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고 외친 시민들의 구호가 또렷했다”며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에게 광장이 뺏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고 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하나인 광주에 외인부대가 수많은 버스로 동원돼 절반으로 쪼개졌다는 주장은 억지 주장”이라고 적었다. 박 의원은 “특히 일부 개신교 신자들을 전국에서 동원한 것은 예수님의 정의가 아니다”라며 “하나된 광주는 피로써 민주주의를 지켰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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