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잘 치는 비결은 늘 주변에 있다!

[김수인의 ‘귀에 쏙쏙’ 골프 이야기-마지막회]
주말골퍼라도 "싱글" 목표의식 가져야
웨지 샷 연습에 항상 20분 이상 투자를
고수를 곁에 두고 조언을 경청해야
골프 매너 익혀 '필드의 신사숙녀' 되길

LPGA에서 빛나는 9승을 거두고 1년 7개월전 은퇴한 최나연(36) 선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골프를 잘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라는 질문을 기자로부터 받았다. 최나연은 지체없이 “무조건 반복 연습이죠. 하루에 공 500개를 석달내내 쳐보세요. 필드 라운딩도 1주일에 세 번씩 나가고요”

이에 기자가 “주말 골퍼(아마추어)는 그렇게 못하잖아요?”라고 하자 최 선수는 “(잠시 침묵) 그러니까 그냥 취미로 즐기세요. 골프는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늘어요. 그렇게 안하고 잘 맞기를 바라면 안되죠. 마음을 비우세요”

지난 2021년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때 최나연 선수의 경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나는 어떤 유형의 주말 골퍼일까

마음을 비우고 골프를 즐긴다? 이건 말이 그렇다 그렇지, 실제로는 실행하기가 어렵다. 일단 주말 골퍼를 세 파트로 분류해보자.

C파트는 그야말로 산책 삼아 즐기는 그룹이다. 1년에 두세 번 라운딩을 하니, 골프 룰과 매너를 지키는 것은 ‘남의 일’이다. 그저 동반자들이 멀리건(한번 더 치기)을 하나라도 더 주면 고마워하고, 퍼팅 기브(OK)도 넉넉히 주기를 매홀 기대한다.

평일 1인 총비용(그린피+카트피+캐디피+식대+유류대)이 30만원이나 드는 비싼 골프를 치느니 등산이나 여행을 가는 게 오히려 가성비가 높은 셈이지만 주위에 그래도 “골프 친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기량이나 스코어에 상관없이 아주 가끔씩 골프장을 찾는 부류다. 늘 100타를 넘기는 이른바 ‘백돌이', '백순이’들이다.

B파트는 매달 한 번씩은 라운딩을 하는 그룹이다. 한 달에 한 번은 출격을 하니 연습도 가끔씩 하면서 핸디캡이 나빠지지 않도록 작은 노력이나마 하는 이들이다.

그래도 한 달 한 번이면, 제 실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우므로 멀리건을 받아 실수를 만회하는 걸 선호한다. 첫 홀 올파를 주장하는 건 기본이다. 매너는 가능한 지키려 노력하지만 룰은 편한대로 적용한다. 예를 들어, 카트 도로에 공이 떨어지면 카트 도로 근처에 드롭후 다음 샷을 이어가야 하는데, 페어웨이로 훌쩍 던져 아무런 죄의식없이 플레이를 계속한다(룰은 카트 도로의 드라이버 한 개 길이내 드롭). 이들은 보기 플레이어(90타 이내 기록)가 목표다.

은근한 내기, 경쟁 부추기는 ‘양념’

A파트는 한 달에 두 번이상 라운딩하며 싱글 핸디캡 진입을 노리는 씩씩한 골퍼들이다. 그러기 위해 매주 한번은 연습장에서 기량을 가다듬는다. 이들은 첫 홀 올파없이 정확히 스코어를 기재하는 걸 원칙으로 삼는다. 멀리건은 동반자들이 합의해 18홀에 1인 하나씩 허용하는 게 보통이다.

이들은 내기를 세게 한다. 내기를 해야 기량이 발전한다며 1타당 1만원짜리도 불사한다. 내기가 세면 분위기가 살벌해질 수도 있지만, 이들은 상호 경쟁속에 매 라운드 샷이 정교해지는 장점을 발휘한다. 스코어가 뒤지거나 돈을 잃은 이들은 다음날 연습장에서 ‘칼을 갈기 때문’에 B, C 파트와는 확실히 급이 다르다. 81, 82세쯤에 스코어가 나이와 같거나 적게 치는 에이지 슈터도 가능하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어떤 그룹인가요?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C그룹에서는 탈피하시길 바란다. B그룹에 속해 있지만 A그룹 진입을 항상 염두에 둬 골프 채널의 프로대회 중계를 열심히 보고, 레슨 프로그램도 눈여겨 보고, 요즘 대세인 유튜브 시청도 게을리 말아야 한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지난 2022년 2월부터 써온 골프 칼럼에 마침표를 찍으므로 골프 잘치는 비결을 종합판으로 알려 드리려 한다.

골프 잘하는 비결 9가지

영화가 연기는 물론 각본, 촬영, 음악, 미술까지 아우르는 종합 예술이듯이, 골프 역시 종합 피트니스다. 샷 기술만 단련해서는 목표인 싱글에 도달할 수가 없고 근육 단련, 뇌 과학, 영양학, 멘탈 훈련까지 종합적으로 완성이 돼야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동반자를 배려해 ‘필드의 신사, 숙녀’가 되자. 부문별로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겠다.

1. 우리 뇌는 잠을 못잔 후유증을 이틀후 발현시키므로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라운딩 이틀전부터 잠을 잘 자도록 유의해야 한다.

2. (운전자의 경우) 운전한 피로는 운전한 시간이 흐른 뒤에 풀린다. 다시 말해, 집에서 골프장까지 한시간이 걸린다면 티업 두시간 전에 집에서 출발해 한시간 전에 넉넉히 도착, 식사하고 차 마시고 스트레칭 충분히 한뒤 1번홀을 맞아야 그날 플레이가 매끄럽게 이어진다.

3. 전반 9홀 후 그늘집에서 간식 혹은 식사를 할 때 동반자들과의 팀워크를 위해 술을 곁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반전에서 성적이 아주 좋았다면 그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 음식은 허기만 면할 정도로 취한다. 음식은 소화가 잘되는 바나나 섭취가 좋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퍼팅 연습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게 좋다.

4. 파3홀이나 파5홀에서 앞팀 플레이를 10분 이상 기다리며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먼산을 쳐다보며 복잡한 마음을 씻어내야지, 앞팀 플레이를 지켜보며 “야, 저 사람들 정말 공 못치네. 나는 공을 더 핀에 바짝 붙여야지!”라며 욕심을 내서는 미스가 나올 확률이 높다.

5. 연습장에서는 웨지 샷 연습에 20분 이상 투자하면 스코어가 확 줄어든다. 샌드 웨지, 피칭 웨지, 60도 웨지를 50m, 60m, 70m 등 거리에 따라 번갈아 연습해 100m 이내 거리라면 핀에 5m 이내로 붙이는 집중력을 발휘해보라. 스코어가 단번에 5~10타 줄어든다.

6. 이론상으로는 매홀 퍼팅수 한 개씩을 줄이면 18홀에 18타를 줄일 수 있다. 그린을 살피면 핀 뒤편이 내리막인 경우가 많다. 이 점만 유의해 내리막 경사때는 너무 세게 치지 않으면 스리 퍼트를 방지해 한 라운드에서 5타는 쉽게 줄인다. 라운드 직전 퍼팅 연습과 전반 9홀 끝난 뒤 퍼팅 연습에 1분이라도 매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7. 18홀이 끝나면 내기에서 돈을 잃었든, 스코어가 나빴든 훌훌 털고 반드시 모자를 벗어 서로 인사를 나누자.

8. 오랜만의 라운딩인데 연습이 부족했다며 하루 전 한시간 이상 연습에 땀을 흘리면 안된다. 근육의 피로는 24시간후에 완전히 풀리므로 하루 전에는 어프로치 위주로 30~40분 가볍게 연습해야 다음날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9. 희망은 자동차 키와 같다고 한다. 잃어버린 것 같지만 찾아보면 늘 주변에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골프 잘 치는 비결은 늘 곁에 있으며 스승(고수)도 가까이 있다.

골프칠때는 늘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땐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신에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게)”의 격언을 명심하자. 다시말해 남에게는 골프 룰 적용을 느슨하게 해도 자신만큼은 엄격하게 지키자는 뜻이다. 이러면 누구든 ‘필드의 신사 숙녀’가 될 수 있다.


김수인 칼럼니스트는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 PRN 부사장과 KT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 파이낸셜뉴스에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시작으로 주간조선, 한국경제, 스타뉴스, 오피니언 타임스, 미디어빌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골프 자문위원으로 활동중. 저서는 "김수인의 쏙쏙골프"와 "파워 골프" 두 권이 있다. 생애 최저 74타(2013년 솔모로cc), 핸디캡은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