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북한축구단의 방남

축구는 남북 체육교류 역사를 상징하는 종목이다. 그 기원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부터 경성축구단과 평양축구단이 두 도시를 오가며 벌였던 경평축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가 민족정신 고취를 우려해 1942년 모든 구기 종목 경기를 중단시키며 명맥이 끊겼던 경평축구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부활했다. 그러나 분단선이 굳어지면서 남북교류가 끊겼고 경평축구도 더는 열리지 못했다.
탈냉전기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으로 남북 체육교류에도 다시 물꼬가 트였다. 1990년 남북통일축구대회가 10월11일 평양에서, 10월23일 서울에서 열렸다. 1차전은 북한이 2-1로, 2차전은 남한이 1-0으로 승리했지만 신문들은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는 제목을 달았다. 국가대표팀 간 친선 경기는 광복 60주년을 기념한 2005년 8월14일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남북 스포츠 교류는 한반도 정세와 무관할 수 없었다.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하노이 노딜’ 이후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스포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12월 북한 탁구 선수들이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이후 발길이 끊어졌다. 2019년 10월 평양에서 무중계·무관중으로 치러진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전은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오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치르기 위해 17일 한국 땅을 밟는다고 한다. 북한 축구팀의 방남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결승전도 23일 수원에서 열려 북한팀이 승리하면 한국 체류 일정은 늘어난다.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처음 한국 땅을 밟는 북한 선수들인 만큼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북한 클럽팀인 내고향여자축구단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데다, 조별리그에서 수원FC를 3-0으로 이긴 강팀이라고 한다. 수원FC로서는 만만치 않은 경기가 예상되지만, 공은 둥글고 결과는 끝나봐야 안다. 남북관계는 험난해도 선수들은 경기장을 누비며 선의의 경쟁을 하기 바란다. 스포츠란 모두가 즐기는 축제 아닌가.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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