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이후 부활한 ‘2년 연속’ 시가행진…尹정부가 논란에도 강행한 이유는

조유빈 기자 2024. 10. 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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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행사는 전두환 정권 이후 40년만…“군사정권 떠올려” 지적
세금 투입‧장병 부상 등으로 비판…극심한 교통 정체도 예상
국방부 “장병 사기 진작과 방산 수출 등 긍정적 효과 고려”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국군의 날을 맞이해 서울 도심에서 '시가행진'이 펼쳐진다. 정부는 지난해 10년 만에 시가행진을 부활시킨 데 이어, 올해 '2년 연속' 시가행진을 진행한다. 연이어 시가행진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5공화국 이후 최초다. 군의 사기를 높이고 북한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행사라는 설명이지만, 8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낭비하고 남북간 군사적 위험을 고조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지난해 9월26일 오후 국군 장병들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시가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가행진에 '현무-5' 공개…의미는?

제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육‧해‧공군 병력과 장비가 참여하는 시가행진이 서울 숭례문~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된다. 시가행진은 지난해 제 75주년 국군의 날을 계기로 10년 만에 부활했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2년 연속으로 열린 것은 전두환 정권 때 이후 40년 만이다. 전두환 정권 때인 1980년부터 1984년까지는 매년 병력과 장비를 동원한 시가행진이 진행됐다.

시가행진을 포함한 대규모 국군의 날 행사는 1998년 이후부터는 대체로 5년에 한 번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시가행진을 생략했다. 낮 시간 대신 저녁 시간에 국군의날 기념식을 시행하고, 공군 에어쇼와 인기 가수 공연 등으로 국군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북한 정권 눈치보기"라며 비판했으나, 당시 정부는 "평화 기조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장병들의 관점에서도 해석돼야 한다. 기수단과 장병들이 발을 맞춰서 열병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시가행진을 부활시킨 것은 대북 억지력을 확대하려는 안보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진행되는 시가행진에 우리 군의 '괴물 미사일'인 '현무-5'를 처음 공개하기로 했다. 탄두 중량이 8t 가량에 달하는 현무-5는 한미 미사일사거리지침 폐지 이후 개발이 본격화돼, 사실상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중거리탄도미사일(IRBM) 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군이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 '현무-4'를 공개한 데 이어 이번 행사에서 현무-5를 공개하는 것은 최근 오물풍선 살포,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지난해 9월26일 K55A1 자주포, K9 자주포 등 포병 장비들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시가행진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장병 복지는 뒷전…병정놀이" 비판도

그러나 군사 장비를 대규모로 운용하는 군사 퍼레이드가 연례 행사화되는 것에 대해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군의 날 행사 연습 중 군인들이 부상을 입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병정놀이' 지적도 제기됐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2명의 장병이 시가행진 연습 중에 부상을 입었다. 한 해병대 병사는 행진 연습 중 현기증으로 쓰러지면서 총에 아래 턱을 부딪혀 입원 치료를 받았고, 한 특전사 부사관은 2m 높이 각목 격파 시범 연습 중 발목이 골절돼 수술을 받았다.

천 의원은 지난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왜 병사를 다치게 하면서까지 군사정권 시절을 연상케 하는 시가행진을 추진하는 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장병 복지는 뒷전이고 대통령의 병정놀음에만 심취했다"고 비판했다.

예산 낭비에 대한 문제도 대두된다. 천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국군의 날 시가행진 예산으로 지난해 101억원에 이어 올해 79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는 줄었지만, 시가행진을 진행하지 않았던 2020~2022년 국군의 날 행사 평균 예산(약 21억원)보다 큰 규모다. 시가행진에 투입되는 79억원의 예산을 장병 복지 등에 활용하는 편이 낫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군 당국은 30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규모 행사를 매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정부에서도 이런 행사를 해왔고, 지금 계속 추진하는 것은 몇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병 사기 진작, 대북 억지력 과시, 추가 방산 수출 연계 가능성 등 효과를 언급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대규모 행사를 통해 국민께서 국군의 위용을 보시고 우리 장병들에게 성원과 격려를 보내주시면 우리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여러 가지 장비 또는 우리 병력들의 모습을 과시함으로써 대북 억지력도 제공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100여 개 국가의 무관 또는 국방 주요 수뇌부들이 행사에 온다"며 "국군이 가지고 있는 여러 전투 시스템, 무기 체계를 보기 때문에 추가로 방산 수출과 연계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반발 "민생예산 낭비…시민 불편 초래"

연이은 시가행진 진행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발도 나왔다. 참여연대와 전쟁없는세상 등은 1일 논평을 내고 "군사독재 시절을 제외하고는 도심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매년 열린 적이 없었다"며 "시가행진은 군사독재시절 권위주의적 발상으로 기획된 군사 퍼레이드로, 더 이상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취임 이래 대통령이 나서 '전쟁 불사'를 주장하고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할수록 군사적 위험은 더욱 고조돼왔다"며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고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제어할 장치가 윤석열 정부에게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역대 정부가 추구해 온 '균형 외교'가 윤석열 정부에 와서 폐기됐다"며 "정부의 무력 시위는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하기는커녕 불안만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2년 연속 세수 부족으로 긴축 재정을 편성하면서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과시성 행사에 80억원에 가까운 민생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지난 7월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산 낭비의 우려가 있으므로 대규모 행사의 개최 주기와 빈도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적했다"고 짚었다. 또 "도심에서 전투기 등 군사 장비를 대규모로 운용한 군사 퍼레이드를 연례 행사화하는 것은 예산 낭비 외에도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인다"고 비판했다.

국군의날 부대 이동로 교통 통제 상황 ⓒ서울경찰청 제공

시가행진으로 서울 시내 도로 통제

한편 이날 시가행진이 이뤄지면서 서울 도심과 동남권 일대 도로 곳곳이 통제될 전망이다. 경찰은 서울공항 기념행사가 끝나고 군 병력 수송 버스와 K2 전차 등 기갑 장비 부대가 이동함에 따라, 오후 1시40분부터 오후 3시20분까지 서울공항을 시작으로 헌릉로∼양재대로∼동작대로∼현충로∼한강대로에 이르는 진행 방향 전 차로를 통제한다.

기갑 장비 부대 이동 구간에서 일반 차량과 노선버스 진입은 차단된다. 해당 구간 노선버스는 최근접 지하철역까지 운행 후 회차한다. 과천대로(관문교차로~사당역)와 동작대로(사당역~이수역~이수교차로)는 진행 방향 전 차로에 대해 교통이 통제되고, 현충로 이수교차로부터 현충원 구간은 양방향 교통이 통제된다. 동작대교 이용 차량도 통행이 제한된다.

또 시가행진 구간인 세종대로 숭례문에서 광화문까지는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차량 통행이 금지된다. 서울시는 버스를 우회하고 지하철을 증차하는 등 특별 교통대책을 마련한 상황이다. 특히 인파 관리를 위해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광화문역 2번‧9번 출입구를 폐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행사로 인해 도심 전역에 혼잡이 예상된다"며 "가급적 승용차를 두고 지하철을 이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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