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에 “기쁜 마음 금치 못하겠다”던 리유일 감독, ‘북측’ 표현에 불만…자리 박차고 퇴장

윤은용 기자 2026. 5. 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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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유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감독이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도쿄 베르디 벨레자와의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수원 | 윤은용 기자

기분좋은 우승 후 기자회견이었으나 뒷맛은 또 깔끔하지 못했다. ‘북측’이라는 표현에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이 발끈했다.

리유일 감독이 이끄는 내고향은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와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내고향은 전신인 AFC 여자 클럽 챔피언십을 포함해 이 대회에서 북한 팀으로는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경기 후 리 감독은 “내고향이 창단한지 14년 밖에 안됐다. 14년 밖에 안된 내고향이 오늘 아시아에서 1등의 지위에 오른 것은 전적으로 우리를 격려하는 총비서 동지(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와 당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감독으로써 우리 선수들을 대표해 이 크나큰 사랑과 믿음에 보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기쁜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 오늘 이순간을 위해 어려운 고비들을 이겨내고 감독의 지휘에 따라준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선제 결승골을 넣고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김경영도 “오늘 MVP는 나 하나의 공로가 아니라 선수와 감독이 뒤에서 나를 힘있게 밀어주었기에 이런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다”고 우승을 기뻐했다.

리유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감독이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도쿄 베르디 벨레자와의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리 감독은 한국에서 보낸 일정에 대해 “AFC의 조치로 여기에 와서 경기를 펼쳤다. 나와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분과 초를 아껴가며 노력을 했다”며 “그래서 오늘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우승과 우리 발전에만 신경을 썼고, 기타 이런저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우승으로 내년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챔피언스컵 출전을 확정한 것에 대해서는 “오늘 우리가 아시아 1등 팀으로 세계로 진출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이미 시상식은 끝이 났고, 우리는 새로운 도전으로 나가야 할 과제가 있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다 갈려서 앞으로 있게 될 큰 무대에서의 훌륭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대로 무난하게 흘러가는 듯 했던 기자회견은 마지막에 살짝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한 기자가 ‘북측 여자축구가 과거부터 수준이 높다’고 질문을 시작하자 리 감독이 통역관을 향해 ‘북측’이라는 표현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에 통역관이 “국호를 바르게 해달라”고 항의하고는 이내 “저 사람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리 감독의 의사를 전했다. 그리고 리 감독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리 감독은 앞서 북한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한국과 8강전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가 북한을 ‘북측’이라고 하자 “북측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라고 강하게 항의한 적이 있다.

리유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감독이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도쿄 베르디 벨레자와의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수원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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