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가입자 3개 반기 연속 감소 IPTV도 성장 둔화…케이블·위성 이탈 지속 대세는 OTT…유료방송 '동일 규제' 수면 위
모델이 삼성TV 플러스의 '올인원 AI 통합 채널'을 통해 2000년대 과거 인기 드라마를 시청하는 모습 /제공=삼성전자
한 때 거실 미디어를 꿰찼던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가입자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시장을 떠받쳐온 IPTV마저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휴대폰과 인터넷 결합상품에 묶여 가입자는 유지되고 있지만,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는 OTT와 유튜브 등 앱 기반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다.
■ 유료방송 가입자 감소세…믿었던 IPTV 마저 둔화
26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22만6100명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13만8546명 줄었다. 2024년 상반기 이후 3개 반기 연속 감소세다. 감소 폭도 지난해 상반기 5755명, 지난해 하반기 1만9964명에서 올해 상반기 13만명대로 커졌다.
사업자별로 보면 IPTV는 2141만4521명으로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59.11%를 차지했다. 종합유선방송(SO·케이블TV)은 1209만1056명(전체 33.3%), 위성방송은 272만523명(전체 7.5%)으로 집계됐다. IPTV는 반기마다 0.5~1.8%가량 소폭이나마 가입자를 늘리고 있지만,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감소세가 유료방송 시장 전체를 끌어내리고 있다.
문제는 핵심인 IPTV도 예전 같은 성장 동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KT의 1분기 IPTV 가입자는 952만명으로 직전 분기 953만3000명보다 1만3000명 줄었다. 지난해 1분기 943만8000명, 2분기 949만명, 3분기 952만명, 4분기 953만3000명으로 늘어나다가 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IPTV를 포함한 미디어 부문 매출도 5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지만, 직전 분기 5383억원과 비교하면 2.3%(123억원) 줄었다.
SK브로드밴드는 가입자와 매출 모두 둔화했다. SK브로드밴드의 1분기 IPTV 가입자는 약 675만명으로 지난해 1분기 681만3000명보다 6만3000명 줄었다. 1분기 매출 역시 4719억원으로 전년 동기 4781억원보다 1.3%(62억원) 감소했다. 직전 분기 4747억원과 비교해도 0.6%(28억원) 줄어든 규모다.
LG유플러스는 1분기 IPTV 가입자와 매출이 모두 늘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1분기 매출은 33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했고, 같은 기간 가입자 수는 2.8% 늘어난 576만7000명을 기록했다. 다만 유료방송 전체 가입자가 3개 반기 연속 감소한 가운데, 일부 사업자의 선방만으로 시장 침체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IPTV가 여전히 유료방송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신규 가입자 확보는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대세는 OTT…유료방송 '코드커팅' 가속
유료방송의 침체는 콘텐츠 소비 방식이 변한 결과다. 과거 IPTV와 케이블TV는 실시간 방송과 뉴스, 홈쇼핑, 지역방송 접근성을 앞세워 거실 미디어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스마트TV 보급과 OTT 확산 이후 이용자는 셋톱박스 메뉴를 거치지 않고 원하는 콘텐츠를 바로 선택하는 추세다. 방송을 보는 첫 화면이 유료방송 채널 번호에서 OTT 홈 화면과 유튜브 추천 화면으로 바뀐 셈이다.
실제로 유료방송 시청 시간은 감소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국민 한 사람당 일일 평균 TV 시청 시간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당시 재택근무와 거리두기 확산 영향으로 122분까지 치솟았으나, 코로나19 해제 이후 △21년 113분 △22년 102분 △23년 94분 △24년 91분까지 하락했다.
OTT 사업자들도 시장 판도 변화에 맞서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웨이브는 최근 뉴스 섹션에 KNN, JTV 등 지역 민영방송 실시간 채널과 VOD, LG헬로비전의 실시간 지역뉴스 채널, CJB와 TJB의 주요 리포트 VOD를 추가했다. 향후 G1방송과 TBC 등 지역 방송 뉴스 채널도 서비스 라인업에 더할 예정이다. 드라마와 예능 중심으로 출발한 OTT가 뉴스와 지역 콘텐츠까지 품으면서 유료방송의 전통적 강점이 약해지고 있다.
뉴스와 스포츠는 이용자가 반복적으로 찾는 콘텐츠다. 특정 작품을 몰아보는 방식과 달리, 매일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소비하는 성격이 강하다. 지역뉴스까지 OTT에서 볼 수 있게 되면 유료방송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더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 유료방송 침체 장기화...수익모델·동일규제 시급
업계에서는 가입자 방어만으로는 유료방송 시장의 침체 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관측한다.
현재 IPTV 등 유료방송은 통신사의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을 묶는 결합상품의 핵심 구성이다. 이용자도 가족 할인과 약정 혜택 때문에 IPTV를 함께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가입자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결합상품이라는 방어막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결합상품에 의존해 가입자를 유지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어 새로운 수익원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OTT와의 규제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채널 구성과 요금, 이용약관, 지역성, 공적 책임 등 기존 방송 규제 안에서 사업을 운영한다. 반면 OTT는 영상 콘텐츠와 광고 시장에서 유료방송과 경쟁하면서도 방송사업자와 같은 수준의 규제는 적용받지 않는다.
가입자 감소와 매출 둔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료방송만 기존 규제 틀을 떠안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OTT가 실시간 채널과 지역 콘텐츠까지 흡수하는 만큼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를 비롯한 규제 형평성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OTT 등 유료방송을 대신하는 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유료방송의) 이용 시간이 감소하고 있다"라며 "유료방송을 대체하는 서비스가 확장하며 미디어 시장을 이끌고 있음에 따라 규제 대상에도 OTT를 포함한 플랫폼 전반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