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기는 콩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입니다. 여름이면 한국 산과 들 곳곳에서 자라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식물 위를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쳐 갑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황기는 중국 한나라 시대부터 황실 보약 재료로 쓰여온 뿌리로, 인삼에 버금가는 약효를 지닌 황색의 뿌리라는 의미에서 황기(黃芪)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별명인 백본(百本)과 왕손(王孫)은 각각 백약의 근본, 황실의 귀인이라는 뜻입니다. 2,000년의 사용 역사를 가진 이 뿌리가 한국에서는 산비탈을 덮는 흔한 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이 황기를 귀하게 여기는 역사는 문헌에도 뚜렷합니다. 중국 최초의 본초서인 신농본초경에 상품(上品) 약재로 분류되었고, 이후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도 기를 보하는 대표 약재로 기록됩니다. 한국의 동의보감에도 황기는 기를 돕고 살찌게 하며 어린아이의 온갖 병과 여러 가지 부인병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조선 시대 대표 한의학서인 향약집성방과 본초강목 모두에 이름을 올린 약재입니다. 기록으로는 이미 수백 년 전부터 한국에서도 약재로 써온 것이 분명한데, 정작 지금은 삼계탕 국물 내는 용도 외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황기 뿌리에 담긴 것들
황기 뿌리의 주요 약효 성분은 폴릭산(folic acid)과 콜린(choline), 폴리사카라이드, 사포닌 계열의 아스트라갈로사이드입니다. 동물실험에서 황기 분말을 대량 투여했을 때 신염 발생이 억제되고 단백뇨와 콜레스테롤혈증 발생이 지연됐으며 혈압강하 작용도 확인됐습니다. 당뇨가 있는 환자에서 혈당 수치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피로 회복과 면역력 강화, 항염증 효능은 오랜 임상 경험과 현대 연구 모두에서 확인됩니다. 체력을 높이고 전신 근육의 긴장도를 끌어올리는 작용도 기록돼 있습니다.

다만 황기의 효능은 뿌리의 연수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3년 이상 된 황기 뿌리라야 약효 성분이 제대로 축적되는데, 시중에서 식품으로 유통되는 황기 대부분은 1~2년근입니다. 3년근 이상은 한약재 회사들이 의약품용으로 선점하기 때문입니다. 1년근 황기는 약효가 미미해 삼계탕에 한약 향을 내는 용도 수준에 그칩니다. 껍질에도 약효 성분이 들어 있지만, 보존성을 위해 껍질을 제거한 채 판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
황기를 약재로 제대로 활용하려면 3년근 이상의 한약재 등급 황기를 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한약재 시장이나 한의원을 통해 구할 수 있습니다. 30~50g을 물 1.5리터에 넣고 약불에서 40분 이상 달여 하루 두세 차례 나눠 마시는 것이 기본 방법입니다. 닭고기나 돼지고기와 함께 끓이면 단맛이 올라오고 흡수가 더 잘 됩니다. 한국 대표 지리적 표시 약재로는 정선 황기가 등록돼 있습니다.

황기는 일반적으로 안전한 약재이지만, 당뇨 치료제를 복용 중인 경우 혈당을 추가로 낮출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자가면역 질환이 있는 분도 복용 전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중국과 미국에서는 아스트라갈루스(Astragalus)라는 이름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활발히 유통되는 약재입니다. 한국 산에서 밟고 지나가는 그 뿌리가, 해외에서는 캡슐과 추출물로 팔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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