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보증 끝나고 고장?” 기아차, 소비자에게 책임 전가해 품질 논란 재점화

‘디자인의 기아’가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엔진도, 전자장비도 아닌 헤드램프의 주간주행등(DRL)이다. 쏘렌토, 카니발, K5 등 인기 차종에서 헤드램프 내부 불빛이 누렇게 변색되는 ‘황변’ 현상이 잇따르며 차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현상이 보증기간이 끝난 직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시간이라도 맞춘 듯 고장이 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3년 지나자마자 ‘누런 DRL’… 소비자들 분통

2020년 이후 판매된 4세대 쏘렌토(MQ4)와 카니발(KA4), K5(DL3) 차주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불만은 ‘헤드램프 색이 변했다’는 것. 처음엔 희미한 노란빛이 도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형광등처럼 탁해지고 주간주행등 밝기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정기검사에서 ‘광도 미달’로 불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어 단순한 미관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보증 끝난 지 한 달 만에 DRL이 누래졌다”, “센터 가보니 수리비가 300만 원이라더라”는 글이 수백 건 올라왔다.

더 큰 문제는 DRL만 교체가 불가능한 일체형 구조라는 점이다. 결국 헤드램프 전체를 통째로 교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차주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원인은 ‘열’… 설계적 결함 지적

조명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의 원인을 “과열된 LED 모듈”에서 찾는다. 최근 차량 조명은 디자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 강한 광량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는 구조로 설계된다. 이때 발생하는 열이 내부 아크릴 라이트 가이드나 렌즈를 서서히 열화시켜 누렇게 변색시키는 것이다.

결국 내열 설계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명 업계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노후화로 보기엔 너무 일관된 시기와 형태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열 방출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증 끝나면 이상하게 고장’… 소비자들 ‘꼼수 의심’

기아 오토큐 측은 “외부 환경과 사용 조건에 따라 열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노후화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차주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부분의 차량이 보증이 끝나자마자 동일한 부위에서 같은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기아가 문제를 알고도 보증기간을 넘기려 한 것 아니냐”며 강한 의심을 표한다.

SNS에서는 “보증 끝나면 고장 나는 스마트 DRL”, “정확히 3년만 버티는 설계 아니냐”는 조롱 섞인 반응도 나온다. 헤드램프 교체 비용이 최대 300만 원에 달하다 보니, 일부 차주는 사설 수리점을 찾아 DRL만 따로 교체하는 비공식 수리를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제조사 보증이 완전히 무효화되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리콜은커녕 공식 입장도 ‘침묵’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기아는 아직까지 공식 리콜이나 무상수리 방침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 센터에서는 “법적 기준에 맞는 불량률이 아니므로 리콜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종, 여러 연식에서 유사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 단순한 개별 결함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입장이다.

소비자 권익단체 관계자는 “동일한 부품에서 반복적인 결함이 발생한다면 이는 제조물 책임법상 리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국토교통부에 결함 신고가 누적될 경우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의 기아’, 이제는 ‘책임의 기아’로

기아는 그동안 세련된 디자인과 트렌디한 감성으로 ‘디자인의 기아’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화려한 디자인 뒤에 숨겨진 품질 신뢰성의 균열을 드러냈다. 차량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헤드램프가 3년 만에 변색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디자인보다 신뢰가 더 중요해진다.

결국 브랜드의 진짜 디자인은 외형이 아니라 품질 유지와 책임감 있는 사후 대응에서 완성된다. 만약 기아가 이번 사태를 ‘노후화’로 치부하지 않고, 자발적인 무상수리 프로그램이나 리콜을 시행한다면, 이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신뢰 회복의 투자로 평가받을 것이다.

“품질보다 PR?” 브랜드 신뢰 시험대에 오른 기아

지금의 침묵은 오히려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자동차는 안전과 직결되는 상품이다. 불빛 하나라도 운전자와 보행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기아가 진정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길 원한다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하자 문제가 아니라 고객 신뢰를 지키는 첫 시험대가 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화려한 광고보다 한마디의 책임 있는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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