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한번 못 먹고 출생 9시간만에 아기는 결국…재판부도 분노

최성국 기자 2024. 9. 22. 05:3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단 하루 만에 생을 마감한 아이에게 당신은 온 세상이나 다름없었을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름을 가져보지도 못한 이 아이가 자신이 누구인지, 부모의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단 하루도 되지 않는 생을 어머니의 손에 의해 마감한 것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건의재구성]홀로 육아 어렵다고 미숙아 그대로 유기 살해
"아이에게 엄마는 온 세상이었을텐데"…20대 친모 징역 6년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단 하루 만에 생을 마감한 아이에게 당신은 온 세상이나 다름없었을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28일 오전, 광주 서구의 한 주택에서 신생아가 세상을 떠났다.

재판부는 이름을 가져보지도 못한 이 아이가 자신이 누구인지, 부모의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단 하루도 되지 않는 생을 어머니의 손에 의해 마감한 것에 대한 분노와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미혼인 A 씨(24·여)는 지난해 7월쯤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출산을 위한 정기 검진, 육아용품 구입 등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던 A 씨는 약 3개월 뒤 산부인과를 찾아갔다. 병원에선 '임신 29주차이기에 낙태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태아의 건강은 정상이었다.

경제적으로 아이를 혼자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컸던 그는 곧바로 인터넷에서 낙태약을 구매했다. 부모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기 무섭다는 생각에 주변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가 복용한 낙태약의 영향으로 30주가량의 미숙아 상태로 태어났다.

화장실에서 홀로 출산을 한 A 씨는 아이를 담요에 눕힌 뒤 자신이 일하는 노래방으로 떠나버렸다. 노래방에서는 지인들과 SNS로 메시지를 나누며 친분 교류를 다졌다.

6시간 뒤 집으로 돌아온 A 씨는 아이가 숨진 것을 알고도 다시 노래방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이름도 없는 아이는 분유 한번 먹지 못한 채 9시간 가까이 방치되다 생을 마감했다.

결국 A 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살인 고의성을 부인하는 A 씨가 자신의 행위를 돌아볼 수 있도록 아이에게 저지른 범행을 조목조목 짚었다.

1심을 맡은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는 "피고인은 피해자 사망 가능성을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하나 피해자가 미숙아로 태어난 만큼 신속하고 적절한 영양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은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산아였어도 현재의 의료, 과학기술의 발전에 비춰볼 때 인큐베이터 등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을 경우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건강 상태, 나이 등에 비춰봐도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은 과중한 부담이 아니었다"면서 "피해자가 생존을 위해 간절히 영양공급을 원했을 영겁과도 같은 시간 동안, 피고인은 당면한 문제를 회피해 버린 채 노래방으로 떠나버렸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의 온 세상이나 다름없는 보호자가 도리어 피해자의 소중한 생명을 거둬버린 것임에도 피고인은 책임을 축소하려고 하거나 자기 연민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단 출산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 현실 도피 차원에서 미필적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A 씨는 2심에서도 검사와 양형을 다툰 끝에 아동학대살해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고 1심과 같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star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