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IT기기 호조가 이끈 경상수지… “9월 흑자폭 확대 전망”
9월 반도체 수출 역대최대… “경상흑자 더 확대”
8월 배당지급 효과 사라져 배당수지도 확대 전망
중동정세 불안·주요국 경기둔화 가능성 등 변수
8월 경상수지가 66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4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이어지면서 반도체와 정보통신(IT) 기기 수출이 늘어난 것이 흑자 흐름을 주도했다. 9월에도 반도체 통관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바 있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66억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는 지난 4월 외국인 배당 증가 영향으로 적자(-2억9000만달러)를 기록한 뒤 5월(89억2000만달러)부터 4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 “8월 경상흑자 66억달러, 1~7월 평균치 근접”
한은은 올해들어 시작된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8월 경상수지 흑자규모 66억달러는 올해 1~7월 평균치에 근접하고 8월에 발표한 하반기 전망치 353억달러의 월평균 흑자규모 58억8000만달러를 상회한다”면서 “8월에도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11개월째 증가하고 있는 수출이 경상수지 흑자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8월 수출은 1년 전보다 7.1% 증가한 574억5000만달러로 집계되면서 상품수지 흑자를 이끌었다. 수출은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상품수지(수출-수입)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중 가장 비중이 큰 상품수지에 반영된다.
품목별로 보면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38.3% 급증했다. 같은 기간 44.0% 늘어난 정보통신(IT)기기 수출도 수출 증가에 기여했다. 다만 승용차(-3.6%)와 화공품(-4.4%) 등 비 IT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 증가 폭은 전월(16.3%)보다는 작았다.
송 부장은 “승용차 수출 감소는 일부 업체에서 부분 파업이 일어났고, 생산라인 현대화 작업이 진행되면서 가동률이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면서 “화공품도 중국 등 대외수요가 약화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 “경상흑자 더 확대될 것… 전망치 무난히 달성”
한은은 9월에도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9월 반도체 통관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1% 증가한 136억달러를 기록하면서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역대 9월 기준으로 보면 최대치다.
반도체 호조에 9월 무역수지도 66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16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지속했다. 무역수지와 상품수지는 모두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값이지만, 무역수지는 수입액에 운임과 보험료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통상 무역수지보다 상품수지 흑자 폭이 더 크다.
송 부장은 “9월 반도체 통관수출이 역대 최대실적을 경신하면서 11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가는 등 AI 관련 투자 모멘텀이 살아나고 있다”면서 “IT 품목을 중심으로 한 견조한 호조세에 힘입어 경상흑자 확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하반기 전망치인 353억달러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배당소득수지 흑자 폭을 작아지게 했던 분기 배당지급 효과가 9월에 사라지는 점도 주목된다. 한은에 따르면 8월 배당소득수지 흑자는 11억8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되면서 흑자 폭이 전월(27억9000만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송 부장은 “9월에는 분기 배당 지금 영향이 해소돼 투자 관련 움직임도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내수회복·주요국 경기둔화·중동정세 등이 변수
물론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다. 한은은 향후 한국경제 회복 속도와 주요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에 따라 경상수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혜정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내수가 회복하거나 국내경기가 좋아지면 수입과 수출이 동시에 늘어날 가능성 높다”면서 “반면 주요국의 경기 둔화는 우리나라 수출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내수 회복세는 이미 수입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8월 수입은 원자재와 자본재, 소비재 수입이 2개월 연속 늘면서 1년 전보다 4.9%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귀금속·보석류(282.1%)와 수송장비(46.0%), 원유(30.1%), 반도체(18.7%), 반도체 제조장비(14.7%) 등의 증가 폭이 컸다.
최근 불안한 중동지역 정세도 유가에 영향을 줘 경상수지를 출렁이게 할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수입이 늘어나면서 상품수지가 축소될 수 있어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7일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일대비 배럴당 2.88달러 상승한 80.9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30일(71.77달러)과 비교하면 9달러 넘게 올랐다.
송 부장은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원유 생산이 잘 되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도 감산 움직임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여 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면서 “중동지역 정세에 따라서 최근 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있어 유가가 얼마나 올라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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