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인사이드] 마약 혐의로 구속된 래퍼, 구치소에서 또 투약… 밀반입 이렇게 이뤄진다
힙합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 고등래퍼2 출연자 윤병호(23)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중 구치소에서 또 마약에 손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추가로 기소됐다. 윤씨는 “다른 사람이 자신 몰래 약물을 투약하도록 하는 이른바 ‘퐁당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윤씨의 소변검사에서 검출된 성분이 윤씨가 직접 처방받은 약물과 다르다며, 그가 어떤 방식으로든 약물을 취득해 투약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마약사범이 구치소, 교도소로 약물을 반입하는 문제는 최근 몇년 간 교정당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로 떠올랐다. 교정당국은 마약사범이 입소할 때 철저하게 몸을 검문할 뿐 아니라 불시로 찾아가 소지품을 뒤지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구치소 수감된 상태에서 약물 투약… 반입 경로 밝혀지지 않아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씨는 2018년 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대마와 펜타닐, 필로폰 등을 매수하거나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작년 12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그런데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던 2022년 8월 17~26일쯤 인천구치소에서 디아제팜, 로라제팜, 졸피뎀 성분이 포함된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혐의가 새롭게 드러나, 지난 4월 추가 기소됐다.
윤씨를 추가 기소한 수원지검도 윤씨가 어떻게 마약을 반입하거나 입수했는지 등에 대해서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윤씨와 구치소에서 같은 방을 썼던 재소자 A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윤씨가 코킹(의약품을 가루내어 코로 흡입하는 방식)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흡입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또 다른 재소자 B씨는 수사기관에 “윤씨가 다른 수용자들에게 약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한 현직 검사장은 “공황장애나 불면증이 있는 수용자들은 처방을 받아 향정신성의약품을 구치소에 반입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처방받은 약을 다른 수용자에게 돌리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윤씨가 투약한 디아제팜, 로라제팜, 졸피뎀은 불면증 치료제에 자주 쓰이는 성분이다. 마약 투약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은밀한 부위에 숨기고, 편지로 들여오고… 교정당국도 단속 강화해
구치소, 교도소 내 마약 반입은 교정당국에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작년 8월 서울구치소에선 수용자들의 마약 매매 알선 행위가 적발됐다. 또 그해 9월 인천구치소에선 신입 수용자 물품에서 마약 메스암페타민 3.63g이 나왔다. 그 다음 달 광주교도소에서도 한 수용자에게 온 등기우편물 검사 과정에서 펜타닐 약 3g이 발견됐다.
교정시설에 마약을 반입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밖에서부터 마약을 몸에 숨겨 가져오는 방식이 하나 있다. 또 입소 후 편지에 몰래 넣어서 받거나, 반입 가능한 마약성 약물을 거래하는 방법도 있다.
작년 울산지법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C씨는 2022년 12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속옷에 필로폰 0.32g를 숨겨 반입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수감 이후 교도관에게 수시로 자신의 보관품이 잘 있냐고 물었는데 이를 수상히 여긴 교도관에게 재검사를 받아 마약을 숨긴 것을 적발당했다.
또 지난 2022년 인천지법에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D씨는 2019년 인천구치소에 수감되면서 필로폰 4g를 항문에 숨겨 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구치소 내에서 대변을 봐 필로폰을 꺼낸 뒤 같은 방에 수감 중인 사람에게 건넸다고 한다. 이 수감자는 먹던 컵에 담아 물에 희석시켜 마시고, 일부는 장기알로 빻아 가루로 만든 뒤 빨대로 흡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작년 서울구치소에서는 마약 혐의로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E씨가 근무자실 책상 위에 있던 향정신성의약품 20여정을 훔쳐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약물을 죄수복 상의 주머니에 넣은 뒤 귀마개통과 나무로 된 배식구 위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정당국은 작년 교정특별사법경찰을 출범하고 내부 정보팀을 꾸리고 불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불시 단속 만으론 한계가 있고 재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약 단순 투약자와 판매책, 유통책, 밀수책, 총책 등이 구치소, 교도소 한 방에 모이게 되는 지금의 수용 정책이 오히려 중독 성향을 강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2006년 마약사범이 일반 수용자에게 마약을 전파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약사범은 일반 수용자와 분리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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