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보다 자주 온다는 비행기 노선

이건 김포공항에서 제주가는 노선인데

이게 지하철이나 버스 아니고 비행기 출발이 맞나 싶을 정도로 거의 5분 간격, 동시간대 비행기만 많게는 3~4편일 정도로 빽빽하게 편성되어 있다.

유튜브 댓글로 “김포~제주 비행기는 왜 이렇게 복잡한 노선이 된 건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항공정보업체 OAG(Official Airline Guide)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김포~제주를 오간 비행기 좌석 수는 1372만8000석으로 전세계 국내선 중에 1위다.

코로나 시기 가장 많을때는 1700만 좌석을 넘었을 정도로 가장 바쁜 노선으로 꼽히는데 다른 최상위권의 일본 도쿄(하네다)~삿포로, 도쿄(하네다)~후쿠오카, 베트남 하노이~호치민 노선을 가볍게 제치고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국제선 분야에서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구간이 1위에 올라있다.

김포~제주 노선은 기본적으로 서울 수도권과 국제 관광섬인 제주를 1시간 이내로 오갈 수 있는 수요 자체가 넘쳐나고, 제주도민들 역시 육지를 갈 때 항공편 이용 수요도 많다.

코로나 시기엔 국제선 제한 때문에 제주여행이 더 부각됐고,바가지 물가 때문에 내국인 관광 분위기가 안좋아도 중국 관광객 등의 외국인 수요가 받쳐준다.

시즌 이벤트로 봄가을 수학여행 시즌이 되면 추가 노선을 배정해야 할 정도다. 이 모든 걸 제주국제공항 하나가 담당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김명현 박사]

미국의 대도시 뉴욕에서 관광지 플로리다 마이애미나 올랜도 이런 데 놀러 가는 사람들이 예를 들어 있을 거잖아요. 그 사람들은 뉴욕에서 뜬다 하더라도 마이애미나 올랜도나 옆에 있는 탬파나 이렇게 다양한 곳들로 항공편들이 있을 건데 우리나라는 제주에 제주공항 하나만 있는 거잖아요.

사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이용객이 많기는 했지만 일본 국내선에 비해서는 승객 수가 적었던 김포~제주 노선의 폭발적 성장은 저비용 항공사들의 등장과 경쟁체제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최저가 1만원대 티켓 프로모션, 기내 서비스 유료화 정책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과점 체제였던 시장에서 비싼 항공료를 낮췄는데 김포~제주 노선은 저비용 항공사들이 가장 확실하게 기댈 수 있는 알짜노선이었다.

이런 공격적 영업의 배경에는 저비용 항공사들이 국내선뿐 아니라 동남아 같은 국제선으로 영역을 넓힐 때 김포~제주 노선 횟수를 늘리는 게 여객수송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그 덕분에 좁은 좌석 간격을 비롯해 여러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저비용 항공사들은 점유율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좌석 배열에서 복도가 하나인 협동체 B737이나 A321을 주력으로 현재 우리나라 국내선의 저비용 항공사의 승객 점유율은 지난 9월 기준 64.6%에 달한다.

[한국교통연구원 김명현 박사]

우리나라는 그 항공사들이 기재를 갖고 있는 특성 자체가 대한항공 아시아나는 큰 항공기들을 갖고 있지만 그 이외 다른 항공사들은 협동체(작은 비행기), 그러니까 복도 하나에 있는 3-3 배열 항공기들만 가지고 있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물론 저비용 항공사라고 해서 작은 비행기만 운용하는 건 아니고 워낙 승객수가 많다보니 중대형 광동체들도 투입되고 있다.

김포~제주 노선에서 일부는 3-3 배열이 아니라 2-2 배열의 프리미엄 좌석을 설치하기도 한다.

제주국제공항은 엄청 많은 비행기가 오가기 때문에 하늘길과 지상 트래픽이 늘 복잡한데 여기에 바람도 많이 불고 기상이 좋지 않은 경우가 생기면 지연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제주공항의 지연율은 24%나 된다.

하늘길만 따지면 순항비행을 포함해 시속 700~800㎞로 40분이면 충분한 김포~제주 노선 티켓에1시간이 적혀있는 이유도 지상 대기시간과 하늘에서 착륙 순서를 기다리며 빙빙 도는 시간을 감안하기 때문이다.

[A항공사 관계자]

날씨가 안 좋거나 이슈가 있을 땐 제주 공항은 연착가능성이 높아요. 그럴 경우에 공중에서 맥시멈 한시간 반 정도 돌면서 대기하기도 하고, 도저히 안 되겠을 땐 되돌아가거나 다른 공항으로 갈 수 있도록 연료를 기준치보다 더 실어서 출발하기도 해요. 실제로 그렇게 되는 사례도 꽤 있고요.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24시간 운영되는 제주공항이나 인천공항과 달리 김포나 김해공항 등에는 근처에 사는 주민들의 소음 피해를 막기 위해서 일종의 통금시간과 같은 ‘커퓨 타임’이란 게 설정돼있다

김포공항의 경우 밤11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인데 만약 천재지변이나 불의의 사고로 제주공항에서 탑승이 늦어져서 김포행 비행기가 밤11시까지 도착하지 못하면 인천공항으로 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김포~제주 노선을 이용하는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하늘길도 하나(B576)였던 걸 2012년부터는 복선화해서 김포에서 출발하는 하늘길(Y711)과 제주에서 출발하는 하늘길(Y722)을 구분해서 운영하고 있다. 2년전부터는 김해~제주 노선도 복선화 작업이 완료됐다.

제주도 서귀포 성산읍 일대에 5조원을 투입하는 신공항 계획이 얼마전 확정 발표됐는데 이 공항이 완공되면 노선이 분산되기는 할 것 같다. 된다 안된다 찬반논란이 많은데 현재는 빨라야 2030년쯤으로 완공일정이 미뤄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