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상장' 노리는 에피바이오텍, 반전 카드는 탈모치료제 아닌 'CRO'

/이미지 제작=이승준 기자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의 이전상장을 추진 중인 에피바이오텍이 분위기 반전 카드를 확고히 한 분위기다. 탈모치료제 개발사로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당장의 '키'는 신약이 아닌 임상시험수탁(CRO) 사업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양상을 두고 상업화된 파이프라인이 부재하고 실적과 재무지표가 악화된 가운데 에피바이오텍이 선택한 현실적 돌파구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이전상장 추진, CRO로 드라이브

/사진 제공=에피바이오텍

25일 업계에 따르면 에피바이오텍은 2015년 '스템모어'라는 사명으로 출발한 탈모치료제 전문 기업이다. 2021년 5월 사명을 현재와 같이 변경했고, 2023년 7월 코넥스시장에 상장했다. 앞서 성종혁 대표는 코스닥 이전상장 의지를 표출한 바 있다. 자사 대표 파이프라인인 'EPI-001'의 임상1/2상a 결과가 나오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이전상장을 위한 기술평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에피바이오텍의 이전상장 분위기를 이끌어갈 카드로 CRO가 지목된다. 탈모치료제 개발사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매출의 상당 부분이 위탁연구 서비스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 중인 에피바이오텍에서 CRO가 단기 실적을 떠받치는 유일한 축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시선이 자리 잡는 것은 에피바이오텍의 매출 구조가 CRO와 세포주 판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만 하더라도 전체 매출 4억5000만원 중 CRO의 매출 비중은 38%(1억7000만원)이었다. 여기에 탈모기능성 화장품이 19.3%(9000만원)에 세포주판매 기술이전료가 14.1%(2000만원)로 뒤를 이으며 '분산된 매출 구조'를 보였다.

반면 올해는 단기성과의 무게 중심이 CRO로 쏠리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2024년 매출은 7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비임상 위탁연구 매출이 5억5000만원으로 전체의 73.3%를 차지했다. 세포주 판매가 2억원을 보탰으며, 화장품 매출은 500만원 수준에 그쳤다. 기술이전 매출은 전무해 사실상 기업 기여도가 사라졌다. 2023년에도 전체 매출 4억8000만원 중 CRO는 3억7000만원(77.9%)을 나타냈다.

상업화 미진한 파이프라인 대신 재무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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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에피바이오텍의 CRO 집중 양상 배경에는 재무적 개선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본다. 동시에 단기실적을 위한 현실적 선택으로 보면서도 외부 수주에 매출이 좌우된다는 점에서는 불안정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타난다. 탈모치료제 파이프라인이 아직 상업화 성과가 미진한 가운데 CRO는 안정적 성장동력이 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피바이오텍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자가 모유두 세포치료제 'EP-001' △동종 모유두 세포치료제 'EP-008' △케모카인(CXCL12) 중화 항체 치료제 'EPI-005' △외용 합성의약품 탈모치료제 'EPI-002'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임상 혹은 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어 상업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6000만원, 100만원의 기술이전 매출이 잡히긴 했지만, 본격적인 라이선스아웃(LO)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동안 악화돼온 재무지표를 개선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9억7000만원, 당기순손실은 17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누적 결손금은 180억원으로 불어났고, 자본총계는 8억9000만원에 그쳤다. 자본금 15억1000만원 대비 41.1% 잠식된 상태로, 법적 자본잠식 요건인 50%에는 미달하나 경영 안정성 우려가 상존한다.

이 같은 양상은 연구개발비 지출이 줄어드는 이유로도 언급된다. 에피바이오텍의 경상연구개발비는 20202년 6억7000만원에서 2022년 30억4000만원까지 올랐다가 2023년 22억7000만원, 2024년 13억7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임상 파이프라인의 진척보다 재무 부담 완화가 우선시된 결과로 해석하며, 장기적으로 신약개발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美 첫 계약 시작으로 日 진출까지 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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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신약 파이프라인을 향해 있다. CRO가 단기 생존 카드라면, 자가·동종 세포치료제와 항체·합성제 파이프라인은 향후 기업 가치를 좌우할 방향성이라는 관점이다. 이전상장 성패 역시 단기매출 확대와 장기 연구개발 성과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회사는 지난해 말 미국 바이오텍과의 계약을 통해 첫 해외 CRO 수주 성과를 알렸다. CRO 서비스 사업영역 확장을 본격화한다는 구상 아래 다음 목적지로는 일본을 택했다. 그 일환으로 다음달 열리는 바이오재팬에 참석해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동시에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시설을 활용한 CMO도 병행하며 외부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회사는 지난해까지 재무상태 악화로 인해 인원을 감축하고 조직을 간소화했으나, 올해는 회복세에 들어선 데 따라 연구인력을 새롭게 충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그동안 급여와 복리후생비의 합산은 △2022년 18억8000만원 △2023년 18억3000만원 △2024년 13억3000만원 등으로 줄어왔다.

에피바이오텍 관계자는 "현재 코넥스에 상장돼 있으나 코스닥으로의 이전상장을 준비 중"이라며 "하반기 중 추진 예정이며 기술평가가 빠르게 끝나면 연말에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인원을 감축하며 조직도 간소화했지만 올해는 회복세에 들어서며 연구인력을 새롭게 충원하게 됐다"며 "비임상단계 탈모 CRO는 사실상 에피바이오텍 외 대체가 안 돼 여러 나라에서 문의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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