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반기 거래만 2조...'상품권깡' 티메프가 판깔고 카드사가 키웠다
[편집자주] 티몬과 위메프는 셀러들에게 줄 판매대금을 정산기일 전까지 다른 용도로 활용했다. 판촉 등 마케팅 비용으로 썼고 인수합병(M&A) 자금에 보태기도 했다. 그 사이 부족한 유동성을 메우는데는 상품권 판매가 활용됐다. 상품권은 판매 시점과 사용시점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했다. 유동성이 부족해질수록 상품권 할인율은 높아졌고 티메프의 상품권은 상테크족, 상품권깡 업자들에게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카드사들은 이런 수요를 파고 들어 매출을 늘렸다. 그리고 폭탄이 터지자 모두 다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티메프 사태로 드러나 상품권 시장의 민낯을 파헤쳐봤다.
올해 상반기 이커머스에서 거래된 상품권 거래액만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카드사는 '상품권깡' 위험에도 거래액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선 정황도 드러났다. 금융당국의 관리부재 속에 상품권시장의 거품이 커졌고 티메프 사태의 뇌관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카드를 통한 거래가 583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롯데카드의 카드업계 순위는 5위에 불과하지만 상품권 결제액은 가장 컸다. 이어 비씨카드가 3388억원, 신한카드 3015억원, 삼성카드 3007억원 순이었다. 다만 비씨카드는 비씨카드를 발행하는 은행 12개사와 자체카드 결제 금액을 포함한 금액이다.
하나카드는 844억원이라고 보고했지만 일부 판매금액을 누락한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실제 이커머스에 거래된 상품권 거래액은 2조 120억원보다 크다는 얘기다.
상반기에 거래된 2조원 중 58.7%는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커머스 3사(이하 티메프)에서 거래됐다.
【☞관련기사 : 티메프, 올 상반기에 상품권만 1.2조원어치 팔았다】
이커머스가 액면가보다 많게는 10% 할인된 금액에 상품권을 판매하면서 상품권으로 재태크를 하는 이른바 '상테크'족은 물론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세력까지 가세하면서 온라인 상품권 판매시장은 급속도로 커졌다.
상품권 환급처인 간편결제 회사(PG사)들은 충전 한도를 높여 상테크를 부추겼다. 시장이 커지자 온라인에서 할인판매되는 상품권을 대리 구매해주는 법인도 생겨났다. 개인의 경우 상품권 구매 한도가 한 카드당 한달에 100만원으로 제한돼 있지만 법인카드 구매한도는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법인의 경우 값싸게 풀린 상품권을 다량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카드사들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상품권 구매도 결제 실적에 포함하면서 소비자들을 적극 유치했다. 또 상품권 구매 대행 업체에는 2% 안팎의 리워드를 제공하며 적극적인 영업에 나섰다. 한달에 수백억원의 상품권을 구매하는 상품권 구매 대행 업체가 자사 카드를 이용할 경우 이용금액의 2% 안팎의 돈을 돌려줬다. 일부 카드사는 상품권 구매 시 거쳐야 할 인증절차를 간소화해주기도 했다.
【☞관련기사 : '백마진'에 '인증'도 간소화...티메프 상품권 구매 독려해 배불린 카드사】
지난달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상담 가운데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에 따른 '신유형상품권'(온라인상품권) 관련 상담이 가장 많았다. 총 5만5277건 가운데 신유형상품권 관련 상담이 1476건(2.7%)이었다. 소비자원이 진행 중인 티메프 상품권과 해피머니 집단 분쟁조정에는 약 1만3000명이 참여했다.
올 상반기에 이커머스에서 거래된 2조원이 모두 상품권깡에 사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중 절반 가까이가 티메프에서 거래됐고 티메프 사태의 뇌관이 됐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승래 의원은 "신용카드사들이 실적을 위해 상품권깡을 부추겼고 금감원은 사실상 이를 방치했다"며 "결국 당국의 감독 실패가 티메프 사태와 상품권깡 피해를 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정부가 방치한 사이 '괴물'된 상품권 시장】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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