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를 잘 봐야 하는 이유

이 사진을 보라. 옛날 군대에서 보급되던 면세 담배인데, 이 담배를 본 적 없는 왱구들도 많을 거다.군납 면세 담배는 2009년 이후로 사라져서 담배를 면세가로 사려면 해외를 나가거나 제주도에서 들어올 때 면세점에 들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면세점에서 산 담배는 맛이 좀 다른 거 같다는 후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면세점 담배는 일반 담배랑 맛이 정말 다른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상 면세점 담배라고 일반 담배와 맛이 다르지는 않다는게 담배 업계의 설명. 그런데 정말 특수하게 맛이 다른 제품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경우인지는 영상을 끝까지 보면 알수 있다.

[담배업계 관계자 (음성 대역)]

면세점용 담배와 일반 소매 담배는 같은 제품이라는 가정 하에, 같은 공장 라인에서 같은 배합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맛이 다를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면세점 담배와 일반 담배 모두 동일한 제조 과정을 거친 뒤 각각 편의점, 면세점으로 가는 목적지 정도의 차이만 있어서 맛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게다가 면세점 담배는 언제나 인기가 많고 매대 회전율도 높다. 판매처 뿐 아니라 창고 보관 기간도 짧아서 맛이 변질될 정도로 오래된 제품은 없다고 한다.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담배는 유통기한이 없지만 대신 암묵적으로 ‘품질유지기간’이 있다고 한다. 제조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담배 생산 이후로 맛이 잘 유지되는 기간을 대략 2년 정도로 잡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제조된 지 2년이 넘은 담배라면 맛이 바뀔 수는 있는데,회전율이 빠른 면세점에서 제조일자가 2년이 지난 담배가 팔리는 일은 없다고.

면세 담배 가격이 싸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사람도 있는데, 이건 증명되지 않은 얘기다. 면세점 담배와 시중 담배의 차이는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 면제 여부와 비주얼적인 패키지 뿐이다.

우리나라는 담배 가격에 무려 7가지 종류의 제세부담금이 포함된다. 궐련형 담배를 기준으로 가격의 무려 73.4%가 세금인건데,이걸 생각하면 면세점 담배는 세금을 다 빼고 파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다시 중요한 질문, 왜 담배 맛을 다르게 느끼는 사람이 많은 걸까? 면세점이라는 특수한 매장에서 싸게 대량으로 사서 심리적으로 다르게 느낄 여지도 있는데,실제로 맛이 다른 경우도 있긴 하다고.

간혹 면세점에서 산 담배가 익숙한 국내 생산품이 아닌,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면 그럴 수 있다. 특히 말보로 같은 전 세계적 인기 상품은 세계 곳곳에 생산 공장이 있기 때문에 여행지의 출국장 면세점에서 해외 공장 생산품을 사 올 가능성이 있다.

국내 면세점에는 대체로 국내 생산품이 납품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소매 담배와 차이가 없겠지만 가끔 예외도 있기는 한 모양.

이렇게 제조국마다 담배 맛이 다른 건 이유가 있다. 일단 같은 담배라면 본사에서 정한 품질 기준은 있지만, 사용되는 담뱃잎의 공급처가 다르고 햇빛, 습도, 수확기간도 차이가 나서맛이 조금씩 차이날 수 있다.

또 똑같은 담배라도 현지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어서 타르를 비롯한 첨가제의 양이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고. 물론 이런 경우는 담배 명칭이 달라지거나 외부 패키지 표기에 변화를 주게 된다.

흡연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담배업계 관계자 (음성 대역)]

보통 면세 담배를 출국장에서 구매해서 해외에서 태우시게 되면 국내와 습도, 온도 등의 환경이 달라 약간의 차이가 나는 것을 맛이 다르다고 하시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면세 담배를 사 온다면 포장지나 이름도 완벽히 똑같은데정작 안에 든 건 정품이 아닌 위조 담배인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맛 가지고 논란이 많더라도 면세점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2024년 면세점 담배는 무려 1.51억 갑이 팔렸다고 하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는 면세점 전체 매출 가운데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달해 3위를 차지하기까지 했다.

면세점 담배 가격은 환율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30달러 선에서 책정된다. 다만 이 가격으로 사기보다는 쿠폰에다가 기타 추가 할인까지 받아서 사는 게 보통이라고.

그런데 요즘은 환율이 워낙 오르고, 출국 시 1보루만 면세되는 데다가, 인기가 높아진 전자담배는 아예 반입조차 안 되는 국가가 많아서면세점에서 담배를 사는 게 압도적인 이득까지는 아니라고. 그래도 여전히 불티나게 팔리긴 하는 모양.

[면세점 관계자 (음성 변조)]

지금 환율이 올라와서 담배값이 로컬하고 별로 차이가 없다고 툴툴거리면서도 담배 많이 사가시는 거 보면 신기하긴 하거든요.

흡연하는 왱구님들, 환율도 난리인데 괜히 운 나쁘게 맛이 미묘하게 다른 담배를 쌓아두고 필 바에야 금연까지는 아니더라도 담배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