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 간의 갈등, 팀장은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까?

“팀장님, 박 대리랑 같이 일하기 너무 힘들어요. 다른 사람들 눈치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일에서 빠질 수 있을까 잔머리나 굴리고… 멤버 좀 바꿔 주세요.”

VS

“팀장님, 요즘 최 대리가 저 없는 자리에서 제 뒷담화를 하고 다닌다고 하네요. 아무리 프로젝트 팀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같은 팀원에게 그럴 수 있는지…”

만약 당신이 팀장이라면 위 두 사람의 말 중 누구의 말을 믿겠는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조직에선 항상 크고 작은 갈등이 벌어진다. 리더들은 해결의 책임을 지는데 늘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갈등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는 팀장이 그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스스로 갈등을 해결했다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 DBR 140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살펴보자.


❏ 리더는 훌륭한 조정자가 돼야 한다

어떤 리더는 ‘갈등은 나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기 전에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는다. 이들의 선택은 간단하다. 싸우는 둘을 불러서 ‘답’을 내 주는 것. 하지만 이는 당장의 급한 불은 끌지 몰라도 온전한 의미의 갈등 해결은 아니다. 리더의 지시를 받아 든 두 사람은 찜찜한 마음으로 또 다른 갈등을 준비하고 있을 확률이 크다. 리더의 판단이 상대에게만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다.​또 다른 리더의 선택은 정반대다. 갈등이 있을 때 이를 그냥 내버려 둔다. ‘갈등을 시너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서툰 지식만 갖고서 “알아서 잘 풀어봐”라고 말한다. 리더의 무관심에 의해 조직원들 간의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조직원들의 잡념은 커져간다. 갈등이 건설적인 시너지가 되려면 리더의 적절한 개입이 중요하다.

그래서 리더에겐 ‘조정자(Mediator)’의 역할이 필요하다. 조정이란 갈등하고 있는 당사자 외의 제3자가 개입해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조정을 잘하기 위해 리더가 가져야 할 핵심적인 자세는 뭘까?​쉬운 상황으로 풀어가 보자. 퇴근 시간, 강북에서 강남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그때 어떤 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1호 터널로 갈게요.” 기사의 ‘촉’이 좋아 운 좋게 1호 터널이 막히지 않으면 서로 행복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터널 안은 이미 주차장이다. 짜증이 난 당신은 이렇게 생각한다. ‘택시비 조금 더 받아 내려고 일부러 막히는 길 찾아 온 거 아니야?

’​똑같은 상황, 노련한 기사는 이렇게 묻는다. “1호 터널로 갈까요, 3호 터널로 갈까요?” 잠깐 고민하던 당신은 “1호 터널이 낫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1호 터널은 오갈 데 없이 꽉 막혀 있다. 그때 당신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내가 하자고 한 거니 어쩔 수 없지 뭐’라고 본인의 판단을 받아들인다.​

자, 택시는 똑같이 막히는 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당신의 판단은 180도 다르다. 이유는? 전자는 기사의 ‘일방적인 판단’에 의한 결과였지만 후자는 ‘스스로’ 결정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게 제대로 된 ‘조정’의 핵심이다. 갈등 당사자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했다고 생각할 때 결과를 받아들일 확률이 높아진다.​그들이 쓸데없는 넋두리를 하는 것 같더라도 기다려 주자. 대신 부하직원들이 스스로 그 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본능이 발동하므로. 이를 자극하는 자리가 바로 ‘조정’이다. 기억하자, 성공적인 조정의 출발은 ‘참여’라는 사실을.​​

❏ 조정 과정 4단계

답을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도록 만들어 주는 조정 과정은 크게 (1) 이해 관계자 파악 (2) 사실 관계 파악 (3) 대안 개발 (4) 실행 점검 등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먼저, 이해관계자를 명확히 찾아야 한다. 누구를 대상으로 조정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법인카드 사용 범위’ 문제를 놓고 영업팀 A 과장과 지원팀 B 과장이 싸우고 있다. 이 문제를 조정해 보겠다고 A, B 두 과장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해 봤자 답은 안 나온다. 서로에 대한, 혹은 회사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을 뿐. 이유는? 이들은 제도를 건드릴 만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을 정확히 고르는 것, 그것이 모든 조정 과정의 출발이다.​

둘째, 사실(fact)을 파악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실과 판단을 구분하지 못해 갈등을 키운다. 제대로 된 조정을 하려면 판단이 아닌 사실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생산적 논의의 출발이다.

셋째, 갈등 해결의 솔루션이라 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다. 이때는 협상학적 접근이 중요하다.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대표적인 한 가지, ‘교환법’을 소개한다. 일단 갈등 해결을 위해 각자 원하는 것을 최대한 많이 이야기한다. 이때에는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각자의 주장을 펼쳐 놓은 후에 각자 ‘꼭 지켜야 하는 것’부터 ‘양보할 수 있는 것’까지의 우선 순위를 정한다. 그 다음, 서로 생각하는 우선 순위에 따라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갖고 ‘덜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양보한다.

이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갈등하는 상대가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갈등 쟁점에 대해 각각이 중시하는 것을 찾는 것,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지키고 덜 중요한 것은 양보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조정자가 해 줘야 하는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실행을 위한 점검, 즉 실행을 위해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정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조정 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실행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무의미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식적 조정 과정에서는 ‘점검위원회’를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실행 여부를 체크하기도 한다. 팀 내에서 리더가 조정 절차를 진행했다면 갈등 당사자들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체크리스트는 만들어 둬야 한다. 그리고 이를 ‘눈에 보이도록’ 해야 한다. 각자의 책상에 붙여 둔다거나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이를 수시로 확인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 무엇보다 신뢰가 가장 앞서야

지금까지 조정이 필요한 이유와 효과적인 조정의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에 앞서 지켜져야만 하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조정자가 어떤 입장을 갖고, 어떤 절차에 따라 조정을 하는지가 갈등 당사자들에게 그리 큰 문제가 아닐 때가 있다. 대신 조정자가 ‘누구인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조정의 핵심은 리더 스스로가 부서원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느냐다.

당신이 신뢰받는 리더라면 설혹 당신의 조정 과정이 자신에게 조금 불리하더라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아무리 절차를 지키고 공정한 답을 이끌어 냈다 해도 뭔가 다른 꼼수가 있었던 건 아닐까 의심한다. 그게 사람이다.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라 그것이 누구로부터 나왔느냐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그는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유명한 오케스트라일수록 최고의 지휘자를 모시기 위해 애를 쓴다. 좋은 연주의 중심에는 항상 최고의 지휘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갈등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갈등 해결에 큰 목소리는 중요치 않다. 발에 땀이 나게 뛰어 다니며 모든 걸 해결할 수도 없다. 연주자들이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 소리를 완성해 나가듯 갈등 당사자들이 ‘상대’와 의견 교환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조정자는 지휘자여야 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140호
필자 최철규, 김한솔
정리 인터비즈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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