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80톤으로 헤즈볼라 지휘부 궤멸시킨 이스라엘…탱크·장갑차 집결시켜 지상전 준비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4. 9. 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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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마스 전쟁 1년 앞두고
폭탄실은 전투기 8대 출동해
헤즈볼라 지휘부 정밀 타격
이, 사망 이후에도 공습 계속
접경지대로 탱크·병력 집결
美, 중동 미군 추가 배치 검토
서방국가들 “전쟁 중단해야”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영상에 담긴 레바논 헤즈볼라 본부 제거에 참여한 전투기. 출격 대기 중인 F-15 전투기 8기에는 2000파운드급 초대형 폭탄이 100기 이상 장착돼 있었다. 아래는 지난 27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왼쪽)과 헤르지 할레비 군참모총장(가운데)이 이스라엘 공군사령부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모습. [신화 =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전투기 8대를 동시출격시켜 폭탄만 80톤(t)을 쏟아부으며 헤즈볼라 지휘부를 궤멸시켰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지휘부를 동시에 제거하기 위해 2초단위로 2000파운드(약 900kg)급 ‘벙커버스터’ 등 초대형 폭탄 100기를 퍼부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1년에 앞두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 일대 지상전까지 예고되면서 중동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참전과 미국의 파병 등 확전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은 이스라엘군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지시로 ‘새 질서(New Order)’ 작전을 수행했다. 이번 ‘나스랄라 제거’ 작전에는 공군 69비행대대의 F-15 전투기 8대 등이 투입돼 폭탄 100기 이상을 쏘았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영상에는 ‘하산 나스랄라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중앙본부 제거에 참여한 전투기’라는 자막과 함께 폭탄을 탑재한 전투기 약 8대가 공개됐다. 폭탄을 싣고 출격한 전투기는 폭탄없이 귀환했으며, 각 전투기는 2000파운드급 폭탄 15개이상씩을 탑재하고 있었다. NYT에 따르면, 미 육군 폭발물 처리 기술자였던 트레버 볼과 미 공군 출신 웨스 브라이언트 등 전문가들은 영상 속 전투기에 정밀유도시스템이 장착된 미국산 BLU-109 폭탄이 장착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27일 폭격으로 베이루트의 7층규모 건물 4채이상이 파괴됐다. 아미차이 레빈 하체림공군기지 사령관은 “폭탄 약 100개가 사용됐으며 전투기가 2초 간격으로 정확하게 이를 투하했다”며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이 20년간 헤즈볼라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으로 나스랄라 등 지휘부의 이동장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정밀타격하며 정보력의 보여줬다며 이스라엘 정보원이 헤즈볼라 내부 깊숙이 침투해 있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수장 제거에 불구하고 레바논 지상전을 예고하며 전쟁을 고삐를 죄고 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군(IDF)이 지상전에 대비해 레바논과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병력의 이동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며 “이 지역은 헤즈볼라 공습 수개월 전부터 대부분 비워져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제거 작전 이후에도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며 전날에만 200여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레바논 보건부는 누적사망자가 1030명, 부상자가 6352명이라고 밝혔다. NYT는 나스랄라 사망 이후에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인근에는 이스라엘의 폭격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폐허가 된 헤즈볼라 본부 주변 일대 [신화 = 연합뉴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북부 주민을 안전히 귀환시키고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헤즈볼라에 대한 강한 공격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나스랄라를 제거하는 것이 필수 요건이라는 결론에 이번 주 초 도달했다”며 “아직 과업은 끊나지 않았다”고 추가공세를 예고했다.

이같은 중동 일대의 긴장 수위 고조는 가자전쟁이 오는 10월7일로 1년을 맞는 시점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불과 두 달 사이 중동 내 친(親)이란 무장세력 연합체 ‘저항의 축’이 2명의 수장을 잇따라 잃은 상황에서 이들의 맹주인 이란의 본격적인 분쟁 개입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이란과 중동일대 시아파 무장단체들은 일제히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 “레바논과 자랑스러운 헤즈볼라 지원에 나서는 것은 모든 무슬림의 의무”라며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선언했다. 그는 “사악한 (이스라엘) 정권에 맞서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성명에서 “미국인들은 시온주의자들과의 공모를 부인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해 온 미국을 견제했다. 미국NBC방송과 인터뷰한 이란 관리 모하마드 하산 악타리는 “우리는 1981년에 그랬듯 이스라엘과 싸우기 위해 레바논에 군대를 파병할 수 있다”고 밝혔다.

28일(현지시간) 새벽 시리아 북서부 도시 이들리브에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사망에 기뻐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기념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하마스는 “이 흉악한 범죄에 대해 시온주의자와 이를 지원해온 미국 행정부에 책임을 묻는다”며 “저항의 지도자가 순교하면 더 용감하고 강하고 결의에 찬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가 그를 계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예멘 반군 후티는 “레바논의 무자헤딘(성스러운 이슬람 전사) 형제와 모든 지원 전선에서 지하드(성전) 정신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 경고했다. 이라크의 무함마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는 “시온주의자들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미국 국방부도 중동에 병력 증강을 검토하고 있다.

미 NBC 방송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나스랄라 사후 이란 및 헤즈볼라의 가능한 움직임에 대비해 역내에 미군 배치를 늘리는 방안에 대한 보고를 청취했다고 전했다. 중동일대에 4만명을 운용중인 미군은 중동전쟁에 직접개입하지 않고 있지만, 헤즈볼라 문제로 이란이 개입할 경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폭격받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EPA = 연합뉴스]
한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방국가들은 전쟁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와 통화했다며 “우리는 유혈사태를 종식하기 위해 즉각적 휴전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는 또 “우리는 레바논에서 어떠한 지상 작전도 반대한다”면서 헤즈볼라와 이란을 비롯한 주변국들에 “추가적인 불안정과 지역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우리는 분쟁 당사자 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지난 25일 서방국가들은 유엔총회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21일 휴전안을 제시했지만,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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