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
이런 조건이 충족되면 꼭 이런 나쁜 일도 생기더라 하는, 예견된 불운 ‘징크스’. 이 심술궂은 미신을 한번 신경 쓰기 시작하면, 똑같은 불행을 다시 겪는 건 아닐까 매 순간 불안해해야 한다. 그렇기에 굳이 갖고 있어 봐야 좋은 점 하나 없을 것 같지만, 반대로 생각할 수만 있다면 징크스도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된다. 미역국을 먹으면 괜히 시험에서 미끄러질 것만 같아 불안한가? 그렇다면 얘기가 쉽다. 미역국만 멀리하면 미끄러질 일은 없을 테니까. 돌이켜 보면 단순한 이 징크스의 역설이, ‘2년 차 징크스’에 허덕였던 선수의 ‘3년 차’를 새롭게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에디터 전윤정 사진 롯데 자이언츠
#기대로 가득 찬 겨울
dugout_mz 반갑습니다! 비시즌인데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1월 6일 인터뷰)
평일에는 매일 운동하고 주말에는 쉬는 스케줄이에요. 웨이트 트레이닝은 따로 다니는 센터가 있어서 거기서 하고요. 기술 훈련은 잠실야구장이나 학교에 왔다 갔다 하면서 하고 있어요.
dugout_mz 시즌이 끝나자마자 정신이 없었겠어요.
이번엔 좀 정신없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것도 한 일주일 정도만 그랬어요. (252287_8 처음 트레이드 소식을 접할 당시 기분이 어땠어요?) 이미 몇 번 얘기한 내용이긴 한데 너무 놀랍고 안 믿겼어요. ‘진짜인가?’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xxduuux 이제 본격적으로 두산 베어스에서 뛸 텐데, 두산이라 더 기대되는 점이 있나요?
어릴 때 처음으로 좋아한 팀이 두산이었어요. 근데 평소에도 매사에 기대하는 편이라 모든 게 기다려집니다!
skadl___ 등번호로 3번을 골랐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아, 저 등번호 2번이에요. 원래 박지훈 형이 2번을 달고 계셔서 못 다는 줄 알고 3번을 골랐던 건데요. 근데 형들이 번호를 바꾸다 보니 2번이 남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그럼 제가 2번을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결정됐습니다. (최근까지 달던 번호라 마음이 갔나요?) 아무래도 그렇긴 한데, 사실 번호 욕심이 크게 없는 편이에요. 한 자릿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요. 어떤 번호든 앞으로 제가 잘하면 그 번호가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요?
chaeeunofficial 롯데 자이언츠 시절 등장곡이었던 DAY6의 ‘예뻤어’는 이어서 사용할 예정인가요?
아뇨, 아닙니다. 고려 중인 다른 곡들이 있긴 한데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어요. 다소 파격적인 변화를 줘 볼 계획이에요. ‘예뻤어’도 노래가 정말 좋긴 하거든요? 근데 처진다면 처진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새로운 곡으로 바꿀 예정입니다.
wns_iie 새 팀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준 선수가 있다면 누군가요?
한 분만 딱 뽑기는 살짝 그래요. 구단 프런트 직원분들부터 선수단 형들, 선배님들까지 다들 살갑게 잘 챙겨주셨거든요. (yo_giants_jin 그럼 앞으로 친해지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요?) 그것도 마찬가지로 모두와 친해지고 싶습니다. 평소에도 두루두루 친해지는 편이라서요.
dugout_mz 평소 사람들과 어떻게 친해지는 스타일이에요?
원래는 낯을 꽤 가려서, 누군가 먼저 다가와 줘야 친해지는 타입이에요. 근데 지금은 제가 팀을 옮겨 온 상황이니까 먼저 선수들에게 붙임성 있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있습니다.
lttgnts_ 이적한 뒤로도 롯데 형들과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나요?
요새 1월이 돼서야 잘 못 보는 거지, 12월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살던 집 정리가 다 안 돼 있었어요. 결혼식 같은 행사도 워낙 많았고요. 그래서 형들이랑 자주 만나서 저녁도 먹고 그랬죠.
dugout_mz 트레이드 이후 시점에 만난 걸 텐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요?
대화하다가 “우리가 내년에…”라는 말이 나오면 형들이 장난식으로 “아, 이제 ‘우리’ 아니지?”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근데 차라리 우울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보다는 그렇게 유쾌하고 긍정적인 쪽으로 얘기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럼 어떻게 반응했어요?) 저도 “그쵸, 이젠 ‘우리’ 아니죠?” 이렇게 받아쳤어요.
0s._.hw_7 이적 게시글에 윤동희 선수가 “형이 서울 갈 때마다 밥 사줄게, 아프지만 마”라고 댓글을 달았더라고요.
‘아프지만 마’라니,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좀 낯간지럽네요.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이성적인 사람인데 갑자기 감성적으로 바뀌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도 그런 순간이 되면 누구나 감정적으로 바뀌는 게 당연하겠죠? 그렇게 한마디 남겨준 덕분에 뭐, 많이 큰 힘은 되지 않았지만! (단호) 그래도 고마웠습니다.
paaaaaark_mj 롯데 시절 상대한 두산 투수 중에 가장 까다로웠던 투수는 누구였나요?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도 되나요? 전 브랜든 와델(현 시라큐스 메츠) 선수요. 아마 그 선수에게 안타도 없을 거예요.
kangsoohee0330 스몰 샘플이긴 해도 두산전에 강한 모습이었어요. 롯데 투수들 상대로는 어떨 것 같나요?
그래요? 저 두산전 타율이 몇 할인가요? (23시즌에 0.343이더라고요.) 롯데랑 하면 집중도가 좀 더 올라갈 것 같아서 잘 치고 싶어요. (‘이 투수 공은 반드시 안타로 쳐 내겠다’ 하는 마음이 드는 투수가 있나요?) 이민석 선수라고, 그 형 공에는 꼭 안타를 치고 싶어요.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소리도 있는데, 형이 계속 저를 도발하더라고요. 무슨 뭐, “너는 직구 세 개면 끝이다”라든지. 저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일단 가만히 있을 겁니다.
#골드! 같은 브론즈입니다
jyp__v7 두산 유니폼 중에서 특히 예쁘다고 생각한 유니폼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저는 올드 유니폼이 마음에 들어요. (어릴 때도 가지고 있었어요?) 그땐 홈 유니폼밖에 없었는데, 프로에서 상대편으로 봤을 때 올드가 무척 예쁘던데요. 어릴 땐 유니폼이라면 다 예뻐 보였고요.
mawoeee 야구가 없는 날에는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학교 친구들을 자주 만났어요. 아니면 할머니 댁에 가거나 게임도 하고 그랬습니다. 최근에는 ‘소방관’이나 ‘하얼빈’ 같은 영화도 봤어요. (oddly0914 게임은 주로 어떤 걸 즐기나요?)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배틀 그라운드요. 롯데에 있을 때 선수들끼리 많이 했어요. (김원중 선수가 본인이 속한 팀이 승률이 높다던데 맞나요?) 원중 선배님은 잘하시는 편이에요. 그리고 저도 선배님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평균은 가지 않나 합니다. (티어가 어딘데요?) 티어는 골드! 같은 브론즈입니다. 그래도 제가 5명 중 1.5인분은 하지 싶은데요?
y00n_week 노래방도 종종 들르는 편인가요? 노래방 애창곡이 있다면?
코인 노래방에 자주 갑니다. 혼자는 거의 안 가고 보통은 친구들이랑요. 제가 J(계획형) 성향이라, 목이 나가기 전까지는 발라드를 부르고요. 슬슬 목이 나간다 싶으면 랩으로 돌리는 스타일입니다. 발라드는 요즘 인기 차트에 있는 버즈의 ‘남자를 몰라’를 자주 부르고요. 랩은 릴러말즈의 ‘거리에서’를 최근 밀고 있습니다. (스스로 노래 실력을 평가하자면?) 음, 근데 제가 부를 때의 느낌이랑 상대방이 듣는 거랑은 너무 다를 테니까 잘 모르겠네요. 일단은 녹음하는 노래방만 안 가면 나쁘지 않다 봅니다. 그래도 친구들은 실력이 꽤 늘었다고 해주기도 하더라고요?
_ja2.wxn_ 김민석 선수의 이상형이 궁금합니다!
지적이고 똑똑한 사람을 좋아해요. 저보다 아는 게 훨씬 많은 사람이요. 평소에 뭐든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dugout_mz ‘지적이고 지혜로운’이라… 이번에 수도 질문이 많더라고요? ‘중국 수도 시진핑’은 웃기려고 한 소리라고 밝혔는데, 스스로 개그캐라고 생각하나요?
아뇨. 저는 개그캐는 아니고. 아, 개그캔가? 잘 모르겠어요. (베어스TV에서 어떻게 왔냐고 물었더니 비행기 타고 왔다고 즉답해서 웃겼어요.) 그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었나요? ‘어떻게 오셨어요?’라는 질문에 ‘곰들의 모임 하러 왔어요’라고 답하기도 이상하잖아요. 그건 당연한 거니까. 제가 전날까지 일본에 있다가 온 거라 정말 온 방법을 물어보신 줄 알고 비행기 타고 왔다고 한 거거든요.
dugout_mz 롯데 자이언츠 ‘레드 팬스티벌’에서 ‘Candy’ 무대를 하는 걸 보니까 쇼맨십도 꽤 있는 것 같던데요?
롯데에서 무척 큰 무대를 만들어 주신 거니까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전)준우 선배님 팀이었는데, 선배님께서도 워낙 연습할 때부터 진지하게 임하라고 말씀하셔서 열심히 했습니다. (무대에서의 발랄한 표정과 제스처까지도 다 진지한 연습의 결과인가요?) 노래 부르기 전에 가사를 책 읽듯이 한 번 싹 읽는 편이에요. ‘Candy’ 때는 제 파트 가사가 ‘햇살에 일어나 보니 너무나 눈부셔’였잖아요? 그래서 그냥 별 표정 없이 부르기엔 싱겁겠다고 판단했습니다.
dugout_mz 두산에서도 퍼포먼스를 요청받으면 할 의향이 있나요?
저는 야구를 잘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구단에서 시키면 해야겠죠? 근데 기왕이면 팀 성적이 좋을 때 하는 게 더 신나지 않을까 합니다!
#앞만 보고 전력 질주!
dayeoneee_ 데뷔하고 롯데에서 보낸 2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데뷔 첫 타석에 들어갔을 때요. 야구장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앞에 선 투수밖에 보이지 않더라고요.
sys.h51 팬들로부터 들은 말 중 특히 응원이 됐던 말이 있다면?
꼭 특별한 멘트가 아니더라도, 그냥 출퇴근할 때 스쳐 지나가듯 해주시는 말들도 큰 힘이 됐어요. 써주신 편지들도 받자마자 한 번에 전부 읽지는 못하지만, 차근차근 다 읽어보거든요. 그런 것들 하나하나에 힘을 많이 받았어요.
94.8.26 부산 생활과 서울 생활에 차이점이 있나요?
부산에서는 자취를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죠. 제가 배고프다고 뭘 만들어서 해 먹을 수준은 안 돼서 음식은 다 시켜 먹었거든요. 그러다 보면 또 1시간씩 일정이 딜레이되고 그랬는데, 지금은 본가에 사니까 부모님이 계시잖아요. 식사를 다 준비해 주시니까 돈 나갈 데도 없고 편해진 것 같아요. 집에서 강아지도 키우다 보니까 본가에서 사는 게 좀 더 좋습니다.
jiiiiing_han 두산 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부산 최애 맛집이 있을까요?
그냥 가던 식당만 가는 편이라… 부산에서 ‘후발대’에 자주 갔었어요. 거기 유명하잖아요? 저도 맛있게 먹어서 추천합니다.
wjdtj2dbs 24시즌 어려움을 겪었을 때 마음을 어떻게 다잡았는지 궁금해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어요. 이런 시련이 20대 초반 나이에 미리 와서 다행이라고 마음먹기로 했고요. 주변에서 코치님들이나 형들, 선배님들도 멘탈 쪽으로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셔서 우울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s.ju1ne 어떤 상황이든 매번 열심히 뛰는 김민석 선수가 정말 멋있었습니다! 스스로를 항상 열심히 달리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팬분들과 가족이죠. 제가 잘했을 때 다 같이 좋아해 줄 사람들이니까요. 친구들도 마찬가지고요.
for_minzi 2025시즌을 앞두고 가장 집중해서 준비하고 있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특별히 어느 파트에 몰두하고 있다기보다는 골고루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_xeun0 2025시즌 목표도 세웠나요?
일단 안 다치고 1년을 마무리하는 게 우선이에요. 그렇게 부상 없이 1군에 계속 있고 싶고요.
b_f_hope 2023시즌 고졸 신인 100안타 기록을 세웠었죠. 다가올 시즌에 목표로 잡은 안타 개수도 있나요?
이전까지는 숫자에 연연을 제법 했는데, 목표를 수치로 잡아놓으니까 오히려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blue____in 나아가 앞으로 길게 남은 야구 인생의 꿈도 궁금해요.
우승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팀이 우승할 때 제가 뛰고 있으면 좋겠어요. (우승 순간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본 적도 있나요?) 모자든 뭐든 다 던져버릴 것 같은데요? (외야수니까 우승 장면에 같이 잡히려면 빨리 뛰어야겠네요.) 그래서 예측 샷으로 던지려고요.
2ugarcoat 2025년이 이제 막 시작했어요. 새해 소원이 있나요?
새해 소원도 두산 베어스 우승입니다. 제가 새로 뛰게 될 팀이기도 하니까요. 야구 외적으로는 따로 바라는 게 없네요.
se1_ix 팬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우선 지금까지 저를 잘 챙겨주신 롯데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두산 팬분들께는 야구장에서 열심히, 또 잘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6호 (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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