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감세 이어 이번엔 고용유연성 언급…"구조적 대타협 필요"

박정연 기자 2024. 9. 1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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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소기업과 잇달아 면담…중대재해법, 외국인 차등임금 등엔 黨 기존입장 유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를 연달아 만나며 기업들과 접촉면을 넓혔다. 이 대표는 특히 이 자리에서 '고용 유연성'을 언급하며 사회적 대타협에 기반한 노동개혁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대선 출마선언에서 비슷한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지만, 최근 이 대표가 금투세·종부세·상속세 완화 등 '우클릭'에 가까운 주장을 내놓은 가운데여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중견 기업들이 고용유연성 문제 때문에 힘들지 않나. 이건 기업 입장에서 현실적인 문제"라며 "기업은 고용유연성이 너무 낮아 힘들고 노동자들은 불안하니까 그 자리를 악착같이 지켜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규직에서 배제되더라도 내 인생이 불행하거나 위험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하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며 "호주 등은 똑같은 일을 해도 임시직의 보수가 더 높기도 하다. 불안정에 대한 대가를 추가 지급하기 떄문에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불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불안함을 낮추도록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기업의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구조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노동자들은 '유연성 확보하면 내가 곧 잘리지 않을까', 기업인들은 '투쟁이 격화되고 내 부담만 늘어나는 것 아닐까' 서로 불신이 있다. 장시간의 토론과 신뢰 회복을 통해 타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7월 대선 출마선언에서 "충분한 사회안전망으로 해고가 두렵지 않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보장되는 합리적 노동환경을 만들겠다"고 한 바 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이 대표가 말한 고용유연성을 강조하며 '해고'를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어떻게 기업이 계속 투자할 수 있겠나"라며 "기업이 어려워져 해고해야 하는데 내가 (해고 대상자로) 걸리더라도 다른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 해고할 때 기업이 부담해서 새로운 지평을 찾을 수 있는 교육제도를 고민하며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경영 환경 아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의 과감한 혁신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40%까지 낮추기로 한 2024년 세법개정안을 넘어, 장기적으로 OECD 평균인 27.1%와 비슷한 전향적인 수준의 최고세율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에 "저도 똑같은 문제의식인데, 세수 중 근로소득세의 비중이 너무 높아 줄일 필요가 있다"며 "개인 근로소득세를 줄이면 기업 부담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소득세를 줄여 국가재정이 줄면 결국 기업 부담이 느는데 감수할 수 있나"라고 묻자 최 회장은 "결국 어떻게든 기업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법인세는 실효세율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아 현장에서 기업 활동하는 기업인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당장 상속세, 가업 승계, 외국인 노동자 고용 문제 등을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놓인 이유는 불신에 기초한다"며 "정부와 정치가 노력해 기회가 되면 북유럽 국가처럼 노사정이 대타협 할 수 있는 방안을 실질적으로 시도해보면 좋겠다"고 재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사업주 책임을 완화해달라는 기업계의 요구에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그는 중소기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사업주 처벌 수위를 완화해달라'는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의 요구에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한 해 재해사고 사망자가 600∼700명 된다. 한 해 600∼700개 집안이 망하는 것"이라며 "처벌을 안 하는 것으로 개선할 수 없다. (안전을) 지키는 사회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노동시간·임금 관련 규제 완화 요구에도 "우리는 노동시간이나 임금의 최저선을 정해놓으면 그것만 주면된다고 생각한다"며 "외국인이라고 해서 사회적 합의에 예외로 두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어 "외국인을 수입해서 노동력을 대체하고 길게, 싸게 일 시키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문제가 생긴다는 입장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오른쪽)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민생경제 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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