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가 2026년 시범경기를 8승 2무 2패 성적으로 단독 1위를 차지하며 마무리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인천 SSG에게 3-6으로 패했지만, 전체적인 성과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예년과 달리 투타 모든 부문에서 안정감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김태형 감독은 올 시즌이 예년과 확실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작년과 재작년 시범경기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던 상황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2025년에는 윤동희, 나승엽, 고승민, 황성빈, 손호영 등 이른바 '윤나고황손' 라인업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단체 슬럼프에 빠지며 시즌 막바지 미끄러진 아픈 기억이 있다.
2024년 KIA와 닮은 위기 극복 스토리

롯데의 2026년 출발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중 주축 선수 4명이 도박 이슈로 이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외부 보강도 없었던 상황에서 터진 대형 악재는 팀 전체를 흔들어놓았다.

이런 상황은 2024년 KIA 타이거즈의 우승 시나리오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당시 KIA는 개막 직전 단장과 감독이 금품 수수 의혹으로 동시 경질되는 사상 초유의 공백 사태를 겪었다. 팀의 머리가 한꺼번에 사라진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이 KIA를 우승 후보에서 제외했지만, 결과는 통합 우승이었다.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과 함께 선수단이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며 똘똘 뭉친 것이 결정적이었다. 외부의 시선이 차가울수록 내부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졌고, 시즌 전 겪은 충격 요법은 선수들에게 매 경기 독기를 품게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 됐다.
베테랑들이 중심 잡는 팀 분위기

현재 롯데의 분위기가 바로 그런 상황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홍역을 치른 뒤 긴장감이 팀 전체를 감싸고 있다. 베테랑 노진혁은 이럴 때일수록 선배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우리가 무너지면 롯데 야구가 끝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롯데는 시범경기 내내 경기 후 단체 미팅과 강도 높은 특타를 병행하며 흐트러진 기강을 다잡았다. 김태형 감독의 가차 없는 쓴소리와 피드백이 더해져 말 그대로 딴생각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탄탄해진 투수진이 희망의 근거

올해 롯데의 가장 큰 변화는 투수진의 안정감이다. 비슬리와 로드리게스 외국인 원투펀치에 국내 선발진 박세웅, 나균안, 김진욱이 시범경기에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불펜도 김원중, 정철원, 최준용 외에 윤성빈, 박정민과 아시아쿼터 쿄야마가 가세해 한층 두터워진 상태다.

김태형 감독은 윤동희가 지난 2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야구가 생긴 것 같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한태양, 이호준, 이서준 등 어린 내야수들의 성장세도 고무적이다. 특히 이호준과 장두성이 많이 좋아졌고, 쿄야마도 점점 괜찮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유일한 걱정거리는 자신감

김태형 감독이 유일하게 걱정하는 부분은 선수들의 자신감이다. 정규시즌에 돌입해서 강력한 투수들을 만나 다소 부진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뚜껑을 열어서 1선발, 2선발과 승리조를 만나봐야 진짜 실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투수를 만나면 당연히 못 칠 수 있는데, 그래서 확 자신감을 잃을까 봐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내가 못 치면 누군가는 치겠다는 마음으로 붙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2024년 KIA가 절망 속에서 희망의 꽃을 피웠듯, 2026년 롯데도 스스로 뿌린 소금밭에서 기적을 일궈낼 준비를 마쳤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평행이론이 정규시즌에도 이어진다면, 올시즌 사직구장에는 오랜만에 가을이 찾아올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