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제발 기대 좀 낮춰야".. 류·양·김, 이젠 옛날 '그 선수들' 아닙니다

류현진 39세, 김광현 38세, 양현종 38세. 합쳐서 115세라는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한때 한국야구를 떠받쳤던 좌완 트리오가 이제는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의 계약 상황을 보면 여전히 팀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류현진은 8년 170억원 계약의 세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고, 김광현과 양현종은 각각 2년 36억원, 2+1년 45억원이라는 큰 계약을 맺었다.

양현종의 아픈 현실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양현종의 모습은 팬들에게 씁쓸함을 안겨줬다. 4이닝 4피안타 2피홈런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것이다. 특히 김영웅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은 장면은 과거 위풍당당했던 양현종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1-1 카운트에서 113km 커브가 가운데로 몰렸고, 김영웅은 이를 우월 솔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4회에는 0-1 카운트에서 136km 직구가 또다시 한가운데로 들어갔고, 김영웅은 투런 홈런으로 응수했다. 통산 186승을 거둔 천하의 양현종도 천적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구속이었다. 포심 구속이 133~139km에서 형성됐고, 140km를 넘는 공이 단 한 개도 없었다. 야간 경기에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았다는 변명은 있지만, 예전의 양현종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다.

류현진의 영리한 적응

세 명 중 류현진은 조금 다른 상황이다. WBC 도미니카 8강전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140km대 초중반의 공으로는 주무기 체인지업의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류현진은 영리하다. 어떻게든 요리조리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23일 대전 NC전에서 4이닝 4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지만, 구속과 구종, 코스 모두에서 변화무쌍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체인지업만큼 강력한 커터, 슬라이더, 커브가 있어 여전히 10승의 희망은 가져볼 수 있는 선수다.

김광현의 절박한 승부수

김광현은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계약 첫 시즌을 통째로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왼어깨 골극으로 일본에서 재활하다가 결국 수술을 결정했다. 2년 36억원 계약의 절반은 이미 날렸고, 내년 재기시즌으로 SSG에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38세라는 나이에 어깨 수술은 팔꿈치 수술보다 재기 확률이 낮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류현진도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았지만 그것은 벌써 11년 전인 2015년의 일이었다. 김광현은 지금 선수 생명을 건 승부수를 던진 상황이다.

팬들의 시선 변화가 필요한 시점

결국 이들 세 명 모두 제구력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줄 점수는 주면서도 슬기롭게 선수생활 황혼기를 보내야 한다. 팬들도 이제는 높은 잣대를 내려놓고 편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야구를 위해 그 누구보다 노력하고 증명해온 선수들이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희망, 김광현은 절망의 터널, 양현종은 확연한 위기. 세 좌완 트리오의 2026시즌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는 것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