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고에 오래 박혀 있던 낡은 라디오가 어느 날 거실에 놓여 있었습니다. 전원을 켜니 소리까지 또렷하게 나왔습니다.아내에게 왜 고쳐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을 듣고 저녁 내내 웃었습니다.

거실에 놓인 낡은 라디오
그 라디오는 결혼 초에 쓰던 물건이었습니다. 고장 난 뒤로 십 년 넘게 창고에 있었습니다. 어느 날 퇴근해 보니 거실 선반 위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먼지도 말끔히 닦여 있었습니다. 전원을 켜니 지지직 소리와 함께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아내가 들려준 이유
수리비가 제법 들었을 텐데 왜 고쳤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내는 잠시 웃더니 대답했습니다. 요즘 제가 텔레비전 소리를 너무 크게 틀어 놓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라디오를 틀어 두면 집이 덜 시끄럽고 대화도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듣고 보니 반박할 말이 없어 웃음이 나왔습니다.

소리가 바뀐 저녁
그날 이후 저녁 시간의 소리가 달라졌습니다. 화면을 보는 대신 옆 사람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라디오는 말을 끊지 않아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오래된 물건 하나가 습관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아내의 생각이 저보다 한참 앞서 있었습니다.

부부 사이의 변화는 큰 결심보다 사소한 물건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소리 하나를 바꾸는 것으로 저녁이 달라집니다.오늘 저녁에는 화면을 잠시 꺼 보시면 어떨까요. 그 자리에 오랜만의 대화가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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