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증시, AI 덕에 급부상했지만 '쏠림 심화'는 리스크

인공지능(AI) 주도로 글로벌 주식시장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공급망 중심에 위치한 한국과 대만이 영국과 캐나다 등 일부 주요 시장을 추월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20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는 한국 증시가 영국을 앞지르고 세계 8위에 올랐고 대만은 캐나다를 제치고 6위에 등극했다고 전했다. 현재 상위 5개 시장은 미국, 중국, 일본, 홍콩, 인도다.

HSBC에 따르면 2004년 기준 한국 증시 시가총액은 4000억달러로 13위에 머물렀고 대만 증시는 약 5000억달러로 세계 12위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각각 4조4000억달러, 4조7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국가별 증시 시총 순위가 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주요 시장 대열에 진입했고 인도는 2023년 말 홍콩을 앞질렀다가 이후 다시 뒤처지기도 했다.

다만 한국과 대만의 확대 속도와 구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X 상장지수펀드(ETF) 빌리 르웅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여기서 특이한 것은 빠른 속도와 상위 10위권 종목들의 변동 폭이 매우 좁다는 점”이라며 “상위 10위권 재편은 사이클마다 발생하지만 보통은 내수 경기 호황이나 대형 기업공개(IPO), 혹은 장기간의 초과 성과에 의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대만 증시 상승세는 AI와 연계된 소수 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42.2%를 구성한다. 대만 증시의 경우 시가총액의 40%를 TSMC가 차지하고 있다.

마누라이프인베스트먼트의 준 추아 아시아 주식 책임자는 “두 지수 모두 사실상 AI와 반도체 테마 지수로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의 팀 모 아시아태평양 수석전략가 역시 “AI 하드웨어 테마가 시장을 확실히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에이전트형 AI로의 전환이 “토큰 수요 급증”을 촉발하면서 공급 부족과 함께 반도체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상승세가 반전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들이 약 130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해 코스피 지수가 큰 변동성을 보였다. 또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노사 협상 및 파업 가능성을 주시하면서 주가가 급등락했다. 이날 삼성전자 노사가 2026년 임금협상안에 잠정 합의하며 총파업이 유보됐다.

MSCI의 라만 아일루 수브라마니안 글로벌지수 연구 총괄은 AI에 의한 재평가가 지정학적 충격과 금리 기대 변화와 맞물리면서 올 1분기가 “글로벌 시장과 다중자산 포트폴리오에 특히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HSBC의 헤럴드 반 더 린데 아시아태평양 주식 전략 책임자는 “현재 많은 아시아 포트폴리오가 소수 종목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집중 리스크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며 “이는 추가 상승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집중도 리스크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덴마크 증시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시장 역시 각각 아람코와 노보노디스크가 지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덴마크 증시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수요 둔화 우려로 압박을 받았고 사우디 시장은 유가 하락과 함께 약세를 보였다. 다만 이후 유가 반등에 힘입어 일부 손실을 회복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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