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벌써 5조 샀다…외국인 코스피 폭풍매수 언제까지 이어질까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443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날도 7686억원가량을 사들이며 올들어 일간으로는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코스피 주식을 6조8065억원어치 순매도했는데,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해 팔아치운 물량의 상당부분을 사들인 셈이다. 코스피 시총 중 외국인 보유 비중도 지난해 9월 30.38%까지 떨어졌으나 25일 기준으로 31.82%까지 상승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긴축의 끝이 보인다는 기대감이 연초 주가 반등의 한 이유”라며 “1998년 외한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강세장이 나타났듯이 경기에 대한 주가의 선행성을 고려할 때 올해 예상되는 경기 악화는 작년 주가 하락이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외국인 순매수(20일기준)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영국과 미국의 순매수 규모가 차례대로 6993억원, 5259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영국계 혜지펀드들은 환율 등 경제 지표에 따른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은 비교적 장기 투자금 성격이 큰 것으로 분류된다. 영국과 미국의 뒤를 이어 아일랜드(4016억원) 프랑스(2700억원) 캐나다(2580억원) 순으로 국내 주식을 많이 샀다.
코로나가 본격 확산된 지난 2020년 이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거 순매도에 나섰다.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수요가 상당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2020년과 2021년엔 코스피 시장에서만 각각 연간 24조원, 25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주가 상승으로 지분 매각에도 오히려 보유 주식 평가액은 늘었다. 다만 지난해 약세장을 거치면서 순매도 규모는 6조 8065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여기에 주가하락으로 평가액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들어 외국인이 폭풍매수에 나서는 것도 낮아진 한국 비중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해 달러당 원화값이 안정되고 있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수출 종목들을 중심으로 사들이고 있다. 반도체 등은 당장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업황이 바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작년 6월20일(49.97%) 50%대를 내줬지만 올 들어선 1조9316억원 순매수에 힘입어 50.17%까지 상승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역시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도 5969억원가량 순매수했다. 현대차(1573억원) 기아(1060억원)와 포스코홀딩스(1315억원) 등 쇼핑목록에 포함됐다.
김민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초 연준의 매파적인 태도 완화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이 반영되면서 경기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증시가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초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은 강한 반등을 추세 전환 신호로 보기엔 무리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1.91배로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을 향해가던 지난 2021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 시장이 본격적인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에 돌입하는 만큼 이익 전망치 하락 수준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시즌에 드러서면서 이익 추정치 하향 속도가 증가했지만, 코스피는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이익 전망에 대한 눈높이는 조금 더 낮아질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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