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 공사비 부풀리고 학교 태양광에 헛돈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2023. 6. 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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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억 줄줄 샌 교육교부금
남북교육기금 44억 무단 전용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운영비로
교사 뮤지컬 보고 치킨 사먹어
교육부, 97건 편법·낭비 적발

올해만 70조원이 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학령인구 감소에도 매년 증가하면서 '눈먼 예산'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용 조건에 맞지 않는 전용은 물론, 교직원들의 '쌈짓돈'으로 부정하게 사용되는 일도 허다하다. 정부가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에 이어 대표적인 예산 남용 사례로 정조준한 것도 이 때문이다. 6일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의 17개 시도교육청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로 드러난 부정 사용액은 총 282억원이다.

조사 결과 남북교육교류협력기금 총 44억원이 지난 3년간 북한에 지원됐다. 북한의 교육복지 지원이나 교육계 교류 확대를 위한 기금이지만 집행 내역을 살펴보면 주로 식량이나 의료물자 등을 북한에 보내는 데 사용됐다. A교육청은 이 기금을 활용해 의료물자(6억원)와 식량(2억6000만원) 등 영양물자를 북한에 지원하는 데 사용했다. B교육청은 기금 3억원을 대북 영양물자 지원에 썼다.

조사단은 "현재 남북관계를 감안하더라도 남북한 교육기관 간 상호 교류와 협력이라는 기금 설치 본연의 목적보다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에 주로 집행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이 같은 물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법령 위반 사항도 발견됐다. A교육청은 2021년 14억원, 작년 3억원 규모 대북 물품 반출 용역계약을 체결할 때 특정 단체와 반복해 1인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품 반출 시 사용한 컨테이너(약 8000만원)를 구매하고도 장기 렌탈한 것으로 허위 정산한 사실도 적발됐다.

또 수의계약을 체결한 수탁업체에서 북한 협력단체의 개인 실명이 없는 공급확인서만 제출받은 채 사업을 종료했다. 지원한 물품이 북한 현지 수혜기관에 최종 전달됐는지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사업을 완료 처리한 것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확인서를 보면 작성 주체가 적혀 있지 않아 물품의 실제 전달 여부와 최종 수혜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남북교육협력기금의 적립액 대비 집행 실적이 6.8%로 저조하지만 최근 3년간 매년 10억원씩 추가 적립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학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중 발전량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거나 파손된 태양광 패널을 방치하는 등 시설 관리가 미흡한 사례 120건이 8개 교육청 소재 학교에서 발견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전환사업 운영비 예산은 목적에 맞지 않는 교직원 뮤지컬 관람비나 바리스타 자격 취득 연수비, 심야 시간대 치킨 주문 등에 총 3억7000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20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은 전국 노후 학교 건물 2835개동을 최첨단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교육시설 환경개선 사업과 관련해서는 총 33억원(45건)을 부당 집행한 사안이 적발됐다. 주요 사례로는 총 8개 교육청에서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인 교직원 관사 건설용역 공사대금을 지급할 때 부가세를 포함했다. 이로 인해 총 49개 공사에서 부가세 약 30억원이 과다 지급됐다. C교육청 관내 사립학교에 대해 5억원 이상 건설공사 14개를 표본 점검한 결과에서는 창호 공사에 필요한 유리 물량 산출 시 총 1억9000만원의 물량이 과다 계상됐다. 또 5개 교육청 29개 학교에서는 내용연수(8년)가 넘지 않은 책걸상 등을 절차 없이 교체해 예산 3억4000만원을 지출했다.

민간단체에 지급된 정부 국고보조금 중 300억원 이상이 부정하게 사용됐다는 정부 발표가 최근 나온 가운데 수백억 원 규모 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낭비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교육교부금 운영 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가 해마다 수만 명씩 급감하고 있지만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내국세 수입의 20.79%를 매년 전국 시도교육청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내려보내고 있어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교부금도 증가해온 것이다. 2013년 41조600억원에서 올해 75조7600억원으로 34조원 이상 늘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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