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시절 치열했던 일터에서 물러나 갑자기 찾아온 넘치는 시간과 고독감을 주체하지 못해 방황하는 시니어들이 의외로 많다.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 사람 온기를 느끼고 싶어 무심코 매일같이 발걸음을 옮기지만, 정작 그곳에서 돌아올 때 손에 쥐는 것은 허탈함과 씁쓸한 후회뿐인 경우가 허다하다.
내 남은 인생의 소중한 시간과 푼돈을 의미 없이 갉아먹고, 나아가 평생 쌓아온 품격까지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위험한 장소들의 실체를 알아본다.

한방 주식은 처음에는 그저 푼돈 몇 천 원으로 소일거리를 하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발을 들이지만, 결국 뇌를 자극하는 말초적인 도파민에 중독되어 헤어나오지 못하는 최악의 늪이다.
어두컴컴한 모니터 앞에 앉아 소중한 연금과 노후 자금을 야금야금 탕진하며 하루 종일 시간을 죽이는 행동은 내 영혼을 가장 빠르게 황폐화시킨다.
눈앞의 대박이라는 부질없는 신기루에 매달려 귀한 하루를 통째로 날리는 삶은 노년의 뒷모습을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화장지나 계란 같은 정겨운 공짜 미끼에 현혹되어 노래 부르고 손뼉 치는 유치한 분위기에 휩쓸리다 보면 어느새 이성을 잃고 지갑을 열게 된다.
자식보다 더 싹싹하게 굴며 효자 노릇을 자처하는 사기꾼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시중보다 수십 배 비싼 정체불명의 건강식품을 덜컥 충동구매하곤 한다.
내 피 같은 돈을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는 이미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주변의 비웃음거리가 된 이후다.

지나간 과거의 명함이나 자식 자랑, 재산 비교로 점철된 공간에 매일같이 출근하며 부질없는 세력 다툼에 내 소중한 감정을 소모하는 미련함이다.
생산적인 대화나 배움은 전혀 없이 그저 내가 왕년에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들의 훈수와 텃세만 가득해 갈 때마다 스트레스만 잔뜩 안고 돌아오기 십상이다.
서로의 허물을 들춰내고 편을 가르는 웅졸한 인간관계에 목을 매며 내 귀한 에너지를 바닥낼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집안에 혼자 있기 적적하다는 이유로 무작정 밖으로 나와 하루 종일 벤치나 지하철 역사에 앉아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는 무기력한 습관이다.
뚜렷한 목표나 생산적인 취미 없이 그저 흘러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때우는 행동은 스스로를 사회에서 격리된 노인으로 낙인찍는 행동이다.
무료한 환경에 내 몸과 마음을 방치할수록 뇌 기능은 급격히 퇴화하고 삶에 대한 의욕마저 순식간에 사그라들게 마련이다.

정당한 값을 치르는 소비자의 권리를 넘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사소한 일에 목소리를 높여 융통성을 따지는 추태다.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몇백 원은 아까워하면서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의 노동력과 감정은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옹졸한 보상 심리가 작동하곤 한다.
남들의 따가운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눈앞의 작은 이익과 이기적인 자존심만 채우려는 행동은 내 인격의 바닥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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