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금·통신비, 다음은 AI구독료…카드사·은행 할인·캐시백 이벤트 봇물

챗지피티·클로드 등과 이벤트·협업 활발…“결제 등록은 곧 충성고객…미래고객 선점 전략”
[사진=연합뉴스]

국내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금융권의 새로운 고객 유치 전략으로 부상했다.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금액이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넷플릭스를 앞지르는 등 이용자가 빠른 속도로 확대됨에 따라 금융사들은 챗GPT, 클로드 등 주요 생성형 AI 플랫폼들과의 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캐시백 및 구독료 할인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 플랫폼 주 고객층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선점하려는 금융권의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AI를 잡아야 고객도 잡힌다”…금융권 고객 유치 경쟁 무대로 떠오른 생성형 AI 플랫폼

한경에이셀 리서치팀이 최근 2년간 신용카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형 AI 서비스의 월별 구독 및 재구매율을 분석한 ‘2025년 한국 생성형 AI 소비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AI의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 등 주요 7개 서비스의 내국인 결제금액(추정치)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803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1월 34억원에서 2년 만에 2300% 넘게 급증한 것이다. 넷플릭스서비스코리아의 지난해 월 평균 구독료 매출 750억원 보다 큰 규모다.

이용자 확산 속도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싱크탱크인 AI이코노미인스티튜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에서 생성형 AI를 한 번 이상 사용한 생산가능 인구 비중은 30.7%에 달했다. 상반기(25.9%) 대비 4.8%p 증가한 수치다. 증가율만 놓고 봤을 땐 조사 대상 30개국 중 가장 높았다. 앞서 오픈AI는 한국을 챗GPT 유료 구독자 기준 세계 1위인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지목한 바 있다.

▲ 금융권 주요 AI 구독 서비스 이벤트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국내 금융권은 이러한 소비·이용 흐름에 맞춰 AI 플랫폼 유료 이용자들을 위한 맞춤형 혜택을 쏟아내고 있다. 단순한 결제 편의 제공을 넘어 AI 플랫폼 구독을 매개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려는 ‘락인(Lock-in)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2월 28일까지 하나 신용·체크카드로 챗GPT 유료 구독 시 현금 5000원 상당의 하나머니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하나머니는 하나금융그룹 가맹점 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통합 포인트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생성형 AI 서비스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업무와 일상의 생산성을 결정짓는 필수 고정비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번 이벤트는 고객들이 AI 구독 결제 카드로 하나카드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신규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1월 1일부터 31일까지 신한 신용·체크카드로 ‘챗GPT 플러스’ 또는 ‘클로드(Claude) AI’를 5달러 이상 유료 구독 시 최대 8000원의 캐시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1월과 2월 각각 5달러 이상 유료 구독 결제 시 3월 말 경 1월·2월 각각 4000원씩의 캐시백을 합산한 8000원이 지급된다. 단, 구독 관련 이벤트 수혜 이력이 없는 고객만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7월 자사 체크카드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월 22달러 수준의 챗GPT 플러스를 대폭 할인된 가격에 구독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일종의 공동구매로 진행된 이벤트는 사용자가 친구를 초대해 가격을 할인하는 ’소셜(Social) 요소’를 결합해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벤트는 초대를 수락한 친구의 수가 늘어날 때마다 할인 폭이 커져 최대 21달러 상당의 구독료를 캐시백 해주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 최근 AI 구독료가 소비자들의 필수 고정비로 정착하면서 금융권도 챗GPT, 클로드 등 AI 챗봇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캐시백 및 구독료 할인 이벤트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시중은행 ATM 기기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가전 생태계와 결합한 대형 AI 구독 서비스도 등장했다. 7대 전업카드사(KB국민·신한·우리·하나·삼성·롯데·현대카드)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삼성전자 AI 구독’ 카드를 통해 단순한 가전 구매를 넘어선 AI 라이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구독형 가전제품을 자동납부 결제로 이용할 경우 전월 이용실적에 따라 매월 1~3만원 할인을 제공받는 방식이다. 구독을 통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품군은 비스포크 AI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로봇청소기 등 주방부터 거실까지 가전기기 전체를 아우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030세대를 넘어 4050세대까지 업무와 일상에서 AI 챗봇 서비스를 거의 다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용률이 급격하게 높아졌다”며 “이제 AI 구독료는 통신비나 관리비처럼 매달 나가는 필수적인 고정비 성격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독 경제의 핵심은 한 번 서비스를 이용하면 좀처럼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지 않는 ‘락인(Lock-in) 효과’에 있다”며 “고객이 평소 사용하는 AI 서비스의 결제 카드를 자사 카드로 등록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확실한 장치가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AI 구독 수요 활용 움직임을 새로운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미래 금융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미래 고객 선점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OTT나 음원 스트리밍이 구독 경제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생산성 도구인 AI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AI 구독료는 한 번 지불하기 시작하면 사용 습관 때문에 중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고정비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의 AI 구독 수요 활용은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 미래 핵심 소비층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숙이 침투해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려는 고도의 ‘락인(Lock-in)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글=김성원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한국의 생성형 AI 유료 이용 규모는?
A. 2025년 12월 기준 국내 주요 7개 AI 서비스의 월 결제액은 약 80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넷플릭스 코리아의 월평균 구독 매출(약 750억 원)을 넘어선 수치다.

Q2. AI 구독료 할인 이벤트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금융사는?
A. 하나카드는 자사 신용·체크카드챗GPT 유료 구독 시 5000 하나머니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2026년 2월 28일까지 진행 중이다. 신한카드는 올해 1월 1일부터 31일까지 신한 신용·체크카드로 ‘챗GPT 플러스’ 또는 ‘클로드(Claude) AI’를 5달러 이상 유료 구독 시 최대 8000원의 캐시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Q3. 금융권이 AI 구독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A. 구독 경제의 특성상 한번 결제 수단으로 등록된 카드는 교체 주기가 매우 길다. 특히 업무 생산성과 직결된 AI 서비스는 통신비나 관리비와 같은 '필수 고정비' 성격을 띠기 때문에 초기 구독 결제를 자사 카드로 유도함으로써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고객 접점을 확보하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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