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발기금의 역설]④ 넷플릭스 규제하려다 토종 OTT 역차별 '우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방발기금을 둘러싼 쟁점을 들여다보고 향후 과제를 분석합니다.

/생성형 AI(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률이 증가하고 유료방송 가입률이 감소한 가운데 OTT사업자에게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취지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과세 형평성 제고이지만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토종 OTT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5년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OTT 이용률은 2023년 77.0%, 2024년 79.2%, 2025년 81.8%로 증가했다. 유료 OTT 이용률 역시 2023년 57.0%에서 2025년 65.5%로 늘었다. 반면 IPTV·케이블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가입률은 2022년 92.7%에서 2025년 91.4%로 감소했다.

유료 OTT 시장은 국내에서 넷플릭스가 46.7%의 이용률로 1위인 가운데 티빙(13.0%), 유튜브 프리미엄(9.6%), 쿠팡플레이(7.1%), 디즈니플러스(5.1%), 콘텐츠웨이브(4.1%) 순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등 12인은 이달 13일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대형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포털), OTT 사업자를 방발기금 납부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OTT의 경우 이용자 수나 트래픽 양이 일정 기준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며 전년도 해당 사업 매출액의 최대 1% 이내가 징수된다. 문제는 '매출액 기준 최대 1%'라는 징수 조건이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국내 OTT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웨이브는 올해 2월 선보인 드라마 '리버스'를 끝으로 올해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을 사실상 중단했다. 티빙과의 합병이 2년째 지연되는 상황에서 20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콘텐츠웨이브의 매출은 2022년 2735억원, 2023년 3339억원에서 2024년 3312억원, 2025년 267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1188억원, 2023년 -803억원, 2024년 -277억원, 2025년 -121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부채는 2022년 3389억원, 2023년 3211억원, 2024년 2769억원이며 2025년에는 3149억원으로 부채가 연간 매출을 넘어섰다.

콘텐츠웨이브는 2023년부터 이미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 상태는 회사가 보유한 자산으로 부채를 갚고도 주주에게 투자금을 돌려주기 어렵기 때문에 경영위기 신호로 해석된다. 2025년 자본잠식비율은 전년(446.38%) 대비 172.08%p 상승한 618.46%까지 치솟았다.

티빙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티빙의 매출은 2022년 2475억원에서 2023년 3264억원, 2024년 4354억원, 2025년 4059억원으로 성장세에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22년 -1191억원, 2023년 -1419억원, 2024년 -710억원, 2025년 -698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당장 영업적자를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매출의 1%를 징수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OTT 업계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콘텐츠웨이브, 티빙, 넷플릭스 재무 현황 비교/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반면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넷플릭스)는 안정적인 재무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매출은 2022년 7732억원에서 2023년 8233억원, 2024년 8996억원, 2025년 1조541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 또한 2022년 142억원에서 2023년 120억원, 2024년 173억원, 2025년 203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는 2022년 1117억원, 2023년 1215억원, 2024년 1459억원, 2025년 3739억원으로 매출 대비 준수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규제가 시행될 경우 국내외 미디어 간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OTT 사업자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투명하게 공개돼 고스란히 기금 정산의 대상이 되지만 글로벌 사업자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해외 본사로 이전하며 법인세 절감을 해왔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 통신업계와 넷플릭스 간의 망 사용료 분쟁이 양사 간의 협력사업 계약으로 마무리된 선례를 볼 때 역시 해외 사업자에 대한 방발기금 징수가 실질적인 효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유진희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법안이 해외 사업자에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며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 이중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근본적인 방송산업 부흥을 위해서는 징수가 아닌 국내 사업자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발기금 부과 대상을 OTT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국내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추가 부담이 커질 경우 결과적으로 국내 콘텐츠 투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사업자들은 장기간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도 콘텐츠 투자 및 대용량 트래픽 처리 비용을 지속적으로 부담중인 상황”임을 지적했다.

반면 국회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들은 OTT 기업에 미디어 발전 기금을 부과하는 추세”라며 “그동안 국내 미디어 생태계에 기여하지 않았던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동일한 의무를 적용해 과세 형평성을 정상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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