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부동산 불황에 한화·삼성이 리츠에 뛰어든 이유
스폰서리츠, 유동화 통해 자산운용 측면서 유리
투자자 리츠 투자시 '스폰서리츠' 단점 유의해야
지난 14일 한화리츠(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가 공모청약에서 흥행 참패를 기록했어요. 통합 경쟁률 0.51대 1. 약 3년 만에 리츠 공모청약에서 미달사태가 난 건데요.
한화리츠와 비슷하게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스폰서리츠인 '삼성FN리츠(삼성에프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도 이달 말 공모청약을 앞두고 있어 흥행 여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이번 한화리츠의 흥행 참패가 예고된 것이란 시각도 있는데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자산가격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금리 안정도 더딘 상태기 때문이에요. 고금리 상황에서 높은 조달금리로 인해 리츠 배당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어요.
더욱이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많은 리츠 주가가 공모가인 5000원 밑으로 하락한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이 5000원인 공모 청약에 참여할 이유도 낮아졌어요.
리츠 불황기 한화, 삼성 보험사가 뛰어든 배경은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을 한화와 삼성이란 대기업들이 '리츠'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유를 알기 위해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한화리츠와 삼성FN리츠는 모두 계열 보험회사와 관련있는 리츠예요.
한화리츠는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 보유한 부동산을 리츠에 넘기고, 다시 리츠에 재투자해 최대주주(한화생명 지분율 46.2%)에 올라 있는 구조인데요. 모회사가 리츠 운용을 위한 자금조달이나 자산운용 등을 전반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스폰서리츠라고 불러요.
삼성FN리츠 역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삼성생명(상장 전 28.2%)과 삼성화재(27.1%)가 최대주주이고, 본래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가 리츠로 넘긴 것이란 점이 같아요.
결국 한화리츠와 삼성FN리츠 모두 계열 보험사가 매각한 건물을 토대로 탄생한 리츠인 것이죠.
보험사 입장에선 보유 자산을 리츠에 넘기면 현금을 확보하면서도, 직접 보유한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부동산을 통제할 수 있는데요. 건물주(리츠)가 임대료를 터무니없이 올리거나 갑자기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 등을 피할 수 있죠. 나중에 여력이 되면 건물을 되사오기도 어렵지 않고요. 현물출자 시 법인세 과세이연 혜택도 누릴 수 있어요.
보험사가 올해부터 회계제도(IFRS17) 변경에 따라 새로 도입한 건전성 지표(K-ICS, 신 지급여력제도)를 적용받는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혀요. 기존 지표인 RBC(지급여력제도)에 비해 부동산의 위험액 가중치가 6%에서 25%로 늘어나면서, 보험사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자본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어요.
참고로 지급여력제도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보험사가 보유한 가용자본을 위험에 대비해 필요한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이에요. 보험업법상으론 100%, 금융당국에서는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어요.
많은 부동산을 보유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동산을 직접 가지고 있는 것보단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게 더 유리한 상황이에요. 보험사가 부동산이 아닌 리츠를 통해 지분 형태로 부동산을 보유하면 부동산위험액은 사라지기 때문이죠.
대신 보유한 지분만큼 주식위험액이 늘어나긴 해요. 다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건물을 매각한 후에 리츠에 재투자할 때는 일부 자금만 들어가기 때문에 건물가격 대비 위험액을 적용하는 전체 금액이 줄어 자본금 확충 부담을 줄일 수 있죠. 이 과정에서 수익실현과 추가 자본금도 확충할 수 있고요.
또 다른 이유로는 지난해 하반기 급격히 오른 금리 수준이 꼽히는데요. 실상 이 이유가 더 컸다고 볼 수 있어요. 보험사들은 대부분의 자산을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해요.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셨을 텐데요. 이때 장부상 채권평가손실을 반영해요.
보험사들은 지난해 말까지 이전 건전성 지표인 RBC 비율을 당국 권고치 이상으로 맞춰야 했는데요. 예상보다 더 부담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거예요.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해 자본을 쌓아야 했는데 금리가 높아진 만큼 이자 부담이 있었고 작년 하반기에는 채권 관련 유동성 위기로 발행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그래서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매각해 자본을 끌어온 것으로 볼 수 있어요.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도 "지난해 하반기 금리인상 영향으로 채권가격이 하락해 채권평가손실이 발생하게 됐다"면서 "보험사들이 연말 RBC 기준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만큼 자산을 매각할 유인이 있었다"라고 설명했어요.
보험사 장부에 기록하는 자산가치에도 차이가 있어요. 보험사가 보유한 부동산은 재무제표상 원가(장부가)로 기록하지만 매각 시에는 시가로 거래하는 만큼 가치가 더 커질 수 있어요.
즉 건전성 제도 변경에 따른 리스크 대비뿐 아니라 자산을 유동화해 차익을 실현하고, 바뀌는 회계제도에 앞서 부동산 자산가치도 현실화해 좀 더 좋은 숫자를 장부에 반영할 수 있는 셈이죠.
보험사 입장에선 리츠를 만들어 부동산을 매각하는게 전반적인 자산운용, 자본관리 측면에서 유리한 선택이었던 것이죠.
여러모로 리츠를 출범하기 좋지 않은 시기였음에도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이 부동산을 대거 매각하면서, 그 결과물로 대형 스폰서리츠가 자본시장에 등장하게 된 이유예요.
'스폰서리츠' 장·단점 알고 투자해야
그렇다면 이러한 배경으로 탄생한 스폰서리츠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는 어떤 점을 주목해 봐야할까요.
스폰서리츠는 계열 대기업이 입주해 있는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한 만큼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반면 계열사의 현금확보를 목적으로 태동했다는 점에서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 예측이 쉽지 않은 시기에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어요.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으로 리츠 운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가와 배당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임대료 인상이 해법인데요. 모그룹의 자금조달과 비용절감을 위해 도입한 리츠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임대료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인식 때문이에요.
이런 시선에 대해 한화리츠는 향후 임대료 계약에 있어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는데요. 다만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 물가상승률 반영만으로는 주가 유지와 예상했던 배당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금융투자업계 부동산투자 전문가는 "스폰서리츠는 대부분 계열사 자산을 투자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다른 좋은 물건이 있어도 자산을 다양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어요.
스폰서(계열사)도 지분을 투자하는 만큼 일반투자자들과 이익을 같이 하는 측면이 있다지만, 다른 리츠에 비해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데 한계도 존재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스폰서리츠 특유의 장·단점과 함께 자산가치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을 지적하고 있어요.
보통 리츠에 투자할때는 배당수익률만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채권에 투자할 때 금리가 높아도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 투자를 피하거나 위험을 따져보는 만큼 리츠 역시 자산가치와 향후 자산가치 상승여력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에요.
금투업계 관계자는 "리츠는 공모가가 5000원으로 동일하지만 1주당 가진 부동산의 가치는 다르다"면서 "리츠에 투자시에는 단순히 배당수익률만 따질 것이 아니라 반드시 어떤 자산을 가졌는지 자산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어요.
김미리내 (panni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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