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 92.5% 찬성한다던 연금개혁, 설문조사 문항보니 ‘갸우뚱’

최서은 기자 2024. 9. 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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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2%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연금개혁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정부가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 설문이 정부안에 대한 찬성을 유도하는 내용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문 내용에 정부 개혁 방향의 장점을 내세우고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민연금 제도 개혁에 대한 가입자 인식 및 동의 수준 조사’를 보면, 연금 개혁에 관한 설명이 정부 개혁 방향에 유리하도록 기술됐다. 예를 들어 “가입자는 감소하고 수급자는 증가하는 등의 영향으로 적립금이 점차 감소하여 2055년경 적립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한 후 연금개혁의 방향성(1.지속가능성 제고 2.노후소득보장 강화 3.모르겠음)을 묻는 방식이다. 노후소득보장 강화에 대해서는 필요성과 배경이 언급되지 않았다. 해당 문항에 대한 응답은 지속가능성 제고 52%, 노후소득보장 강화 45%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초 연금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지난 8월 국민연금 가입자 2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공개했다. 조사 결과 92.45%가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개혁안의 핵심 쟁점인 세대간 차등화 제도와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해서도 각각 65.8%, 67.4%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세대간 보험료율 인상속도 차등화와 관련해서도 장점만 설명한 후 설문했다. 설문은 “과거에는 보험료를 적게 내고 연금을 많이 받았지만, 현재 젊은 세대는 많은 보험료를 내고 적은 연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대간 차등화는 형평을 맞추고자 하는 제도”라고 설명한 후 동의 여부를 물었다. 같은 소득수준이라도 출생연도 1년 차이로 보험료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나 비정규직·자영업자가 많은 50대는 국민연금 사각지대로 더 몰리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제도 개혁에 대한 가입자 인식 및 동의 수준 조사’ 설문 문항. 보건복지부/전진숙 의원실

또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해외 국가들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신연금제도는 낸 보험료와 일정 수익을 받는 구조”라고 했다. 그러나 자동조정장치 도입으로 수급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진숙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보험료율 상승과 연금액 삭감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러한 정보는 숨긴 채 왜곡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정부는 연금개혁안이 야기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국민께 소상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단순히 제도에 관해 소개하고 현재 상황에 관한 사실을 설명한 것”이라며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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