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날릴판... 날벼락 대출 규제, 실수요자 '분통'
"대출 나온다고 해서 계약금 1억 넣었는데, 갑자기 대출이 막혀서 막막합니다. 제2금융권, 제3금융권 다시 알아보는 중입니다(강동구 A씨)"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7)씨는 갑자기 막힌 대출 규제에 피가 마릅니다. 기존 집은 세를 주고 자녀 학교 인근 아파트로 갈아타려고 새 집을 계약했는데 갑자기 대출이 안나온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한 달 뒤까지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매매 계약금 1억을 날리게 됩니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실행… 대출액 줄어든다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가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최근 당국에서는 금융권을 압박하고 나섰는데요. 이에 7월부터 시중 은행에서는 금리 인상과 더불어 9월부터는 유주택자에 대한 신규 주담대를 중단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에 일선에서는 금융권이 대출을 축소하면서 오히려 애꿏은 실수요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평도 나오고 있는데요.
여기에 9월 1일, 금융당국이 최근 늘어나는 가계 부채 증가세를 줄이기 위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에 돌입했습니다. 이에 가계 대출 차주의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면서 주택 수요가 이전보다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DSR’이란 금리 상승 등 다가올 금리 변동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차주의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으로 스트레스 금리(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제도입니다. 스트레스 DSR 적용으로 실제 대출 금리가 오르는 것은 아니며, 총대출액이 감소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존에 금융당국에서는 올 초부터 내년에 걸쳐 스트레스 DSR을 3차례 단계별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스트레스 DSR 1단계가 시행됐으며, 9월 1일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됐습니다.
2단계 시행으로 스트레스 금리는 기존 1단계 당시 0.38%p에서 0.75%p로 변동됐습니다. 단, 수도권의 경우, 최근 급증하는 가계 부채 상황을 고려해 특별히 1.2%p로 상향됐습니다.
또한, 1단계에서는 기존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만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됐으나, 2단계부터는 은행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까지 확대됩니다(상단 표 참고). 단, 신용대출은 신규 취급분으로 잔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해당되며, 기존 대출의 단순 연장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매수세 일시 감소... 향후 연준 금리 지켜봐야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으로 일반 차주의 대출 한도는 기존 1단계보다 상당수 감소할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연소득 5000만원 차주를 기준으로 주담대 감소율은 주기형(5년 주기 고정) 시 비수도권 3%, 수도권 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은 비수도권 5%·수도권 8%, 변동금리는 대출 한도가 각각 8% 및 13% 축소하리라 예측했습니다(상단 표 참고).
금액상으로는 수도권에서 변동금리 선택 시 최대 4200만원, 비수도권에서는 2700만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소득 1억원인 경우, 각각 2배인 8400만원, 5400만원까지 줄어들게 됩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차주별 대출액이 줄어들면서 시중 은행권에서는 규제 이전 ‘막차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8월 29일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주담대 잔액은 약 567조735억원으로 7월 말(약 559조7501억원)보다 7조원 이상 늘었습니다.
9월 이후 현장에서는 주택 매수세가 감소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모 공인중개사는 “9월 이후 주택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면서 매수세가 지난달 말과 비교해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지금 매수세 감소가 일시적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도봉구 모 공인중개사의 경우, “스트레스 DSR 2단계 영향도 있지만, 원래 명절 전에는 매수 문의가 줄어든다. 금융 규제에 따른 수요 감소를 확인하려면 추석 이후가 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9월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고 있는데요. 향후 정부 대출 규제가 집값 안정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