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조명되는 ‘재무설계’의 힘!

자신 있게 뛰어든 투자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우리는 무엇부터 따져봐야 할까? 바로 재무설계이다. 투자의 필수 선행과정이자 곧 인생설계인 재무설계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편집자 주>

요즘 언론매체에서는 주식이나 코인으로 큰돈을 벌었고, 어쩌다 구입한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평생 연봉을 모은 것보다 더 많은 부를 일구었다는 등의 자극적인 보도가 연일 쏟아진다. 개중에는 잎사귀 하나가 자라나면 수십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식물 재테크 등 새로운 정보들에 귀가 솔깃하다. 이런 가운데 “재무설계”라는 말은 진부한 이야기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급기야 “재무설계 하라”는 말은 금융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영업멘트로 본질이 흐려진 용어가 됐다.

투자보다 중요한 인생 설계?

인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투자는 전투와 같고 재무설계는 전쟁과 같다. 한두 번의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전쟁을 승리로 끝낼 수 없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소대장의 지휘력보다는 총사령관의 지휘력이 훨씬 중요한 요소다. 개개인이 풍요로운 삶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별 자산의 수익률보다는 지금부터 기대여명까지 이어지는 큰 그림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그것을 재무설계라고 부른다.

비유컨대 재무설계는 초등학교 시절 대부분 암기하여 답을 알고 있는 구구단과 같은 것이다. 2 곱하기 2는 4이고, 4 곱하기 4는 16이라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질문과 답이다. 고속도로에서 고속주행을 할 때 반드시 안전벨트를 매는 이유는 교통사고가 날 확률이 매우 낮더라도 단 한 번의 사고로 인생의 막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는 제1순위의 대책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동차에 안전벨트가 없다면 제한속도 이상으로 달리지 않을 것이다. 투자에도 안전장치가 있다면 이는 재무설계를 통해 갖출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재무설계를 해야 하는 이유

필자는 지금까지 5천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과 재무상담을 진행해 오고 있는데, 주로 재무적인 고민이 많은 내담자들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복잡하게 꼬인 재무적 이벤트를 많이 다루게 되었다. 그 상담 케이스들 가운데 대단한 투자 성과를 이룬 사례도 많았지만, 퇴직 시점이 다 되어서도 신입사원처럼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방황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주변에서 어떤 시점에 어떤 자산에서 아주 높은 수익을 거두었다고 자랑을 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봐왔다.

상담 케이스 중에 1년 전 어느 신혼부부의 사례를 인용해 보면 좀 더 와 닿을 수 있겠다. 이 부부는 수도권의 유망입지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제도를 이용하여 전용면적 84제곱미터의 4억짜리 분양가를 3억원에 가까운 보금자리대출을 받아서 입주했는데, 4년 만에 무려 12억까지 시세가 폭등했다. 맞벌이를 하고 있었지만 평생 모아도 손에 쥐어 보지 못한 정도의 재산 증가를 목격하며 엄두도 안 나던 빚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겠다고 매일매일 재무적 포만감에 젖어 있었다.

필자는 이 집을 처분하고 60제곱미터 정도의 소규모·저비용 주택으로 갈아타고 잉여자금으로 미래 계획, 즉 자녀 양육비와 노후 준비자금 등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부부는 아파트 가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확신하고 13억원 정도에 처분하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1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 해당 아파트는 7억 대에 실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집값 상승분은 주가처럼 시가총액이 증가한 것과 다름없어서 팔아서 현금화시키지 않으면 실사용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 설상가상 해당 입지와 경쟁 관계에 있는 인근 지역에 수만 가구의 신도시가 곧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라 종전 신고가를 회복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이 케이스에서 알 수 있는 교훈은 평소 가정의 미래에 대한 재무설계도를 그리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낚시꾼은 물속이 보이지 않지만, 손끝에 전해지는 물고기의 입질을 기다리다 입질이 제대로 오면 순간적으로 잡아챌 전략을 한순간도 잊지 않는다. 희망하는 인생사이클에 부합하는 재무이벤트의 목표와 금액 그리고 해당 금액을 마련할 준비를 미리 해 놓았더라면 설계도에 따라 망설임 없이 액션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투자는 실패해도 재무설계는 배신하지 않는다

1997년의 IMF 외환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사태, 최근 코로나 위기 등 과거의 경제환경이 급변할 때마다 큰돈을 번 사람들도 있지만 제로섬의 원리로 인해 그만큼의 손실을 보거나 파산을 한 사람들도 많았다. 마치 농사에 필요한 물을 확보하기 위하여 저수지를 미리 만들어 놓듯이 지금은 넘치지만, 언젠가 부족해질 인생 자금을 담아갈 재무 저수지를 지금 당장 만들지 않으면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재무적 고통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투자는 배신할지 몰라도 재무설계는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투자는 운이거나 도박 같은 공포심에 시달려야 하지만, 재무설계는 자신만의 소득 수준과 투자 성향에 맞추어 사전에 설정해 높은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급이 200만원 초반대인 30대 직장인이 강남의 아파트 또는 꼬마빌딩을 사겠다는 등의 비현실적인 재무설계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산보다 본인의 재무적 역량을 키우는 데 힘을 쓰면서 작은 집 마련과 맞벌이가 가능한 배우자를 선택하고, 소득과 재산에 맞는 재무이벤트를 10~20년의 장기간에 걸쳐 추진해 나갈 것이다. 물론 가끔 길몽을 꾼 날 로또 복권은 구입하겠지만.

재무설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주 간단하면서도 핵심 포인트를 짚어드리면 직접 전원주택을 짓는다는 생각과 방식으로 하면 된다. 먼저 땅을 사야 한다. 이 땅값은 완성된 집값보다 저렴하므로 위치마다 가격대로 천차만별이라서 본인의 취향에 맞는 곳을 골라서 매수전략을 세우면 된다. 그다음에는 건축 설계도를 만들어야 한다. 실무적으로 이 설계도가 없으면 건축허가도 나지 않는다. 설계도는 인허가 조건에 맞추어 전용면적 20제곱미터부터 200제곱미터 이상도 가능하다. 단층집을 짓거나 이층집으로 지을 수도 있다. 토지 크기와 자금의 규모에 따라 자신만의 철학을 구현할 수 있다. 완공 시기도 마음대로 정하면 그만이다.

성공적인 재무설계 전략 5

첫째, 재무설계도부터 만들자. 건축설계도가 있으면 건축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인부도 집을 짓는 데 투입할 수 있다. 그냥 감으로 집을 짓는다면 움막 정도밖에 안 될 것이다. 소득원을 아끼고 모아서 종잣돈을 만든 후에 원하는 재무이벤트를 수행하려면 각각의 재무 활동들을 미리 꼼꼼하게 설계도에 반영해야 한다. 설계도 없는 건축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듯이 재무설계 없는 투자는 투기활동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여러 가지 재무목표가 설정되고 설계도까지 만들었다면 세로 방식이 아닌 가로 방식으로 추진하자. 세로 방식은 발생순서별로 하나씩 준비해 나가는 방식이고, 가로 방식은 가장 가까운 장래의 재무목표와 가장 늦은 노후 간병자금까지 동시에 준비하는 방식이다. 세로 방식은 사정이 생기면 수입원 고갈로 후순위이지만 가장 중요한 노후 자금 확보에 실패할 우려가 있다. 가로방식은 발생순서가 달라도 동시에 추진하므로 전체적인 파이의 크기만 달라질 뿐 최소한의 재무적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셋째, 재무설계도에 들어갈 재료는 분야별 우량자산 위주로 담자. 예를 들어 달러 예금이나 금 통장 등을 포함하면 부도 위험이 없으면서 가격변동폭도 제법 커서 의외로 높은 수익률 달성이 가능하다.

넷째, 언제라도 유동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가 살면서 발생하는 재무활동들 중 갑자기 순서가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혼 계획이 미뤄지거나, 조기 은퇴를 하거나, 중증의 질병에 걸리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사유로 급전이 필요할 때가 생긴다. 즉 재무설계도는 언제든지 수정하거나 보완되어야 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재무설계의 대상이 되는 자산은 언젠가 다시 소득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무수익성 자산으로 모으기로만 일관하면 평생 사는 동안 본인은 고생만 하고, 사망 후 상속인만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다. 첫 월급에서 남는 돈으로부터 시작한 재무설계는 갑자기 초과 생활비가 필요하거나 은퇴 이후 웰빙 라이프를 남의 도움 없이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화한 우리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한 달 주기로 현금흐름이 끊김이 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재무 환경이 다르므로 똑같은 월 소득을 확보할 수는 없지만 각자 이루어 낼 수 있는 재무적 역량에 맞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재무설계의 존재가치임을 새롭게 알기 바란다. 나의 재무설계는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다. 지금 당장 엑셀 프로그램을 열거나 A4용지를 꺼내서 살고 싶은 미래를 이벤트별로 적어보고 관련 예산을 현재 가치로 따져보자.


글 유평창 평생자산관리연구소 소장
※ 머니플러스 2023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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