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건물 앞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남자들이 주고받는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됐는데 담배 피는 공간 바로 옆 주차된 스쿠터에 장착된 배달박스를 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야 이제 스티로폼으로 저런걸 다 만드는구나. 머리 진짜 좋네! 가볍고 보온 잘되고 정말 끝내주겠다. 근데 내구성이 받쳐주나? 스티로폼이라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은데?”
“에이 그럼 가격이 엄청 싸겠지. 스티로폼으로 만든거니까 몇 번 쓰고 부셔지면 새 걸로 바로바로 교체하고 그런거 아닐까? 소모품 포장재처럼?”

해당 제품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저런 대화를 듣고 있으니 웃음이 나왔지만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들었던 대화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잘 모르는 일반인 입장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터사이클 뒤쪽에 장착해 짐을 싣거나 헬멧을 보관하는 제품을 우리는 흔히 탑박스라고 부른다. 가장 일반적으로 불리는 탑박스라는 명칭 말고도 리어박스, 리어백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코로나 이후 배달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후에는 배달박스나 배달상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실 탑박스란 존재가 모터사이클 뒤에 장착되기 시작된 것은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이 제품이 대중화되고 양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배달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면서다.

스쿠터를 기반으로 한 배달용 모터사이클의 수가 증가하면서 시장에서는 탑박스를 장착한 모터사이클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스쿠터와 대형 탑박스 조합의 모터사이클은 당연히 배달용으로 사용되는 모터사이클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기도 했다. 탑박스는 플라스틱 기반에 알루미늄 등 금속으로 외형을 마감한 대형 탑박스의 수가 가장 많았고 배달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배달용 탑박스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했다. 그래서 배달용 모터사이클을 판매하는 센터에서는 배달용 3종 세트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 거치대와 탑박스, 탑박스 고정용 브라켓을 기본으로 장착해 판매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장이 흘러가며 배달 모터사이클 액세서리 시장에도 이런 저런 변화들이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새로운 소재로 만든 탑박스의 출현이었다. 이 제품은 국내 라스트마일 시장에서 필요한 모든 S/W 및 H/W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 IT 기업 무빙(Mooving)에서 최초로 판매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이 새로운 소재의 박스를 두고 일명 포도박스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는데 참고로 포도프렌즈는 배달하는 사람들이 모터사이클 주문부터 계약 관리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서비스배달대행사 사장님을 위한 통합 서비스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포인트는 바로 소재다. 일반인들이 보면 마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스티로폼처럼 보이는 이 소재는 엄밀히 말하면 스티로폼과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포장재나 보온 및 완충재로 잘 알려진 스티로폼은 의외로 상표명인데 워크맨이나 호치케스, 바바리코트 처럼 보통명사화 된 상표명 같은 개념이다. 스티로폼은 한글로 정확히 표기하면 발포 폴리스타이렌이고 영어로는 EPS(expanded polystyrene)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스티로폼은 알갱이 형태(비드)로 가공된 EPS를 팽창시켜서 제작한다. 이 보온판의 98%가 공기로 구성되어 있어 매우 가볍고 갇혀 있는 공기층이 단열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보온성이 매우 우수하다.

포도박스를 만드는데 사용된 이 소재는 스티로폼이라 불리는 EPS가 아니라 EPP인데,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서 EPS와 EPP의 차이를 알고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포도박스라는 제품을 설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포도박스가 우리가 흔히 스티로폼으로 알고 있는 EPS가 아니라 비슷하지만 다른 특징을 가진 EPP라는 사실이다. Expanded Polypropylene의 약어인 EPP는 범용 플라스틱인 Polypropylene을 화학적 발포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리적(무가교성)으로 발포한 구형태의 입자를 말하는데 이런 복잡한 설명 대신 쉽게 자동차 범퍼 안에 들어가는 완충재를 생각하면 된다.

자동차를 수리하는 모습이나 공사장 같은 곳에서 집을 짓는 모습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스티로폼으로 보이는 소재를 본 적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 자동차 범퍼 안에 저렇게 작은 힘으로도 맥없이 부셔지는 스티로폼을 넣어도 되나? 건물을 짓는데 보온도 중요하지만 좀 더 힘을 받을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동차 범퍼 속과 공사장에서 우리가 본 그 소재는 사실 EPS(스티로폼)처럼 보이는 EPP로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순수한 PP 성분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EPP는 제작 시 발포 배율에 따라 5배, 8배, 10배, 15배, 30배, 45배, 60배, 70배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배율에 따라서 그 용도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15배나 30배 정도의 EPP는 자동차용 완충재나 건축자재, 산업용품 등에 사용되고 45배 정도의 EPP는 포장재와 대전방지용 포장재, 보온재, 산업용품 등에 사용된다. 그리고 60배 이상 고배율의 EPP는 충격방진재 등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포도박스의 제조사는 이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된 소재가 기존의 EPP 대비 모든 성능이 30% 이상 향상된 EPP Plus+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단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EPP Plus+의 특성에 대해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포도박스를 만드는데 사용된 소재가 일반 스티로폼과는 다르고 EPP라는 그보다 강한 소재보다 더 좋게 업그레이드된 재질로 만들어졌다고 이해하면 될 듯 하다.

처음 제품을 마주하면 "아니 어떻게 이런 소재로 이런 탑박스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지금이야 EPP 소재로 만든 탑박스를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포도박스의 등장 이전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거나 금속 소재로 외부를 마무리한 탑박스들이 거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모터사이클 시장과 액세서리 시장을 지켜본 입장에서 이 제품의 등장은 나름 탑박스라는 서드파티 시장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터닝포인트 같은 제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사실 모터사이클 뒤에 장착되는 상업용 탑박스의 본래 용도는 안에 보관하는 물건을 안전하게 수납하고 파손이나 훼손 없이 이동시키는 용도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온기가 있는 음식 같은 것이라면 온도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플라스틱부터 알루미늄 까지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존재하고 모터사이클의 온기가 있는 배기가스를 파이프를 통해 탑박스쪽으로 유입시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이 개발돼 출시된 적이 있기도 했다.

이런 목적으로 봤을 때 포도박스는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이동시키며 온도를 유지하는데 매우 적합한 제품이다. 어느 정도의 강성이 보장되는 EPP Plus+의 특성상 내용물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이동시키는데 전혀 문제가 없고 소재의 특성상 보온과 관련된 부분은 현존하는 그 어떤 탑박스와 비교하더라도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보온과 관련된 부분은 포도박스를 만드는데 사용된 EPP Plus+라는 소재보다 보온력이 더 좋은 소재가 상용화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계속 우위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포도박스는 크게 세 가지 제품으로 나뉜다. 일단 가방 일반적인 박스스타일의 110리터 제품과 80리터 제품 그리고 mini 제품으로 나뉘는데 제품이 출시된 순서도 같다. 110리터 제품과 80리터 제품 그리고 미니제품의 순서대로 출시가 됐는데, 여기에는 나름 재미있는 이유가 있다. 포도박스를 처음 만들 때 그들도 나름 시장을 조사하고 라이더들의 니즈를 파악하면서 가장 크고 많이 들어가는 사이즈부터 제작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110리터 제품을 본 배달 라이더들이 제품은 좋은데 사이즈가 너무 큰 것 밖에 없어서 작은 사이즈도 있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듣고 바로 80리터 제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것은 포도박스가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에 각인이나 라벨을 붙여 포도박스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금형제작 및 수정, 생산 등의 모든 과정을 국내에서 진행해 빠르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공정을 국내에서 포도박스가 직접 진행하지 않았다면 좀 더 작은 사이즈의 박스에 대한 니즈가 확인이 되더라도 바로 대응해 제품을 준비하지 못했을 것이다. 포도박스는 좀 더 작은 사이즈의 수요를 확인하자마자 80리터 제품을 준비해 생산함으로서 시장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아마도 직접 모든 것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개선이나 보완 및 수정에도 최대한 빠른 적용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직접 제조하는 업체의 가장 큰 장점이니 말이다.

제품을 직접 기획부터 설계, 금형제작 및 생산까지 하는 포도박스이니 실제로 사용하는 라이더들의 목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수요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포도박스는 언젠가부터 많은 라이더들이 버거박스라고 부르는 도보배달용 작은 배달박스를 큰 박스 앞에 거치하고 다니는 것을 보고 박스스타일의 110리터 제품과 80리터 제품에 이어 mini 모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버거박스라 불리는 이 작은 배달가방은 크기 때문에 플라스틱 보다는 보온성이 있는 텍스타일 소재로 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런 가방들은 안에 있는 프레임 등의 구조로 모양은 유지되지만 힘은 받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배달 라이더들이 이런 버거가방을 시트 위에 추가로 장착했을 때 등을 기대거나 하면서 쉬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포도박스를 만드는 EPP Plus+의 소재는 힘을 받기에 충분한 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배달 라이더들이 허리를 대고 라이딩을 하거나 잠깐씩 쉴 때 허리를 대고 편하게 쉴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유리한 점이 있었다. 그리고 가격 또한 5만원대로 기존의 텍스타일 버거박스 대비 큰 차이가 나지 않고 내구성이나 보온성, 여기에 디자인상으로도 훨씬 더 뛰어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제품을 사용해보면 포도박스가 그냥 단순히 EPP Plus+소재로 사이즈만 작게 만든 배달박스가 아니라 제품 기획 때부터 실제 사용하는 배달 라이더의 입자에서 여러 가지를 많이 고민하면서 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덮개가 열리는 방향이라던지 등이 닿는 부분에 적용된 곡선 같은 부분을 보면 대충 만든 것이 아니라 시제품을 만들어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면서 좀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어깨끈과 탄력바 같은 부속품들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것만 봐도 버거가방이라 불리는 이런 제품들을 배달 라이더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또 어떻게 장착해서 주행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보인다.

제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878g으로 매우 가볍고 단건이나 간단한 배달 정도에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22.4리터의 넉넉한 내부 공간이 mini라는 이름과는 달리 꽤나 쓸모 있어 보인다. 마감이나 디테일에서 매우 꼼꼼하게 신경 쓴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EPP Plus+라는 소재의 특성상 보온성이 뛰어난 것은 기본으로 치더라도 덮개가 덮이는 부분의 꼼꼼한 밀폐력이라던지 내부의 마감, 사용이 편리한 손잡이 홈, 세련되게 새겨진 음각 로고까지 딱히 단점이 보이지는 않는다. 큰 박스 앞에 추가로 장착하는 용도 말고도 도보나 자전거 등으로 배달하는 라이더들까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촬영을 위해 박스스타일의 110리터 제품과 80리터 제품 그리고 mini 제품까지 모두 경험해보다 보니 이 제품을 굳이 배달용으로만 사용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아마도 가장 잘 어울리는 부분은 캠핑 쪽이 아닐까 싶은데 일단 가볍고 보온이 잘된다는 이유만으로도 캠핑과 관련된 여러 가지 시장에서 활용해 볼 수 있을 것 같고 또 의료용 운송박스 같은 용도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접목시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다양해 보이는데 특히 가볍고 충격흡수에 강점이 있다는 특징을 살려 카메라 같은 촬영장비 이동용 가방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에서 포도박스를 만드는데 사용된 EPP Plus+라는 소재를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스티로폼이 상표명이고 워크맨이나 호치케스, 바바리코트 처럼 보통명사화 된 상표명 같은 개념이라 설명했었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모터사이클 배달시장 내에서 EPP 소재로 만들어진 배달용 박스를 그냥 포도박스로 부를 정도로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상징적긴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포도박스 런칭 이후 누적 3만개 이상을 판매했다고 하니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해 보이지만 어떤 카테고리에 어떤 제품이든 간에 많이 팔렸다고 해서 모두 다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제조사와 브랜드가 달라도 EPP 소재로 제작된 배달용 박스는 그냥 모두 다 포도박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인데 오직 포도박스만 EPP 소재로 배달용 탑박스를 만들 수 있는 특허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포도박스 이후에 EPP 소재로 만들어진 배달용 탑박스를 모두 포도박스의 아류작이나 짝퉁 제품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EPP 소재로 가장 먼저 배달용 탑박스를 만든 것이 포도박스가 확실히 맞고 그 후에 다양한 제조사들이 EPP 소재로 만들어진 배달용 탑박스를 내놓고 있는 것도 맞다. 그리고 EPP 소재로 만들어진 배달용 탑박스가 포도박스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제품을 만든 제조사로서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 해 보인다. 그리고 제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모두 국내에서 진행해 메이드인 코리아를 강조하는 것도 좋아보이고 국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의견을 바로바로 적용시킬 수 있는 빠른 대처나 적극적으로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나 직접 경험해 본 제품 퀄리티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플라스틱과 금속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모터사이클 탑박스 메이커 중 국내에서 제조하는 제조사는 없다. 국내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해외에서 제품을 제작해 생산하고 있으며 어떤 제품들은 중국의 같은 공장에서 생산 후 별도로 로고 작업만 해서 판매하고 있어 브랜드와 제품명이 달라도 99% 동일한 제품들도 존재한다. 코로나 이후 국내 배달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을 때 그 많은 배달용 탑박스들이 수입돼 장착이 됐지만 제대로 된 국내 제조사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는데 포도박스가 국내 배달용 탑박스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아쉬움이 덜하다. 포도박스가 모터사이클 배달시장을 비롯해 캠핑 같은 다양한 시장에 접목해 더 큰 성과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