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Veteran] 삼성 라이온즈 임창민

생각의 깊이가 곧 야구의 깊이

인터뷰 전, 그의 대학 동문인 한강 작가를 주제로 잠시 스몰 토크가 이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역시 ‘채식주의자’를 이미 한참 전에 읽어 둔 상태. 물구나무를 선 영혜에게 쏟아졌던 주위 시선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일면 공감되기도 했다는 한 줄 평도 덧붙였다. 그의 말을 들으며 프로 선수가 가진 무게가 어떨지 어렴풋이 가늠해볼 뿐이었다. 첫 대화부터 범상치 않았던 그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졌다. 그리고 기대한 대로 그는 내면의 깊이만큼이나 야구에 대한 생각도 아주 깊고 진했다. 인생이 가득 차 있는 사람과 만나 내 인생도 덩달아 꽉 채워지는 기분이 이런 걸까. 가득 담긴 이야기들을 함께 들어보자.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Sangeun Yeon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1년이 끝나고 난 뒤

인터뷰 시작하기 전에 팬분들에게 인사 부탁해요. (12월 14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임창민입니다. 추운데 잘들 지내고 계시죠? 전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현장에선 오래전부터 봤는데, 저와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인터뷰 때마다 주옥같은 말이 한가득이더라고요. 그래서 오늘도 기대가 됩니다.
제가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편집자분이 잘 만들어주신 거예요. 저도 그런 부분에서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어엿한 베테랑이 됐어요. 소감이 어떤가요?
내년이면 마흔이 되는데요. 어릴 때는 40세 선수를 보며 삼촌들이라 생각했는데 제가 그 나이가 됐어요. 전 신인들이랑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난다고 느끼거든요. ‘저 친구 얼굴이나 내 얼굴이나 차이가 있어?’라고 문득 느끼곤 해요. (웃음) 하지만 그 신인들은 저를 삼촌으로 보고 있겠죠.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일단 마무리 캠프를 다녀오고 조금 쉬다가 최근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는 느낌은 안 드네요. 개인 시간은 한 보름 정도 있었고 그 후로는 운동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야구가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휴식 시간엔 뭘 했나요?
와이프랑 공연을 자주 보러 다녔어요. 근데 대부분은 그냥 누워있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보름이 너무 빨리 지나갔네요.

한국시리즈를 경험했기 때문에 시리즈 내내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많았겠어요.
사실 없었어요. 내가 어떻게 했다고 이야기를 해도 그렇게 안 할 거고, 결국 본인이 편한 대로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편하게 해~ 어차피 질 건 지고 이길 건 이기는 거야” 이런 식으로 말하고 최선을 다하자고만 말했어요.

이번 시즌을 마치고 마무리 캠프에 갔다는 소식에 놀랐어요. 고참 선수는 잘 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캠프에 참여한 이유가 뭐였나요?
트레이닝 파트 쪽에서 “네가 와서 어린 선수들과 조화를 이뤄주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처음엔 “제가요?”라고 했는데 트레이닝 파트에서 절 많이 도와주시거든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제가 운동을 열심히 하면 신인들도 자극을 받을 수 있잖아요. 후배가 잘해야 저도 살기 때문에 갔습니다.

오키나와에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운동만 하니까 재밌는 일이 있지는 않았지만, 오키나와의 츄라우미 수족관에 갔었어요. 영화 ‘아바타’에서만 봤던 거대한 물고기들을 봤고, 영화 같은 한 장면을 감탄하면서 본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텐트 치고 자고 싶더라고요. 평화롭고 유유자적하고… 그리고 아래서 보면 물고기가 날아다니는 것 같잖아요. 공상 과학에서 보던 그런 느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느꼈어요.

수많은 야구선수와 인터뷰를 해봤지만 지금은 야구선수와 대화하는 느낌이 아니에요. 특히 얼마 전에는 야구 학술대회에서 강연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강연보다는 발표죠. 다음 주에 하는데요. 거기에 정재승 교수(KAIST 뇌인지과학과)님이 오신다는 거예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이거든요. ‘내가 언제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랑 말을 해볼까?’ 하는 생각 때문에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근데 거기에 ‘학술’이 들어가잖아요. 저랑 같이 발표하는 분들을 보니 ‘내가 실수를 했나?’ 싶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주제로 할지 일주일은 넘게 고민했는데, 제가 재활했던 경험을 자료로 만들어둔 게 있거든요. 그걸 발표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럼 임창민 선수의 주제는 뭐예요?) 스포츠 과학이에요. 제 안에서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 제가 느꼈던 스포츠 과학에 대해 말하려고 해요. 선수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기반으로 발표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아직 발표 전이지만, 강연 내용을 요약해서 말해준다면요?
투수들이 가장 궁금한 것이 ‘구속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에 관한 거잖아요. 저는 2000년대 초반에 야구를 하고 프로에 온 사람이니까, 항상 선배의 경험들을 배워 투구폼 교정을 해왔어요. 하지만 지금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와서 측정하고 판단을 해주잖아요. 세이버메트릭스 전문가들은 저희 공을 보고 판단하고, 트레이너들은 저희 몸을 보고 판단해주고요. 본인에게 맞는 투구폼이나 근력의 발달 정도를 세부적으로 디자인해 주는 시대예요. 이걸 선수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또 누가 주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선배가 되기까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서 시작해 NC 다이노스, 두산 베어스를 거친 뒤 다시 히어로즈로 복귀했다가 지금은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있어요. 개인 통산 네 번째 팀인데, 삼성에서의 야구는 어땠나요?
어떤 직종에서는 ‘이 정도 일 처리만 하면 하루가 지나가’라고 하지만, 내 발끝에서부터 힘을 다 모아서 쏟아부어야 하는 직종도 있잖아요. 전 그게 스포츠 분야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삼성은 그런 팀이고요. 지원팀에서도 어떻게든 지원을 해줘서 선수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퍼포먼스를 만들어 내게 하고요. 모든 분야에서 쥐어 짜내서 결과를 만드는 팀이에요. 다른 팀들도 열심히 하겠지만 삼성은 마른걸레에서까지 물을 짜내듯이 운영해요.

이제 동갑 선수가 잘 없잖아요. 근데 삼성에는 동갑 친구도 있고, 심지어 선배까지 있어요.
선배가 있는 게 되게 오랜만이어서 어색했어요. 돌이켜 보니까 거의 십 년 만이더라고요. NC에 있을 때도 투수조에서는 최고참이었기 때문에 야구장에서 선배한테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게 새삼 낯설더라고요. 근데 오히려 마음은 편했어요.

팀 유튜브의 대주주로 활약하고 있는 걸 보니 이적 후에 잘 적응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저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근데 구단 유튜브 담당자분들도 삼성처럼 저를 마른걸레에서 물 짜듯이 짜주더라고요? 그렇게 영상을 만들어 낸 거죠. (적성에 맞아요?) 힘들 때도 있어요. 제작진들이 제 캐릭터를 잡았더라고요. ‘애니를 사랑하는 오타쿠 야구선수’로요. (웃음) 그래도 그런 낭만에 빠진 선수로 이미지를 부드럽게 잘 잡아주셔서 좋아요.

삼성의 어린 선수들을 보고 “스스로 의심을 거둬들이는 과정인 것 같다”라는 말을 했어요. 후배들이 본인에게 자주 와서 조언을 받나요?
그렇진 않아요. 다들 바쁘잖아요. 서로 그냥 대화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될만한 부분이 있으면 후배들도 저도 가져갈 수 있는 거고요. 제가 그 친구들보다 모든 부분에서 뛰어나거나 앞선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도 피드백을 받고, 후배들도 제게 피드백을 받으면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가 되겠다 싶었어요.

임창민 선수가 선배라면 야구 고민뿐만 아니라 인생 고민도 자주 털어놓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인생 고민으로 전화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어요. 제가 도움이 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요. 잘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제 조언이 의미 없을 거고요. 정말 쟁취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친구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할 정도로 간절한 선수들에게요. (그런 선수들에게 어떤 말이 잘 통하나요?) “네가 정말 최선을 다하는 게 맞아? 너 쉬는 날 힘들다고 그냥 쉬어? 식사까지도 최선을 다해봤어? 쉬는 것도 최선을 다해 쉬어봤어?” 이런 말들을 했을 때 깨닫는 친구들이 몇 명 있었어요.

마무리 투수, 불펜 투수로 활약하면서 팀 기록을 자주 강조하더라고요.
어릴 때 2군 생활이 길었어요. 그러다 보니 누군가가 절 써주지 않으면 전 아무것도 아니게 되고, 반대로 절 써줘야만 비로소 ‘야구선수’가 되더라고요. 그 선택권이 다른 사람에게 있는데, 저는 그걸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발버둥을 치고 있는 제게 기회를 줬던 그 시간이 제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계기였어요. 그때, ‘이게 나만의 기록이 아니구나. 혼자만의 노력으로만 되는 건 아니구나’라고 느꼈어요. 선수들끼리 도우니 제 타이틀이 하나씩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홀드나 세이브 같은 지표들은 개인 기록이 아니고 그 순간을 함께한 동료들의 기록이라고 느끼는 거죠.

1군과 2군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는데, 지금 퓨처스리그에 있는 선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경기장에서만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마”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정말 열심히 해야 할 때는 그라운드에 들어가기 전이라는 의미로요. 경기 전에 최선을 다하고 경기에 들어가면 모든 걸 내려놓으라고 해요. ‘난 여기서 져도 괜찮아. 난 최선을 다했어’ 이런 마음을 가지라고요. 첫 번째로 가져야 할 생각은 부담을 떨치고 두려움 없이 공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해줘요. 실제로 저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반전을 이뤄냈기 때문입니다.

주위에서도 임창민 선수를 보고 야구선수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해요. 이유는 ‘모든 걸 다 알아서’라고요. 동의하나요?
그건 아니에요. 오히려 요즘에 전 모르는 게 많은 편이거든요. (그럼 선수들이 왜 그렇게 말했다고 보나요?) 여러 가지 세상살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해요. TV에 나오는 모든 것에 관심이 가고, 신기한 것이 보이면 ‘또 저건 뭘까?’ 하는 호기심도 생겨요. 그러다 보니 다 아는 것처럼 보이나 봐요.

혼자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이유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어서라면서요.
맞아요. 그래서 대학생 때도 수업을 일부러 혼자 들었어요. 제가 야구부 친구들이랑 수업을 가려고 하면 그중 한 명은 꼭 싫다고 해요. 운동만으로도 힘드니까요. 근데 성적이 다르게 나오면 친구가 서운해하기도 해요. 전 정말 열심히 하면 그 수업에서 B 학점도 받을 수 있는데, 그러는 게 괜히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우리는 동료인데… 그래서 수업을 혼자 듣기 시작했어요. 하나 기억이 나는 게 ‘산업화와 현대사회’라고, 노동 문제에 관한 수업이었어요. 제가 정말 열심히 들었거든요. 근데 최근에 같이 그 수업을 들은 학생 중 한 명이 제 인터뷰 기사를 보고 글을 남겼더라고요. 수업에 한 번 나올 때마다 정말 열심히 하더라. 이 학생이 지금 이렇게 성장했구나 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정말 뿌듯했어요. 선수가 아닌 학생 임창민이 얼마나 치열하게 수업을 들었는지 알아줄 증인이 생긴 거니까요.

애니메이션에 관심 있는 건 너무 유명해서 잘 알고 있어요. 요즘 최대 관심사는 뭔가요?
최근에 아내랑 이야기했어요. 애니를 만들어놓고 왜 2기를 빨리 안 내놓는지요. 이렇게 만들 거면 완결까지 한방에 만들어놓지. 왜 1기를 만들어놓고 1년씩 기다리게 하냐고요. 그게 제일 짜증이 나고 왜 그럴까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웃음) (어떤 애니메이션인데요?) ‘괴수 8호’랑 ‘체인소 맨’이요.

계속 인터뷰를 하다 보니 임창민 선수가 MBTI 성향 ‘T’라는 사실이 더 믿기지 않네요.
매일 T라서 혼나고 있습니다. 저는 위로를 했는데 위로받지 못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떻게 위로하는데요?) “괜찮아? 그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 이 정도로요. (왠지 알겠어요. 말투는 따뜻한데 내용이 T네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 본인의 성격은 어떻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내성적인데 친해지면 말이 늘고요. 간섭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귀차니즘’이 있고요. 그리고 변수를 아주 싫어하는 성격입니다. 모든 것이 제가 짜둔 플랜 안에 들어와 있어야 해요. 그걸 넘어가면 저도 모르게 실수를 하거든요.

야구에 대해 다양한 시선을 생각한다고 했어요. 하이 패스트볼도 다른 시선에서 만들어 낸 케이스고요. 혹시 다음 시즌에 염두에 둔 것이 있다면요?
생각해 놓은 걸 상대방이 당해야 하는데… 제가 철저하게 계획한다고 해서 상대가 무조건 당하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말하면 비밀 공개인가요?) 말해도 못 칠 사람은 못 치고, 칠 사람은 쳐요. (웃음) 최근 야구 트렌드가 횡적 변화구라서 그 횡적 변화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고민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슬라이더라는 변화구가 타자들에게 위협이 안 됐어요. 근데 오히려 지금은 슬라이더, 포크볼 조합이 뜨고 있거든요. 그래서 변화구의 조합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공략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동행이 끝나기까지

오래전 얘기를 해볼 거예요. 야구를 시작할 때, 숫기가 없고 운동을 정말 좋아해서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그 당시 광주에 있는 학생들은 야구를 안 보면 대화에 낄 수가 없었어요. 이종범, 선동열 선수와 해태 타이거즈를 빼놓으면 대화가 안 되는 시절이었죠. 그 시대에 살았던 모두의 꿈이 야구선수였기 때문에 저도 하고 싶었죠. 근데 내성적이어서 야구를 하고 싶다고 손을 들진 못했어요. 다행히 할머니께서 손잡고 가주셔서 야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시작할 때는 타자였다면서요. 타자를 계속했다면 지금 본인의 인생은 어땠을까요?
지금은 안 보이지 않았을까요? 제가 공을 무서워해요. 힘도 없고요. 투수 하길 잘했어요. 공도 못 잡고 홈런도 못 치고… (투수를 한 게 신의 한 수였네요?) 그렇죠. 타노스의 핑거 스냅처럼요. 1,400만 번째 중 한 번의 기회를 잡은 것 같아요. 야구는 제가 완벽하게 원하는 성향의 스포츠예요. 몸싸움을 싫어하고, 땀 묻는 걸 싫어하고, 거칠고 아픈 것도 싫어해요. 투수는 다칠까 봐 공 날아오면 피하라고도 하거든요. 공도 피해도 되고 주위 사람들도 투수를 배려해주잖아요. 어떻게 보면 야구는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스포츠예요.

2008년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됐지만, 흔히 알다시피 당시 구단 사정이 좋지 않았잖아요. 지명 직후에 걱정이 되진 않았나요?
전 상위 지명이 유력한 선수여서 지명 자체에 자신은 있었어요. 대신 기도를 했죠. ‘제발 현대 2차 2번만 안 되게 해주세요. 제발요!’ 하고요. 그러다 딱 현대 2차 2번이 됐죠. 지명이 안 되는 선수도 있으니까 싫은 티는 못 냈지만, 계약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 계약이 안 되면 군대에 가야 하나, 붕 뜨면 어떻게 할까 고민을 계속했죠. 그리고 결국 선수등록 마감 이틀 전에 겨우 계약을 했어요. 정말 시작할 때부터 힘들었고 모든 순간이 충격적이어서 초조할 겨를도 없었어요. 너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보니, 그 후로 어디를 가도 초호화 시설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때의 경험으로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어요.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훈련 스케줄을 짜 주고 싶어요. 스스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거든요.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도 몰랐고요. 그 속에서 제가 발전할 수 있는 뭔가를 던져줬으면 2군에서 보낸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삼성에서의 계약이 내년까지잖아요. 요즘 현역 선수들은 오랜 시간 뛰길 원하는데 본인은 어떤가요?
잘 모르겠어요. 일단 힘닿는 데까지 하는 거고요. 어떻게 해서든지 힘이 있는 상태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뒤에 이 생활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아니면 마지막으로 한번 불꽃을 딱 피우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아직은 ‘매일 최선을 다하자’ 정도로 가고 있어요.

남은 시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요?
100홀드는 꼭 하고 싶어요. 100세이브 100홀드를 하게 된다면 KBO리그에서 세 번짼데요. 100세이브 100홀드가 딱 두 명 있어요. 정대현 코치님이랑 정우람 코치님이요. 그분들은 너무나 화려하고 상징 같은 분들이잖아요. 그런 화려한 선수들 사이에 ‘이렇게 누더기(?)가 된 선수도 낄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요. (본인의 커리어에 비해 누더기는 너무 겸손한 표현 아니에요?) 앞에 뛴 선배님들이 너무 화려한 분들이라서요. 그 기록을 달성하면 제 발버둥에 대한 상징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임창민의 남은 야구 인생은 어떨 것이다!’
임창민의 남은 야구 인생, 마지막까지 ‘동행’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야구가 싫었어요. 너무 힘드니까요. 아마추어 시절, 연습을 시작할 때 친구들끼리 맨날 “나 내일 안 나올 거야. 오늘이 마지막이야”라고 할 정도로요. 근데 결국 내일이 되면 다 나와요. 그리고 프로에서는 다시 태어나면 야구는 절대 안 할 거라고 자주 말하거든요. 그렇지만 야구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에요. 어쩔 수 없이 야구와 동행하는 거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요. 그래서 마지막 동행을 행복하게 끝내고 싶습니다.

구독자분들에게 마무리 인사 한마디 부탁드려요.
국내 최고의 야구 잡지인 <더그아웃 매거진>과 함께한 덕분에 여러분들을 만나게 돼 즐거웠습니다. 비시즌 기간인데 여러분들을 찾아뵐 수 있어서 좋았고요.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더그아웃 매거진> 관계자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5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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