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CEO 20년]⑭ 신영증권, 오너 2세가 물러난 자리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 전경. /사진 제공=신영증권

신영증권에서 최근 20년간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은 6명이다. 그중 오너 2세인 원종석 회장이 20년을 채웠는데 지난해 6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오너가 대표에서 빠진 전문경영인 체제로 넘어갔다. 오너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사회 의장과 지분은 그대로 쥔 구조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신영증권 대표를 지낸 인물은 △이영환 △원종석 △신요환 △황성엽 △금정호 △김대일 등 여섯 명이다. 이 기간 퇴임 대표의 평균 재임 기간은 114개월로 20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길다.

원 회장의 재임이 그 대부분을 차지한다. 2005년 대표에 올라 지난해 6월20일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번 20년 기획의 관측 구간과 사실상 겹치는 셈이다.

계보 자체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신영증권은 1956년 김치복 당시 대한화재 사장이 설립한 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1971년 서울증권 출신 원국희 명예회장이 인수해 오늘에 이르렀다. 원 회장은 원 명예회장의 아들로, 1988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자산운용본부장과 법인사업본부장, 기업금융부문장, 총괄 부사장을 거쳤다.

전문경영인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2005년 취임 당시에는 이 전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았고, 2006년부터 2017년까지 단독대표 체제가 이어졌다. 2017년 6월 각자대표로 선임된 신 전 사장이 36개월, 2020년 6월 취임한 황 전 사장이 66개월을 재임했다.

황 전 사장의 퇴임은 영전이었다. 그는 금융투자협회장에 선출되면서 지난해 12월31일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이 회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업권 대표 자리에 오른 사례다.

원 회장의 퇴진 배경으로는 지난해 7월 시행된 책무구조도 대응이 거론된다. 다만 회사는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지배력도 그대로다. 원 회장은 신영증권 지분 8.37%를 보유하고 있고, 최대주주인 원 명예회장의 지분 10.42%와 특수관계인을 합치면 오너 일가 지분율은 20%를 웃돈다.

지금은 전문경영인 두 사람이 회사를 나눠 맡는다. 지난해 6월20일 대표에 오른 금정호 사장이 기업금융을, 올해 6월19일 합류한 김대일 사장이 자산관리를 총괄한다. 금 사장은 동양종합금융과 한국투자증권을 거쳐 2006년 신영증권에 합류한 인물이다.

김 사장은 정통 내부 인사다. 1968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9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패밀리헤리티지본부장과 자산배분솔루션본부장, 자산관리 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이 회사의 특징은 실적보다 지속성에 있다. 원 명예회장이 인수한 1971년 이후 지난해까지 55년 연속 흑자를 이어왔다. 국내 금융회사를 통틀어 50년 이상 연속 흑자를 기록한 곳은 신영증권이 유일하다.

사업 색깔도 뚜렷하다. 원 회장은 2017년 자산 승계 서비스인 패밀리헤리티지를 내놓아 특화 사업으로 정착시켰고, 2019년에는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하며 수익원을 넓혔다.

3월 결산 법인이라는 점도 다른 증권사와 구분된다. 정기주주총회가 6월에 열려 대표 교체 시점도 다른 회사와 어긋난다. 금 사장과 김 사장의 취임일이 모두 6월인 이유다.

증권업계에서는 오너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규제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왔으며, 승계 작업에도 꾸준히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는 원 회장의 이사회 의장 유지 외에 향후 지배구조 계획을 별도로 밝힌 바 없다.

이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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