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관광객이 점령한 ‘낭만의 도시’... 심야 술집 투어 금지령

문지연 기자 2024. 10. 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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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시 “일상생활 망가져”
체코 프라하 전경. /픽사베이

‘낭만의 도시’ 체코 프라하가 만취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자 결국 단체 관광객들의 심야 술집 투어 상품을 금지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각) AFP통신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최근 체코 프라하시는 여행사가 주관하는 ‘펍 크롤’(pub crawl)을 전면 금지했다. 펍 크롤은 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현지 가이드와 함께 야간 술집을 방문하는 관광 상품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카를교와 프라하성 등이 밀집된 프라하 1지구에서의 술집 투어는 불가능해졌다. 지리 포스피실 부시장은 “프라하는 하룻밤 술 파티를 위한 관광객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충만하고 부유한 관광객을 원한다”고 말했다.

라거 맥주의 종주국임을 자임하는 체코는 세계 최고의 맥주 소비국이다. 작년 기준 국민당 평균 128리터의 맥주를 소비했다는 집계가 나올 정도다. 문제는 저가 항공이 도입된 후 만취 목적인 ‘총각파티’를 하려는 영국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어 도시 전체가 불편을 호소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1지구 주민들은 술에 취한 관광객들 탓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소음과 청결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거센 민원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일부 여행사의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프라하시는 조직된 가이드 투어만 금지했기 때문에 관광 산업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프라하 시의원들은 “도심에서 밤의 평화를 방해하는 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바플라브 스나렉 체코 호텔식당연합 회장도 “시내에서 술집을 찾아다니는 여행객들은 프라하 시민뿐 아니라 다른 관광객들에게도 골칫거리였다”며 “개인끼리 자체적으로 무리를 지어 술집을 방문하는 것은 누구도 막지 않는다. 이번 조치가 매출에 타격을 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유럽 주요 관광지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과잉 관광’으로 벌어지는 불편을 막기 위해 각종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경우 단체 관광 규모를 최대 25명으로 한정하고 확성기 사용을 금지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선 2028년까지 여행객에 대한 아파트 대여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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