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챙기는 이재용 회장, 삼성전기 필리핀 사업장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을 찾아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래 먹거리인 '전장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필리핀을 중심으로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생산거점을 정비하고, 현장경영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 회장은 지난 6일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MLCC 사업을 점검했다. 삼성전기 경영진과 미래사업 전략을 논의한 후 MLCC 공장을 살핀 이 회장은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선점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수시로 △부산 △톈진(중국) △수원 등 삼성전기 사업장을 찾아 사업현황을 체크하며 고부가 MLCC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칼람바 생산법인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며 애로사항을 경청했다.

이 회장은 차량용 전장 사업을 삼성의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이 회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올리버 집세 BMW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 경영자들과 회동하며 전장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머스크 CEO와 만나 차량용 반도체 등에 대한 포괄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필리핀, 글로벌 핵심 공급 거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을 찾아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기는 1988년부터 MLCC를 개발·생산해왔으며, 전기차 및 자율주행 기술 발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장용 MLC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18년 텐진에 MLCC 2공장을 건설했다. 이 회장은 2020년과 2022년 부산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장용 MLCC 등 미래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부산사업장 방문 당시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하자"고 당부했다.

1997년 설립된 필리핀생산법인은 2012년 MLCC 제2공장을 준공하고, 2015년에는 2880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추가 증설하는 등 부산, 톈진생산법인과 함께 핵심 생산거점으로 성장했다. 필리핀생산법인은 2000년부터 정보기술(IT)용 MLCC, 인덕터 등을 생산해왔으나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성능 전장용 MLCC 추가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MLCC 시장이 2023년 4조원에서 오는 2028년 9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스마트폰에 IT용 MLCC가 1000개 정도 탑재되는 데 비해 전기차에는 전장용 MLCC가 3000~2만개 장착되고, 가격도 3배 이상 높다.

삼성은 부산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R&D)과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MLCC 특화지역으로 키우는 한편, 중국과 필리핀은 IT·전장용 MLCC의 글로벌 핵심 공급거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전장용 MLCC 1조 매출 '목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을 찾아 현지 임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은 전장 사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하만 등 전자부품 계열사의 역량을 총집결해 전기차 부품의 가치사슬을 구축한다는 구상을 가졌다.

전장용 MLCC는 자동차에 사용되는 만큼 △고온(150도 이상) △저온(영하 55도) △외부 충격 △높은 습도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최첨단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높은 신뢰성과 내구성이 요구된다. 현재 삼성전기는 △주행보조시스템(ADAS) △잠김방지장치(ABS) △파워트레인(동력장치) 등에 사용하는 다양한 전장용 MLCC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은 2016년 '디지털콕핏(디지털계기판)'과 카오디오 분야의 세계 시장 1위 기업인 하만을 인수합병(M&A)했다. 하만은 인수 첫해인 2017년 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2023년 매출 14조 3885억원, 영업이익 1조1737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기 수원, 부산사업장은 R&D 및 신기종, 원료 생산을 맡고 중국 텐진과 필리핀 생산법인은 대량 양산기지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MLCC의 핵심 원자재를 자체 개발·제조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전기차·ADAS 시장 성장에 맞춰 전장용 MLCC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