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민으로 봐달라” 이주배경 청년들이 말한 정책은
부모 세대가 겪은 이주민 처우 문제 목도
“축제보다 병원·주민센터 통역, 노동 상담 필요”

경남에서 이주배경 청년들이 유권자로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부모 세대가 겪은 병원·행정·노동 현장의 문턱을 가까이서 봤고, 자신들은 지역 청년으로 살아가며 진로와 인식 개선을 고민한다. 이주민 정책이 축제나 행사에 머물지 않고, 같은 주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생활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주민이라고 해서 너무 특별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캄보디아 출신 어머니를 둔 이주배경 청년 윤종혁(19) 씨는 이주민 정책에서 맨 먼저 필요한 것으로 인식 개선을 꼽았다. 이주민이나 다문화가정을 별도로 분류해 바라보기보다, 같은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종혁 씨는 "그저 다 같이 살아가는 평범한 주민으로 봐주는 인식이 먼저"라며 "학교나 지역에서도 특별한 시선으로 보기보다 같이 학교 다니고 살아가는 친구이자 주민으로 똑같이 대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어머니를 둔 손효경(21) 씨도 비슷하게 말했다.
효경 씨는 젊은 세대가 외국 문화에는 익숙하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낮게 보는 시선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교과서나 영상만 보는 다문화교육보다 이주민이 직접 학교에 와서 이야기하고, 학생들이 대화할 수 있는 체험형 교육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주민 정책이 축제나 문화행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종혁 씨는 부모 세대가 병원과 관공서를 이용할 때 겪는 어려움을 짚었다. 그는 "행정 서류나 병원 전문 용어가 어려워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축제 같은 행사도 좋지만 주민센터나 병원을 이용할 때 도움이 되는 서류 번역, 통역 안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효경 씨는 어머니가 10년 넘게 이주민센터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임금체불 문제를 가까이서 봤다.
그는 "공장에서 일하고 돈을 받지 못해 연락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아직도 많다"며 "센터가 대신 처리하기보다 노동청 같은 공공기관에 외국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터와 생활 이동 문제도 정책으로 다뤄야 한다고 했다. 효경 씨는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공장이나 농촌이 시내와 떨어진 경우가 많고, 야간근무 뒤에는 버스가 끊겨 이동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버스 노선이나 실시간 정보가 여러 언어로 제공되면 좋겠다"며 "교통 안내와 대중교통 이용법도 생활 지원 정책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배경 청년에게는 진로와 취업을 잇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종혁 씨는 "두 나라 언어와 문화를 접한 경험이 장점이 되려면 이를 무역이나 글로벌 분야 취업으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며 "지자체가 이중언어 역량을 활용한 연계 프로그램을 지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효경 씨도 이주배경 청년의 경험을 지역사회가 강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는 이주민과 당사자, 활동가를 불러 실제로 와닿는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정치인들이 말뿐인 공약보다 현장을 알고 정책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남 외국인 선거권자 4000여 명. 종혁 씨와 효경 씨처럼 이주배경주민을 합치면 2만 명이 넘어선다.
끝으로 두 사람은 "이주민 유권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후보들이 일회성 공약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실제로 정착해서 살아갈 수 있는 정책에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