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독립 이룬 경찰, 더 전문화해야… 역량 키울 인력 충원 절실”[현안 인터뷰]

조재연 기자 2024. 10. 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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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안 인터뷰 - 윤용섭 국가경찰위원장
역량부족 지적 어느정도 수긍
법학교육 강화 등 배려있어야
대공수사 충분한 기회 없었다
장기적으론 잘 감당할 수 있어
경찰대생의 로스쿨 진학 증가
승진확대 등 압박감 줄여줘야
윤용섭 국가경찰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국가경찰위원회 사무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수사 인력의 전문성과 역량을 제고하면 경·검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에 관한 우려도 점차 가라앉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경찰의 기능과 역할은 확대일로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고, 올해부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경찰이 대공수사를 전담한다. 그러나 걱정하는 시선도 적잖다. ‘수사 처리가 늦다’는 불만, ‘간첩 못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경찰은 어깨에 짊어진 막중한 임무를 다 해낼 수 있을까. 판사 출신 법조인으로 지난 8월 제12기 국가경찰위원회(국가경찰위) 위원장에 선출된 윤용섭(69) 국가경찰위원장을 만나 경찰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국가경찰위에 대해 아직도 생소해하는 국민이 많다.

“한마디로 국가경찰위는 경찰의 중립성·민주성·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합의제 기관이다. 국민과 경찰 간 소통의 통로 또는 접점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간다면, 국가경찰위 의결에는 기속력이 있다고 본다. 자문위원회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국가경찰위 설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에서는 국가경찰사무에 관한 주요 사항에 대해 국가경찰위의 심의·의결을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심의·의결된 내용이 적정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할 때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경찰법 편성 체계를 봐도 2장이 국가경찰위로 3장의 경찰청에 앞선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역할이 커졌다. 어떻게 평가하나.

“경찰 수사가 전면적으로 검사 지휘하에 있던 과거의 오랜 방식은 사회 발전에 따라 어차피 변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경·검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은 오랜 염원인 수사권 독립을 이뤘다. 이로 인해 업무가 크게 늘었는데, 그에 따른 인력 증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경찰 공무원들의 격무가 더 심해진 측면도 있다. 이로 인해 업무 처리가 지연된다는 강한 질책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2년 정도 지나면서 수사 지연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 다른 한편, 검찰보다 경찰의 수사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수긍하는 면도 있다. 이런 지적을 극복하기 위해선 앞으로 수사 인력을 더 전문화해야 한다. 과거 방식대로 순환 보직 인사를 하면 전문성 제고가 어렵다. 승진에서 수사 경찰이 소외되지 않아야 하고, 오히려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법학 교육 강화와 각계 전문 인력의 충원도 필요하다. 이런 점이 보완되면 수사권 조정 부작용 우려는 점차 가라앉을 것이다.”

―행안부 경찰국 출범 2년이 흘렀다. 잘 정착됐다고 보나.

“현 정부 들어 경찰국 창설 과정에서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관련 규정을 놓고 일각에선 ‘정부조직법 내에 치안 사무가 행안부 장관 소관으로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는 적절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의견이 총경급에서 강력히 개진됐고, 11기 위원회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외 다른 법률에서 행정 각부의 장에게 부여한 사무가 있으면 당연히 그것도 소관 사무가 된다고 봐야 한다. 경찰법은 행안부 장관이 국가경찰위 소집을 요구할 수 있고 안건도 제출할 수 있으며, 의결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재의를 요구할 수 있게 규정한다. 아울러 행안부 장관은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국가경찰위원 전부, 총경 이상 경찰 주요 간부의 임명 제청권을 갖는다. 행안부 장관은 관련 사무를 반드시 수행해야 하고, 상당한 규모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경찰국은 행안부 장관의 법적 권한 행사를 지원하는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고 어느 정도 제도적으로 정착됐다고 본다.”

―여당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이 과거 국정원이 수행하던 수준의 대공수사 역량을 그대로 갖췄느냐 질문한다면, 그렇다고 답변하긴 솔직히 어렵다. 워낙 특수성이 강하고 오랫동안 주로 국정원이 행해오던 것이어서, 경찰이 당장 똑같은 수준으로 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수사권 독립과 같이 경찰에 역량을 키울 시간과 인적·물적 지원이 제공돼야 하는데, 틀만 바꿔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애로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찰이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충분한 기회도 주지 않고 대공수사권을 되돌리자는 의견엔 국가경찰위원장으로서 동의할 수 없다.”

―경찰관의 극단적 선택과 과로사가 이어졌다. 근무 여건은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최근에 있었던 극단적 선택이나 과로사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다. 경찰 공무원은 일반 공무원과 비교해 격무에 시달리는 게 사실이고, 업무 특성상 상당한 신체적 위험이 수반된다. 그리고 고소·고발 사건은 악성 민원이 빈발해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찰청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관련 사건 병합 처리, 인력 재배치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사실 이것만으론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게 솔직한 의견이다. 인력을 증원해야 하는데, 국가 재정상 쉽지 않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선했으면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직급별 인원 구조가 극악한 수준에 있다는 것이다. 피라미드식이 아니라 뾰족한 압정식 구조다. 경정에서 치안감까지는 계급정년까지 적용된다. 총경과 경무관 자원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더 늘리고, 경정의 계급정년을 완화하고 경감 근속 승진 인원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경찰 간부 연루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졌는데 어떻게 봤나.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언론을 통해 드러난 사실만으로 어떤 의견을 내기는 어렵다. 다만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경찰이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일이 없도록 경찰 간부들이 각별하게 유의하고 신중히 처신해 주시기 바란다.”

―국비로 교육받는 경찰대생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으로 대거 빠져나간다.

“국비가 지원됐다는 것 때문에 직업 선택에 특별한 의무나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수 인재가 나라의 지원으로 좋은 교육을 받았다가 생각이 달라져서 진로를 바꾸는 것을 어쩔 수는 없다. 그리고 경찰이 수사권 독립으로 1차적 수사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경찰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이 국민을 변호하기 더 쉬운 측면도 있다. 인재를 키워 전반적으로 사회가 발전한다는 측면에서 국민이 너그럽게 봐주셔도 되지 않을까. 다만 경찰은 승진 압박감이 너무 큰 것 같다. 경찰대 출신조차 경정에서 총경으로 승진하는 인원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직업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배려책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확대가 추진된다. 신분 비공개 수사는 국가경찰위에 사후 보고하는데, 어떻게 관리·감독할 것인지.

“인권침해 등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남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해당 범죄가 피해자에게 주는 피해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다른 방법을 통해서는 적발이 어렵다. 수사 기법을 과도하게 행사해 범행을 마음먹지 않았던 사람까지 범행을 유도하는, 소위 ‘레드라인’은 넘지 않도록 각별하게 요구하고 잘 지켜보겠다.”

―위원장으로서 보는 경찰의 최대 과제는.

“우리 경찰이 그간 충분한 대접을 받지 못했음에도 이 정도까지 발전해 준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고 대견하다. 해방 후 내무부 치안국으로 시작해 지금은 수사권 독립이라는 숙원이 해결됐고, 대공수사와 정보 업무 등에서도 상당한 개선이 있었다. 경찰의 기능과 역할 범위는 넓어졌는데 우리 사회가 충분히 인정해 주고 그에 상응하는 처우를 해줬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14만 경찰 수장에게 장관 예우도 해주지 않고, 일선 경찰의 희망 사항도 예산 문제로 해결이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이 경찰에 대한 시각을 바로잡아줬으면 좋겠다. 파출소 가서 행패 부려도 검찰·법원 넘어가면 다 풀어주는 일은 더는 없었으면 한다. 일선 경찰이 존중받을 때 법질서가 바로 선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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