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팬덤 저격하는 이재명 '애교 정치'의 노림수

박성의 기자 2022. 7. 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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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 의식했나..李, 온‧오프라인서 귀여운 제스처‧말투 사용
신지예 "팬덤 커지면 정당이 위험..흥분 아닌 자제시켜야"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또금만 더 해두때여." (조금만 더 해주세요)

11일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이 같은 댓글이 달렸다. 마치 애인이나 친구를 향해 남긴 애교스러운 표현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야당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온라인에서 당원을 모으는 이른바 '밭갈이' 활동을 하면서 이 같은 글을 적었다. 이날 이 의원은 당원 가입을 독려했다는 지지자에게 "참~잘 해떠요(했어요)" 등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의원의 말투도 이미지도 점차 변화하는 모양새다. 비단 SNS에 올린 하나의 농담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이 의원이 '애교스러움'을 하나의 전략처럼 이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의 최대 지지층으로 부상한 '개딸'(개혁의딸‧이재명 의원의 여성 지지층)을 다분히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반대편에선 '팬덤 정치'에 경종을 울렸던 이 의원이 이 같은 전략을 활용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월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터에서 '우리 모두를 위해, 성평등 사회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 유세 현장마다 女팬덤 "귀엽다" 환호성

이재명 의원의 달라진 분위기는 지난 대선부터 화두에 올랐다. 머리카락 색부터 차이를 보였다. 백발이나 흑발을 유지했던 이 의원이 돌연 '보라색'으로 염색을 하고 나타난 것이다. 당시 이 의원은 마치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염색 이유를 밝혔다. 대선 주자는 넥타이부터 구두, 헤어 스타일까지 모두가 '컨설팅 대상'인 것을 고려하면 의도된 변화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의원은 지난해 9월26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 '예전에 흑발이었는데 왜 갑자기 머리색을 바꿨느냐'는 질문에 "어느 날 미용실에서 깜빡 졸고 있는 틈에 원장님이 보라색으로 해놓으셨다"고 답했다. 의도된 염색은 아니란 것이다. 그러나 '흑발 시절엔 더 세고 젊은 느낌이었다'라는 한 패널의 말에 이 의원은 "그땐 콘셉트가 도전자였다"며 달라진 입지가 머리카락 색에도 영향을 끼쳤음을 일부 시인했다.

최근 이 의원은 '제스쳐'에서도 기성 정치인과 큰 차이를 보인다. 통상 정치인들은 악수를 하고, 만세를 부르며 지지자들의 호응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 의원은 마치 아이돌처럼 '양볼 하트'를 만드는 데 익숙하다. 대선을 앞둔 지난 3월3일 종로 유세에서 엄지손가락을 양볼에 가져가 '콕' 찌르는 사진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5월16일 이재명 의원의 서울 마포구 홍대 유세 현장에서 한 여성 지지자가 볼뽀뽀를 시도하려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팬덤의 '화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은 지난 5월16일 이 의원의 서울 마포구 홍대 유세 현장이었다. 이 의원은 지선을 앞두고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자격으로 홍대를 찾아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 유세했다. 이 의원이 연단에 오르자 이른바 '개딸'들 사이 "정치는 귀여운 사람이 해야 한다", "이재명 귀여워" 등의 반응이 터져나왔다. 이 의원이 살짝 멋쩍은 듯 "여러분 잔인한 현실이 있는데, 제가 내년이면 '환갑(만 60세)'이다"라고 웃자 '개딸'들은 "아기다 아기"라며 환호했다. '개딸'들은 이 의원 가는 길 앞에 비눗방울을 날리며 '예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여성 팬덤이 커지면서 이 의원은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 5월29일 유세 도중 여성 지지자에게 뽀뽀를 당할 뻔한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이날 한 여성 지지자는 이 후보와 사진 촬영을 하면서 마스크를 내리고 입술을 들이밀었다. 이 후보가 살짝 피하면서 신체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의원 인기가 단순 ' 정치적 지지' 수준을 넘어섰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지난 6월18일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이재명과 위로걸음' 행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팬덤 이용하면 당 위기'…野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

다만 야권 일각에선 이 의원의 '팬덤'에 우려는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딸'이 세력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당내 분열이 야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개딸'들은 이 의원의 출마를 반대하는 당내 의원들에게 '폭탄 욕설 문자'를 보내며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웬만하면 참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더 이상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며 문자폭탄을 공개했다. 신 의원이 공개한 문자폭탄 내용은, '이재명 당대표님께 해코지 해봐라', '눈깔 뽑고 XX통을 뽀개버려' 등이다. 신 의원은 "정치 훌리건의 행태는 정당한 의사 표현이 아니라 폭력"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사저 앞에서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에 지난 8일 열혈 지지층을 향해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팬덤 정치를 경계한다던 이 의원이 의도적으로 '귀여운 이미지'를 활용, 여성 팬덤을 계속 규합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야권 내에서 제기된다. 특정 정치인과 팬덤 간의 관계가 두터워질수록, 세(勢)가 약한 '97'(90년대 학번, 70년대생) 정치인들이나 청년 청치인들은 활로를 찾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에서다.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팬덤 정치는 위험하다. 조국, 박원순 사례를 보라"며 "팬덤이 커지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주장했다. 신 전 대표는 "정치인으로서는 팬덤이 커지면 보호받을 수 있기에 좋다. 그러나 그 자체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특히 대선주자급 정치인이라면 팬덤에 올라타고, 흥분시키는 대신 자제시키고 흥분을 가라앉히려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과거 '손가락혁명군(손가혁)'으로 불린 이 의원 팬클럽을 언급하며 "이 의원님도 과거에 강성 팬덤인 '손가혁'과 손절한 적이 있다고 안다"라며 "이미 팬덤 정치의 수렁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민주당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강성 팬덤이 아니라 민심의 지지를 받는 정치를 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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