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창간 80주년 특집] 작아진 학교, 그래도 꿈은 커진다

조고운 2026. 3. 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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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 출근 일기- 기자 쌤이 간다] 프롤로그 - 소규모 학교 시대

경남의 학교가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경남지역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사상 최초 1만 명대로 내려앉았고,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18곳에 달합니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로 이제 통폐합의 가속화와 전교생 60명 이하인 작은 학교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교실 규모의 축소는 위기인 동시에 학생 개인에게 집중하는 ‘개별 맞춤형 교육’이라는 미래형 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본지는 사라지는 교실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는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3월부터 12월까지 기획 연재 ‘작은학교 출근일기- 기자쌤이 간다’를 연재합니다. 소멸되는 현실에 안타까움보다는 그 좁아진 틈새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미래를 기록하고 싶어서입니다. 본격적인 작은 학교 출근에 앞서, 현재 도내 작은학교의 실태와 정책 현황을 들여다봅니다.

그래픽=조영주·클립아트코리아

도내 초등교 10곳 중 4곳 ‘60명 이하’
올해 입학생 사상 첫 1만 명대로 뚝

마을 존속 상징… 지역소멸 직결
경남형 미래 교육현장 모색할 때

◇초등학교 10곳 중 4곳이 ‘작은 학교’

경상남도교육청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경남의 작은학교(초중고 합계)는 총 269곳으로 전체 995개교의 27.08%에 달한다. 2021년 223곳(23.13%)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만에 46곳이나 늘어났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작은학교 증가 현상이 두드러진다. 2026년 기준 도내 초등학교 523곳 중 38.62%인 202곳이 작은 학교로 집계됐다. 10곳 중 4곳 가까이가 폐교 위기나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연도별로 2021년 160곳(31.43%), 2022년 163곳(31.96%), 2023년 168곳(33.07%), 2024년 191곳(36.45%), 2025년 196곳(37.33%)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중학교의 경우 270곳 가운데 55곳(20.37%), 고등학교는 200곳 가운데 12곳(6%)이 작은학교로 모두 전년(중학교 20.37%, 고교 5.52%)보다 오름세를 나타냈다.

작은학교 내부에서도 더 극단적인 ‘초소형’이 확인된다. 2025년 3월 기준 전교생 10명 이하 작은학교는 31곳에 달했다. 통영 욕지초연화분교(3명), 의령 낙서초(4명), 의령 남산초궁류분교(3명), 고성 영오초영현분교(5명), 산청 삼장초(5명), 합천 대병초(5명)는 전교생 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다. 통영의 통영사량중(4명)과 욕지중(4명), 거창 거창중고제분교장(4명) 등 상급학교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작은학교 증가는 결국 학교 문을 닫는 통폐합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도내 총 12개 학교가 통폐합됐다. 2021년 통영 한려초 영운분교 등 2곳, 2023년 하동 양보초 등 2곳, 2024년 함안 칠서초등학교 등 1곳, 2025년 산양초곤리분교장이 사라졌고, 지난 1일자로 창원 북면초 승산분교 등 7개교가 사라졌다.

◇지역별 격차…농산어촌에 집중

도내 18개 시·군별 학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작은 학교 비율은 군 지역에 압도적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합천은 전체 학교 32곳 중 23곳(71.9%)이 작은 학교로 집계돼 도내 18개 시군 중 작은학교 비율이 가장 높았다. 특히 합천 내 초등학교 17곳은 모두 작은 학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의령(71.4%), 함양(69.6%), 하동(68.9%), 산청(66%) 순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경남 10개 군 지역 중 8개 지역에서 학교 절반 이상이 작은 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초등학교급으로 범위를 좁히면 수치는 더욱 극명해진다. 하동(93.3%), 의령(91.7%), 창녕(81.3%) 등은 대다수 초등학교가 통폐합 위기권에 놓인 소규모 학교다.

반면 도시 지역인 양산(7.6%)과 창원(8.6%)은 작은학교 비율이 10% 미만에 머물렀다. 초등학교 기준 양산(11.6%)과 창원(13.4%)의 수치는 합천과 비교했을 때 최대 9배에 달하는 격차를 보였다.

단순 학교 숫자만 놓고 봐도 지역별 편차가 컸다. 작은학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합천(23곳)이었으며 하동(20곳), 남해(17곳)가 뒤를 이었다. 창원과 밀양 역시 각각 18곳의 작은 학교를 보유하고 있으나, 전체 학교 수 대비 비율 면에서는 군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위기를 전환점으로… 다양한 시도들

현재 경남의 작은학교 밀집 지역은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과 대부분 일치한다. 이는 작은학교의 존폐 문제가 단순한 교육계 내부의 학급 편성 차원을 넘어, 지역 소멸과 직결된 생존 과제임을 시사한다. 통상적으로 작은학교의 증가는 지역 공동체 붕괴를 알리는 위험 신호다. 학생 수 급감은 단체 활동 축소, 교육과정 운영의 경직성, 교원 수급 불균형 등 구조적 제약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이를 ‘미래 교육 모델’을 선제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하기도 한다. 학생 개별 맞춤형 수업과 지역 자산을 활용한 특색 교육과정, 학부모 및 마을 공동체와의 밀착 연계 등을 통해 작은학교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남에서는 작은학교를 통해 지역소멸 문제를 풀고, 새로운 미래교육의 가능성을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2020년부터 경남도와 경남교육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손을 잡은 ‘경남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이다. 타 지역에서 작은학교 이주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지자체는 빈집 정비와 일자리를 지원하고, 교육청은 특색 있는 교육과정과 학교 공간 혁신을 제공하고, LH는 학교 인근에 공공임대주택을 건립해 정착을 돕는 것이다. 현재까지 고성 영오초, 함양 유림초, 거창 북상초 등 총 13개소가 선정됐으며, 개소당 15억 원(도 5억·군 5억·교육청 5억)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이 사업을 통해 2024년 9월 말 기준, 62가구 265명이 이주했으며, 이 중 학생 전입은 151명(미취학 포함)에 달한다. 사업비 1억 원당 약 7.6명의 이주 효과를 거둔 셈이다.

교육과정 운영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작은학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성 결여와 학습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경남 공동학교’ 모델이 대표적이다. 2025년 3월 기준 작은 학교 비율이 50%를 상회하는 10개 시군(밀양, 의령, 창녕, 남해 등)에서 본격 시행 중인 이 모델은 작은 학교 간 벽을 허무는 사업이다. 지역 여건에 따라 주 1회 종일형, 오전형, 월 2회 혼합형 등 유연한 운영을 통해 혼자서는 하기 힘든 체육대회, 음악 수업, 토론 수업부터 수학여행까지 여러 학교 학생이 모여 함께 진행하고 있다.

경남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작은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적정규모학교 육성 정책을 세심하게 추진해 나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학교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질 높은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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