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앵과 뉴스터디]킹메이커? 사기꾼?…추적! ‘명태균의 정체’

동정민 2024. 10. 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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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이라는 사람의 등장으로 한 달 넘게 정치권이 소란합니다.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줄줄이 언급되더니, 대통령과 영부인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야당에선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라는 이름까지 붙이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혹자는 정치 컨설팅을 했다고 말하고, 혹자는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도대체 명태균이라는 사람은 누구이길래, 정국을 혼돈에 빠뜨린 것일까요? 두 편에 나눠서 속속들이 설명드릴 텐데요. 우선 1편에서는 명태균은 누구이고, 그는 정치판에서 무엇을 한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시작 : 홍준표, 윤한홍, 박완수

명태균 씨의 근거지는 경상남도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이력들을 정리해볼까요. 경남에서 태어난 명 씨는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다가, 전화번호부 관련 업체를 창업했고, 이후 텔레마케팅 사업을 벌였다고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시사경남’이라는 매체의 대표 겸 편집국장을 지낸 것으로 나오는데, 공개된 명함을 보면 인터넷 신문과 인터넷 방송, 여론조사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좋은날 리서치’라는 여론조사 기관도 만든 것으로 나오고, ‘미래한국연구소’라는 업체의 회장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명 씨는 이런 이력으로 경남 정가에서 활동을 합니다. 경남지사를 지냈던 홍준표 대구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그 외에 여러 경남 지역 국회의원들과도 아는 사이죠. 명 씨는 여론조사 기관과 인터넷 언론사를 동시에 운영했죠. 경남 지역 정치인들이 선거를 치를 때쯤 명 씨가 먼저 접촉했다는 지역 정치인의 증언도 여럿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해주겠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선거를 잘 치를 수 있게 자문 해주겠다고요.

명 씨는 전과도 있습니다. 2016년에는 창원시 공무원에게 승진을 대가로 현금과 골프채를 받아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요. 2018년에는 창원시장에 출마하려던 한 후보자를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자신이 운영하던 ‘시사경남’에 결과를 공표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선거 여론조사를 하려면 별도의 자격을 갖춰야 하는데, 명 씨가 운영하던 업체는 선거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은 없었거든요. 한 마디로 무자격 여론조사를 해서 처벌받았다는 것입니다.

▶만남 : 김영선

이렇게 경남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던 명 씨가 중앙 정치로 올라와 활동하는데는 김영선 전 의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전 의원은 경남 출생이긴 하지만, 경남이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 일산에서 활동했던 정치인입니다. 35살의 나이에 국회의원이 되고 내리 4선을 하죠. 비례 2번, 그리고 일산에서 2번. 2012년과 2016년 총선에서 잇따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패하면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낙향합니다. 그러면서 명태균 씨와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김 전 의원은 경남지사에 도전하기 위해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출판기념회를 엽니다. 여기서 명 씨와 처음 만났다고 하고요. 이후 컷오프되지만 경남에 눌러 앉아 정치활동을 이어갔고, 명 씨와도 점차 가까워집니다. 지역 정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김 전 의원 입장에서는 명 씨의 도움이 필요했던 걸로 보이죠.

김영선 전 의원은 2020년 창원 의창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려 했지만 또 공천을 못 받습니다. 그러다 2021년, 조국 사태, LH 사태 등이 겹치면서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급락하고 보수진영이 활기를 띄기 시작합니다. 4월에는 민주당 출신 시장들의 잇따른 추문으로 열린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 재보궐선거도 열리게 되죠. 이 때 쯤 김 전 의원은 명 씨와 함께 서울로 향합니다. 당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에게 명 씨를 소개시키죠.

▶확장 : 김종인, 오세훈, 이준석

시기상 명태균 씨가 처음 만난 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으로 보입니다. 명 씨는 재보선 직전 김 전 위원장과 만났고, 이후 3년간 여러 선거와 관련해서 논의한 사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나에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표현하죠. 김종인 전 위원장이 최근 “찾아오면 만나준 것 외에 아무 관계없다. (명태균은) 자기 과시가 심한 사람”이라고 반박합니다. 그랬더니 명태균 씨는 다시 SNS에 ‘오늘 나의 정치적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라면서 ‘상중’이라고 적힌 그림파일을 게시하며 섭섭함을 토로합니다.

명 씨는 이 선거 직전 오세훈 시장도 만났다는데요. 명 씨 말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오 시장을 시장으로 만들라고 했다고 하죠. 당시 오세훈 시장을 만나자마자 “시장 할래요? 대통령 할래요?”라고 자신이 물었다면서, 서울시장 선거는 자신이 판을 짜고 여론조사를 들고 다녔다고 설명합니다. 오 시장은 “당시 도와주겠다고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라면서 마찬가지로 선을 그어버립니다. 결과적으로 오 시장은 당선이 되죠.

이어서 2021년 6월에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립니다. 나경원 의원, 주호영 의원 등 유력 주자를 제치고 30대 젊은 피, 이준석 대표가 탄생합니다. 명 씨는 이것도 자신의 덕이라면서 “왜 당대표가 됐는지 이준석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준석 의원과는 아직도 사이가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이 의원 말로는 전당대회 직전인 2021년 5월, 김영선 전 의원 소개로 만났다고 합니다. 선거 판세를 잘 읽었다고요.

당시 경쟁자였던 나경원 의원은 “뭔가 이때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하죠. 명태균 씨와 연관이 있는 여론조사 기관이 전당대회를 7번이나 여론조사를 했는데, 응답률이 낮고 조사가 단시간에 이뤄졌다, 연령별 성별 편향성도 보였다, 조작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이상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올해 전당대회 때 명태균 씨를 만났더니 “내가 당시 이준석을 1등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여론조사가 발표나기도 전에 이 의원이 결과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의혹, 그러니까 이 의원에게 높게 나오도록 여론조사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 그게 표심을 왜곡했다는 의심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준석 의원은 “3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느냐”면서, 부정이나 조작이 있었다면 증거를 대라고 맞받아쳤습니다.

▶절정 : 윤석열, 김건희

결과적으로 명태균 씨가 새로 알게 된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대표가 모두 선거에서 이겼죠. 직후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만납니다.

명태균 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처음 만났다는 날짜, 2021년 6월 18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준석 의원이 당대표에 당선되고 1주일이 지난 시점이죠. 그러면서 “내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대표를 만들었으니까 당연히 그쪽에서 저를 찾으러 다니지 않았겠나”며 윤 대통령 쪽에서 자신을 먼저 찾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죠. 명 씨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초반에 한 것으로 보이죠. 이후에는 명 씨는 경선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쪽에 유리하게 여론조사를 만들어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에도 명 씨가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죠. 안철수 후보쪽의 최진석 당시 상임선대위원장이 명 씨와 주고받은 메시지도 공개됐고요. 그런데 정작 윤석열 후보쪽 단일화를 맡았던 쪽에서는 명태균 씨를 잘 모른다고 합니다. 안철수 의원 역시 명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명태인지 황태인지 모르겠지만 난 모르겠다”고 하죠.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직후에 열린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가 열립니다. 명태균 씨를 중앙정치에 올린 김영선 전 의원이 빛을 보죠. 당시 박원수 의원이 경남지사에 출마하면서 창원 의창 선거구가 비게 되자, 김영선 전 의원이 출마해 당선이 되죠. 그런데 2024년 4월 총선에서 공천이 쉽지 않아진 김 전 의원이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를 선언합니다. 명태균 씨는 김해갑으로 옮겨서 출마하라는 조언을 하는 등 김 전 의원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또 공천을 못 받고 떨어집니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은 명 씨와 함께 지리산 칠불사로 가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최고위원을 만납니다. 신생정당 개혁신당에 입당할 테니 비례대표 1번, 안되면 3번이라도 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좌절되면서 총선에서 뱃지를 달지 못하죠.

▶분열, 그리고 폭로

명태균 사태가 터지게 된 건 지난달인 9월 5일 뉴스토마토 보도를 통해서였습니다. 이후 여러 폭로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내밀한 이야기가 어떻게 밖으로 새어 나온 걸까요?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경상남도 선관위가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인 강혜경 씨를 창원지검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고발합니다.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씨 등 4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달라고 의뢰하죠. 선거관리위원회는 매년 2월 중순까지 모든 국회의원으로부터 전년도 회계 내역을 보고받고, 이를 검사합니다. 그런데 2022년도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 내역을 살펴봤더니, 김 전 의원이 매달 명태균 씨에게 수백만 원을 송금하더라는 거죠. 선관위는 이게 정상적인 회계가 아니라고 보고, 검찰로 넘긴 것입니다.

실제로 강혜경 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영선 전 의원이 자신의 세비를 명태균 씨에게 꾸준히 줬다고 폭로했죠. 그러면서 통화녹취도 공개합니다. 명 씨가 김 전 의원에게 ‘2분의 1’을 받기로 했다는 취지의 내용, 또 김 전 의원은 현찰로 뽑아서 급여의 절반을 주겠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죠. 강혜경 씨는 이게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재보선 공천을 받은 대가로 명 씨에게 돈을 주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은 ‘명 씨가 선거 때 빌려준 돈을 김 전 의원이 돌려준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공천과는 무관한 돈거래였다는 것이죠. 김 전 의원은 오히려 강혜경 씨가 돈을 착복했다면서 사기와 횡령으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공천대가 의혹까지 지금 검찰이 수사 중이죠.

결과적으로 내부에서 원팀으로 활동했던 김영선 전 의원, 명태균 씨, 강혜경 씨가 서로 사이가 틀어지면서 내부 폭로들이 터져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까지가 2018년 무렵부터 약 7년 동안의 ‘명태균 일대기’입니다. 명태균 씨는 어떤 인물일까요? 좋게 말하면 정치 컨설턴트 역할, 선거에서 여론조사를 가지고 전략을 조언하는. 그리고 정치 인맥을 활용해서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역할이었던 걸로 보이죠.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 였는지는 말이 서로 다르지만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정치판에 많은 선거 브로커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명태균 사태가 커진 건 바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 때문이죠. 대통령 부부와 실제로 어떻게 엮인 것으로 보이는지, 공천개입 의혹, 그리고 여론조사 조작 의혹까지 이건 내일 전해드리겠습니다. 퀴즈 나갑니다.

정답을 아신다면 유튜브에 ‘동앵과 뉴스터디’를 검색해서 해당 영상에 댓글 남겨주세요. 추첨을 통해 시원한 커피를 드립니다.
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내일 뵙겠습니다.

구성: 동정민 기자·김정연 작가·정현우 기자
연출: 황진선PD
편집: 박현아·허수연PD 

동정민 기자 ditto@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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