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가 시작되면 집안 공기부터 달라진다. 창밖은 며칠째 흐리고, 빨래는 널어놔도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사람을 가장 성가시게 하는 건 이불이다.
분명 깨끗이 빨았는데도 어딘가 눅눅하고, 얼굴을 파묻으면 꿉꿉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햇볕에 널지 못하는 계절, 이불을 어떻게 뽀송하게 되살릴 수 있을까. 방법을 알고 나면 장마철도 그리 두렵지 않다.
꿉꿉한 냄새의 정체는 ‘덜 마른 물기’다

이불에서 나는 꿉꿉한 냄새의 원인은 대부분 하나로 모인다. 완전히 마르지 않은 물기다. 섬유 속에 습기가 남아 있으면 그 안에서 세균과 곰팡이가 자라기 시작하는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부산물이 바로 그 특유의 쉰내다. 빨래를 잘못한 게 아니라, 말리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 사람이 자면서 흘리는 땀도 한몫한다. 하룻밤 사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수분은 컵 한 잔 분량에 이른다. 이 습기가 이불에 스며든 채 눅눅한 장마철 공기와 만나면, 이불은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변한다. 그러니 장마철 이불 관리의 핵심은 세탁 횟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습기를 빼내는 데 있다.
널기 전에 ‘탈수 한 번 더’가 답이다

실내 건조의 성패는 이불을 널기 전에 이미 절반쯤 결정된다. 비결은 간단하다. 세탁이 끝난 뒤 탈수를 한 번 더 돌리는 것이다. 이불처럼 두꺼운 빨래는 겉은 짜진 것 같아도 속에는 물기가 잔뜩 남아 있다. 추가 탈수만으로도 건조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마른 수건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탈수할 때 큰 수건 한두 장을 함께 넣으면 수건이 이불의 수분을 빨아들여 물기가 한결 덜 남는다. 사소해 보이지만 눅눅한 계절에는 이 몇 분의 차이가 냄새가 나느냐 안 나느냐를 가른다.
이불은 ‘八자’로 널어야 빨리 마른다

이불을 건조대에 널 때도 요령이 있다. 반으로 접어 척 걸쳐두면 겹친 안쪽 면이 마르지 않아 그 부분에서 냄새가 피어난다. 건조대 두 칸에 걸쳐 이불을 벌려 널거나, 옷걸이 여러 개를 끼워 이불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주면 공기가 드나들며 훨씬 빨리 마른다. 이불 단면이 八자 모양으로 벌어지게 넌다고 생각하면 쉽다.
위치도 중요하다. 벽에 바짝 붙이지 말고 방 가운데, 공기가 잘 흐르는 곳에 두는 게 좋다. 여기에 선풍기 바람을 이불 쪽으로 틀어주면 건조 속도가 배로 빨라진다. 에어컨 제습 모드를 함께 켜두면 방 안 습도 자체가 낮아져 더욱 효과적이다. 바람이 통하는 길만 만들어줘도 실내 건조의 반은 성공이다.
드라이기와 다리미, 응급처치로 요긴하다

당장 오늘 덮어야 하는데 이불이 눅눅하다면 응급처치도 가능하다. 드라이기의 따뜻한 바람을 이불 구석구석 쐬어주는 것이다. 특히 몸이 닿는 가운데 부분을 집중적으로 말리면 잠자리가 한결 보송해진다.
다리미가 있다면 더 확실하다. 낮은 온도로 이불 위를 슥슥 다려주면 남은 습기가 날아가면서 열로 세균까지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스팀 기능은 쓰지 않는 게 요령이다. 습기를 빼려는 마당에 수분을 더하면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이불 커버라면 건조기에 20~30분만 돌려도 새 이불처럼 뽀송해진다.
안 빨아도 냄새는 뺄 수 있다

매번 이불을 빨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세탁 없이 냄새를 잡는 방법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개지 말고, 30분쯤 펼쳐두어 밤새 밴 땀과 습기를 날려 보내는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각 잡아 개는 습관이 오히려 습기를 가두는 셈이니, 장마철만큼은 이불에게도 숨 돌릴 시간을 주자.
베이킹소다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불 위에 베이킹소다를 얇게 뿌리고 30분쯤 두었다가 청소기로 빨아들이면, 냄새 분자와 습기가 함께 제거된다. 여기에 방 안에 신문지를 뭉쳐 두거나 제습제를 놓아 습도를 낮춰주면 이불이 눅눅해지는 속도 자체가 느려진다. 결국 장마철 이불 관리는 거창한 게 아니다. 물기를 빨리 빼고, 공기를 통하게 하고, 습기가 쌓이기 전에 날려 보내는 것. 이 세 가지만 기억하면 비 오는 계절에도 뽀송한 잠자리를 지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