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중에 이런 차 또 나올까?” 역대급 인기였던 SUV의 정체

“이때 정몽구가 움직였다”…갤로퍼가 만들어낸 현대차 SUV 신화
출처-현대자동차

1991년, 현대자동차의 이름을 달고 등장한 SUV 하나가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었다. 바로 ‘갤로퍼(Galloper)’다. 지금의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으로 이어지는 현대 SUV 라인업의 시발점이자, 국산 SUV 대중화의 문을 연 상징적 모델이다.

갤로퍼는 현대자동차가 아닌, 당시 현대정공에서 개발됐다. 항공기와 공작기계를 만들던 현대정공은 정몽구 회장이 이끌던 회사로, 정주영 회장이 현대차 승계를 염두에 두고 첫 완성차 사업을 맡긴 것이 갤로퍼의 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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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현대정공은 독자 SUV 개발을 시도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계획을 전환해 일본 미쓰비시의 1세대 파제로를 라이선스 생산하기로 했다. 그렇게 태어난 갤로퍼는 1991년 국내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얻었다. 초기에는 2.5L 디젤 엔진 롱바디 모델로 시작해, 터보, 자동변속기, 인터쿨러 등 다양한 트림을 추가하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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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992년 한 해에만 약 2만 4천여 대가 판매, 국산 SUV 시장의 절반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며 당시 강자였던 쌍용 코란도 훼미리와 아시아 록스타를 밀어냈다.

갤로퍼의 강점은 검증된 파제로의 성능과, ‘현대’ 브랜드의 신뢰였다. 차량은 현대정공이 만들었지만, 판매와 마케팅은 현대자동차가 맡았고, 외관에도 ‘HYUNDAI’ 로고를 사용해 소비자 신뢰를 확보했다. 이후 1994년 사각형 헤드램프와 깃발형 미러를 적용한 ‘뉴 갤로퍼’가 출시되며 승용차 감성에 더 가까워졌고, 3.0L 가솔린 V6 엔진까지 추가되어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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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엔 큰 폭의 디자인 변경을 거친 ‘갤로퍼 II’가 등장했다. 직선적이던 초기형에서 벗어나 곡선미를 강조한 이 모델은 이후 숏바디 ‘이노베이션’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갤로퍼는 쌍용 무쏘의 등장과 함께 경쟁 구도에 직면했다. 벤츠 엔진을 얹은 무쏘는 고급 SUV로 자리잡으며 갤로퍼와 치열한 시장 싸움을 벌였다. 갤로퍼는 2003년 단종되었고, 그 명맥은 차기 프로젝트 ‘HP’를 기반으로 한 테라칸으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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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독자 개발 모델은 아니었지만, 갤로퍼는 국산 SUV의 출발점이자, 국민 SUV의 시대를 연 상징적인 모델이었다. 지금도 올드카 마니아들 사이에서 복원·개조가 활발하며, 일부 초기형 모델은 중고차 시세까지 오르는 등 여전한 팬층을 자랑한다.

갤로퍼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다. 대한민국 SUV 역사에 이름을 남긴 전설이며, 현대차 SUV 계보의 시작을 알린 ‘특별했던 차’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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