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황금빛 동행" 파리올림픽 양궁 금메달 뒤에 숨은 현대차그룹 후원
대한민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이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여자 단체전 10연패라는 신화를 달성했다. 이와 같은 기록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의 피나는 노력에 40년 가까이 묵묵히 후원해온 현대자동차그룹의 역할도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임시현(한국체대), 남수현(순천시청), 전훈영(인천시청)으로 이뤄진 한국 대표팀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안치쉬안, 리자만, 양샤오레이로 팀을 꾸린 중국을 '5-4'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1988년 서울대회 이후 파리대회까지 단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내주지 않은 것이다.
이날 시상식에선 대한양궁협회장과 아시아양궁연맹회장을 맡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여자 양궁 단체전을 현지에서 관람한 데 이어 직접 시상자로 나서 선수들에게 기념품을 전달 했다. 관중석에서는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과 김재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자리를 함께한 모습이 포착됐다.
한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이 거둔 이 전례없는 기록은 선수들과 코칭 코칭스태프들의 가 땀과 피나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다. 이는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단체 후원 중 최장기간의 후원이다.
이번 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10연패에는 국가대표 훈련을 돕기 위해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까지 개발한 현대차그룹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스포츠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도쿄 올림픽이 끝난 직후부터 대한양궁협회와 함께 파리올림픽 지원 방안을 논의했고, 파리 대회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설립했다.
또 파리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해 모의대회를 다수 치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룹이 개발한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또 전북현대모터스와 협의해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소음 적응 훈련도 진행했다.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선 센강에 인접한 앵발라드 경기장의 강바람을 고려한 환경적응 훈련도 시행했다.
현대차그룹은 파리 현지에서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약 10㎞ 떨어진 곳의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양궁 국가대표팀만을 위한 전용 연습장을 마련했다. 또 통상적인 출국 날짜보다 4일 정도 빠른 7월 16일 출국해 전용 연습장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했으며, 시차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전용훈련장과는 별도로 경기장에서 약 300m 거리에 선수단 휴게 공간을 마련해 시합과 연습 틈틈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양궁 훈련장비와 훈련기법을 개발해 지원했다. 이미 최고의 양궁 실력을 갖췄지만, 이를 더 완벽하게 펼칠 수 있도록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 기술을 활용한 셈이다. 지난 도쿄올림픽 직후부터 프로젝트에 착수,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휴대용 활 검증 장비 △복사냉각 모자 △3D 프린터 제작 선수 맞춤형 그립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고정밀 슈팅머신 등을 제공했다.
현대차그룹의 대한민국 양궁 지원은 1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05년부터는 정의선 회장이 아버지 자리를 이어받으며 계속 연임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지원만 할 뿐, 선수단 선발이나 협회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또 투명한 관리를 강조, 양궁협회에는 지연,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도 없었다.
현대차그룹은 유소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선수 육성체계 구축도 지원했다. 일선 초등학교 양궁장비와 중학교 장비 일부를 무상 지원하고 있다. 2013년에는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U16)-후보선수(U19)-대표상비군(U21)-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현대차그룹은 대회별로 개최국 특성을 면밀히 살펴 세심한 지원도 펼쳤다. 2016년 리우 올림픽의 경우 치안불안을 감안해 선수단의 안전을 담당할 사설 경호원을 고용하고, 방탄차(투싼·맥스크루즈)로 경기장을 이동하도록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절이던 2021년 도쿄 올림픽때는 마스크, 미니소독제, 세척제 등으로 구성된 방역키트를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등 방역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앞으로 본인들 기량을 잘 살려 원하는 것을 꼭 쟁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가 도와드릴 일이고,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은 뒤에서 다하겠다"며 "선수들이 워낙 잘해서 제가 거기에 묻어가고 있다. 저는 운이 좋은 거 같고, 선수들 본인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너무 흥분하지도 않고 침체하지도 않은 정신으로 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