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키우기에 실패한 영원무역..."스캇, 너마저"

프아블랑, 아웃도어리서치 사실상 이름만
8000억인 들인 스캇은 적자...3000억대 담보도 있어
이 와중에 창업주의 차녀 성래은 부회장은 정의선보다 많은 보수 챙겨...증여세 납부용 의혹

영원무역이 라이센스 계약이 끝나는 아웃도어 브랜드 에이글을 대체하기 위해 골랐던 미래 먹거리가 무용지물이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에이글은 영원아웃도어의 전신인 골드윈코리아가 공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영원무역과 영원아웃도어를 통해 전개해 전성기를 이뤘다.

영원무역은 2015년 말 라이센스 계약이 끝나는 에이글을 대체하기 위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프아블랑, 아웃도어리서치, 스캇 등 해외 유명브랜드를 대거 사들였지만 제 역할을 하는 회사가 없는 상황이다.

영원무역은 2000년대 중반부터 프아블랑 제품을 국내에 직수입해 판매하다가 아예 브랜드를 인수했다. 지난 2013년 스위스에 프아블랑인터내셔널을 설립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하지만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다.

프아블랑은 스키복을 중심으로 서핑·요가·조깅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위한 기능성 웨어를 취급한다. 당시 다운웨어 한 벌 가격이 70만원대를 호가한다는 브랜드였다.

2014년에는 미국아웃도어 브랜드 '아웃도어리서치'본사의 지분 80%를 인수해 자회사로 영입했고, 2015년에는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스캇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영원무역의 미래먹거리 창출 프로젝트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영원무역홀딩스에 따르면 프아블랑과 아웃도어리서치의 경우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나 다름없다.

현재 제대로 영업 중인 회사는 스캇에 불과하다. 영원무역은 스캇을 통해 자전거 및 스포츠 브랜드로 사업을 확장,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던 스캇마저도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스캇은 지난 2022년 1조3975억원에 달하는 매출과 176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2023년 매출은 1500억원이 감소한 1조2424억원, 영업이익은 70% 가까이 줄어든 587억원으로 줄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매출액 9537억원에 21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2%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한 셈이다.

스캇의 실적부진은 모회사인 영원무역에 영향을 미쳤다. 2022년 8000억원대에 달한 영원무역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전거가 비대면 스포츠로 각광받으면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급증했다가 엔데믹과 함께 거품이 꺼진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는 이유야 어찌됐건 영원무역이 스캇에 쏟아 부은 돈을 고려하면 실패한 투자라는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다.

영원무역은 지난 2013년 스캇 지분 20%를 인수하고, 2015년 추가로 30.01%를 넘겨받기 위해 15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여기에 지난 5년 동안 스캇 운영자금과 차입금 상환에 6438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접 들어간 돈만 해도 8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총 340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도 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1조원이 넘는다.

스캇 프로모션. / 스캇

더 문제는 올해도 스캇의 타깃 시장인 초고가 자전거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내수 시장의 불경기와 글로벌 소비 침체로 프리미엄 제품인 스캇 제품 판매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판매 감소와 재고 과다로 어려움을 겪던 스캇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량으로 쌓인 재고를 할인 판매하며 버티는 전략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스캇 부문 재고자산은 5700억원 수준이다. 전년 7900억원원보다 27% 감소했다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규모다. 이에 영원무역은 올해도 재고 소진을 위한 할인판매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스캇은 지난해부터 진행한 최대 40%에 이르는 할인판매를 현재도 진행 중이다.
스캇 공식 홈페이지에서 2100만원대 '스케일 RC' 제품은 20% 할인된 1700만원대에, 900만원대 로드 바이크 '포일 RC'는 700만원대로 판매되고 있다.

아웃도어 업계 한 관계자는 "영원무역은 에이글을 대체할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서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올해는 경기가 지난해보다 더 나쁜 상황인데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 가격을 낮춘다고 얼마나 팔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해도 시장 전반적으로 과잉 재고 및 할인판매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스캇도 일부 재고 할인판매가 유지될 것"
- 영원무역 관계자 -

한편, 영원무역그룹 창업주의 차녀인 성래은 부회장은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영원무역홀딩스에서 63억2500만원, 영원무역에서 62억7500만원 등 총 130억원의 보수를 수령해 구설수에 올랐다.

차 부회장의 증여세 납부를 위해 회사가 막대한 돈을 지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성래은 영원무역홀딩스 부회장. / 영원무역홀딩스

실제 성 부회장이 받은 돈은 재계 서열 3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서 받는 115억1800만원보다 15억원쯤 많다.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성기학 회장이 받은 돈보다 성 부회장이 받은 돈이 많다.

성 회장의 경우 대표로 재직 중인 영원무역에서 지난해 27억25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성래은 부회장의 절반도 안된다. 상여금도 성 부회장은 40억2500만원의 상여금을 챙겼지만 성 회장이 받은 상여금은 3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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