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모듈러부터 리야드 메트로까지’…사우디 누비는 삼성물산
더 라인 터널 공사 등으로 현지서 기술력 인정…추가 수주 기대감 확산
(서울=뉴스1) 신현우 기자 = 삼성물산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리 건설기업의 대장 기러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총사업비가 5000억달러(약 680조원)에 달하는 네옴시티부터 사우디 최초의 메트로까지 다양한 사업(프로젝트)을 수주하고, 기술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삼성물산은 앞으로 사우디에서 발주될 메가 프로젝트 수주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한편 최근 사우디 측과 모듈러 사업 등의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모듈러 사업 협력 △그린수소 개발 협력 등의 MOU를 맺었다. 통상 프로젝트 기본설계 계약·업무협약이 본 사업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삼성물산이 사우디 내 해당 사업 수주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물산이 PIF와 맺은 MOU는 모듈러 건설 기술 적용 및 관련 공급망을 구축하고, 사우디 내 모듈러 제작 등 협력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MOU 체결 이후 삼성물산은 PIF와 협업모델을 구체화해 사우디 내 모듈러 사업 기반을 구축해나가는 한편 PIF가 추진 중인 키디야 등 사우디 내 주요 프로젝트에 적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파트너십(동반관계)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해당 기술은 네옴시티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옴시티 사업은 사우디 북서부 타부크(Tabuk)주 약 2만6500㎢ 부지에 사우디~이집트~요르단에 걸쳐 미래형 산업·주거·관광특구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일각에서는 총사업비를 1조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발주는 오는 2030년까지 4~5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은 △높이 500m 유리벽 건물을 170㎞의 직선으로 늘어세워 짓는 친환경 도시 ‘더 라인’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산악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이다.
이 중 더 라인의 경우 주택·공원·마리나·미술관 등의 시설을 비롯해 스마트팜(지능형농장)·자율주행차·플로팅 아일랜드 등 첨단기술이 집약된 곳으로 구상됐다. 특히 건물 일부는 모듈러 방식으로 설계된다. 모듈러 공법은 구조체를 포함해 건축 부재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 후 공사 현장에서는 설치와 내외장 마감 등만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 사우디 측은 더 라인 공사 전 모듈러 빌딩에 대한 기술 실증 등을 위해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삼성물산은 사우디 내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은 사우디 네옴시티 더 라인 지하에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을 뚫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구간은 라인 터널의 허리(척추)에 해당하는 곳으로 불린다. 총 28㎞ 중 12.5㎞로, 공사 기간은 2025년 12월까지다. 다른 일반 사막 구간과 달리 산악지역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이 요구된다.
사우디 리야드 최초의 대중교통 시스템인 메트로에도 삼성물산의 기술력이 동원됐다.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는 왕립리야드시위원회(RCRC)가 발주했으며 총 6개 노선·168km다. 삼성물산은 이중 총 3개 구간·64㎞를 건설(역사 26곳·차량기지 2곳 포함)하는 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당초 삼성물산은 리야드 메트로 6개 노선 모두 사업 참여 기회를 확보했으나 노선별 사업성과 리스크 등으로 고려해 해당 구간 수주에만 나섰다.
삼성물산은 이번 공사에서 교량 상부를 지상에서 사전 제작 후 일괄 거치하는 공법(FSLM)으로 안전 및 시공 생산성을 높였다. 특히 도심지 터널 구간 시공에 대단면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을 리야드 최초 적용했다. 도심지 내에서 화약을 사용하지 못하는데 상부 구조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법 등을 고려해 TBM 공법을 도입했다고 삼성물산 측은 설명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해당 사업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사우디 내 메트로 사업 수주를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다른 노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사가 잘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사우디 내 사업 참여를 적극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우디 현지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평가는 높았다. 네옴시티 총괄자인 나드미 알 나스르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사우디와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더 많은 혁신기업·미래에 대한 야심이 있는 한국 기업이 네옴시티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살레 빈 나세르 알 자세르 사우디 교통물류부 장관도 “한국 기업들이 지금도 사우디 사업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사업에 참여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hwsh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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